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스' 백상아리 식인 누명 벗었다…"사람에 별 관심 없어"

  • 이후림 기자
  • 2023.06.12 15:17
인간과 가까운 거리에서 헤엄치는 백상아리. (사진 보도영상 캡처)/뉴스펭귄
인간과 가까운 거리에서 헤엄치는 백상아리. (사진 보도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백상아리가 인간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공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상어'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영화와 멜로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Jaws)'다. 1975년 개봉한 죠스는 당시 역사상 최고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식인상어를 소재로 한 해양공포영화의 대명사가 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식인상어는 ‘백상아리’다.

이후 백상아리는 성질이 흉포하고 날카로운 이빨로 사람을 공격하는 식인상어로 낙인찍혔다. 해변에서 백상아리가 사람을 공격해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는 이 믿음을 더욱 견고히 했다. 한국에서는 1959년부터 2005년 사이 백상아리 공격으로 7명이 죽거나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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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공격이 확률적으로 극히 드문 사례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생명과학과 크리스 로우(Chris Lowe) 박사 연구진은 백상아리와 사람이 거의 매일 같은 바다 영역을 공유한다는 연구결과를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실렸다.

백상아리.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백상아리. (사진 Unsplash)/뉴스펭귄

크리스 로우 박사는 "백상아리가 인간과 한 공간에 있을 때 사람을 공격할 것이라는 깊고 오래된 오해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지금껏 우리는 연중 상어에게 물린 사람이 몇 명인지에 집중하기만 했지 상어와 인간이 얼마나 가까이 생활하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상어와 인간이 얼마나 자주 마주치는지는 조사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2년간 매달 캘리포니아주 26개 해변 상공에 드론을 띄워 어린 백상아리를 드론으로 관찰했다. 이곳 해안은 수온이 높아 어린 개체가 생활하기 좋은 환경이다.

확인 결과 97%에 달하는 개체가 인간으로부터 약 91m 거리 내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곳 연안에서 서핑, 수영 등 여가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백상아리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연구진은 "누군가 보드에 누워있거나 수영을 할 때 상어가 바로 밑에 있어도 볼 수 없지만, 우리는 공중에 띄운 드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사람들과 함께 헤엄치는 백상아리를 쉽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m 이내에서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개체도 종종 관찰됐지만 상호작용은 없었다. 하지만 상어와 함께 바다를 누빈 사람들은 정작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연구진은 "다른 사고와 달리 상어 물림 사고는 뉴스보도 등에서 유독 자극적으로 다뤄진다. 상어가 가진 위험한 특성을 과장하는 식"이라며 "이러한 경향은 결과적으로 유독 상어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도왔고, 보존 노력까지 시들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어는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다. 상어를 야생동물처럼 그냥 내버려 두라"면서 "상어는 인간보다 가오리 같은 먹이를 먹는 데 더 집중한다. 우리가 우리 일에만 신경 쓰면 상어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실제 백상아리가 사람에게 공격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보고됐다. 백상아리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는 대부분 피해자를 물개나 물범으로 착각하는 경우다. 백상아리는 색을 거의 구분할 수 없는 색맹인데다, 시력도 인간의 6분의 1 수준밖에 안 돼 형체만 겨우 구분하는 정도다. 따라서 백상아리가 인간을 공격하는 건 수영을 하거나 서핑보드 위에서 손발을 젓는 사람들을 먹잇감으로 착각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전신 수영복. (사진 Flickr)/뉴스펭귄
전신 수영복. (사진 Flickr)/뉴스펭귄

과학자들은 이 점을 고려해 서핑보드에 발광다이오드(LED)를 다는 등 시각신호를 바꿔 공격을 피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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