변기와 물티슈가 만나면? '팻버그'

  • 박연정 기자
  • 2023.06.15 17:19
쌍봉천으로 오폐수가 흘러들어 물고기가 폐사했다. (사진 여수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쌍봉천으로 오폐수가 흘러들어 물고기가 폐사했다. (사진 여수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최근 전남에서 발생한 '물고기 집단 폐사' 원인이 물티슈로 알려지며, 물티슈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전남 여수 쌍봉천에서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 지난 8일, "쌍봉천 일대에서 악취가 난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점검을 나간 결과, 오폐수가 흘러들어 물고기 약 30마리 정도가 폐사했다.

여수시는 폐사 원인을 "이물질을 걸러내는 기계 설비가 물티슈와 나뭇가지 등으로 막혀 역류하며 오폐수가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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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버린 물티슈로 영국도 골머리를 앓은 적 있다.

2019년 영국 남부 해안 하수관에서 64m의 거대한 '팻버그(Fatberg)'가 발견됐다. 팻버그의 길이가 2층 버스 6개보다 길어 이를 제거하기까지 무려 8주가 소요됐다.

팻버그란 기름을 뜻하는 단어 '팻(Fat)'과 빙산을 뜻하는 '아이스버그(iceberg)'의 합성어로, 변기에 버린 물티슈 등이 기름과 엉겨 붙은 덩어리를 의미한다.

영국 상하수 관리업체 '사우스웨스트워터(South West Water)' 관계자는 "변기 속 버려진 물티슈는 기름, 지방 등과 결합돼 점차 단단한 덩어리를 형성하며, 이는 거대한 팻버그가 된다"고 말했다.

물티슈.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물티슈. (사진 unsplash)/뉴스펭귄

팻버그로 하수도가 막히면 정수되지 않은 하수가 역류해 강이 범람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하천에 서식하는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하천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하수가 범람해 지역 하천과 강을 오염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팻버그는 처리 비용이 많이 든다. 영국 주요 상하수도 조합 '영국 워터(Water UK)'에 따르면, 물티슈를 변기에 버림으로서 팻버그를 포함한 하수구 막힘의 93%를 유발하고 이를 청소하는 데 연간 약 1억 파운드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물티슈는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환경부 산하기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대부분 물티슈는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며, 폴리에스테르 등의 플라스틱 원단과 다량의 방부제를 포함하고 있다. 방부제는 미생물 활동을 억제해 부패를 막는데, 이는 물티슈가 땅에 매립돼도 오랜 기간 썩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티슈가 땅속에서 분해되기까지 무려 500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여수시 관계자는 "화장지와 달리 물티슈는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변기에 버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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