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댐 폭발 …“체르노빌 이후 최악의 재앙”

  • 박연정 기자
  • 2023.06.08 12:26
침수된 마을. (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뉴스펭귄
침수된 마을. (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뉴스펭귄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우크라이나 ‘카호우카댐’ 폭발로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에 위치한 카호우카댐이 6일 폭발했다. 높이 30m, 길이 3.2km로 180억 톤 이상의 물을 담수할 수 있는 댐이 무너지면서 침수, 식수, 생태, 원전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침수문제

댐 폭발로 방대한 물이 쏟아지며, 우크라이나 농경지와 수십 개 마을이 침수됐다. 도시를 덮친 물의 수위는 12m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6월 8일 기준으로 주민 7명이 실종됐고, 인근 14개 거주 지역이 침수돼 이재민이 1만6000명 넘게 발생했으며, 일부 희귀 야생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러시아 역시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 점령지에서 2만5000명의 침수 피해가 일어난 것으로 추산됐고, 강 동쪽에 구축한 방어 진지가 물에 잠겼다. 미 싱크탱크 해군분석센터의 군사분석가 마이클 코프먼은 “댐이 파괴되면서 드니프로강 동쪽 러시아 제1방어선이 물에 잠겼다”며 “이 재난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했다.

또 침수로 인한 지뢰 방류도 심각하다. 카호우카 댐 주변은 지난 1년 넘게 전쟁의 최전선이었기에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매설한 지뢰가 많다. 이번 범람으로 수만 개의 지뢰가 거센 물길에 휩쓸려 유실됐지만 마을과 농경지로 떠내려간 것으로 추측돼 섣불리 피해 복구 작업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식수문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카호우카댐 붕괴로 전세계 식량난이 심화할 것이라 7일(현지시간) 밝혔다.

저수량이 18㎦로 한국 충주호의 6.7배 규모인 카호우카댐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동남부에 식수와 농업용수 등을 공급해왔다. 그런데 댐이 붕괴되며 지역 주민 수십만 명이 식수난을 겪게 됐다.

WFP 독일 담당 국장 마르틴프리크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하는 전세계 3억4500만 명의 굶주린 사람들에게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한 곳인 우크라이나가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가 피해가 커지면 농작물 생산에 타격이 크고, 글로벌 식량 위기가 심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농업정책부는 카호우카댐의 수량이 크게 줄면서 헤르손주 관개시설의 94%, 자포리자주 74%가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생태문제

댐이 붕괴하며 주변 석유시설과 농장 등이 침수돼 댐 하류가 석유제품과 농약에 오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주변 산업단지에서 유출된 각종 화학물질이 드니프로강과 흑해로 흘러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총리는 “댐이 파괴되며 최소 150톤의 기계유가 강으로 유출됐고, 추가로 300톤의 기름이 스며들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산업단지에서 흘러나온 독성물질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영국 배스대 토목공학과 모하마드 헤이다자데 교수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댐 붕괴로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주변 국가에 광범위한 생태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물에 잠긴 마을. (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뉴스펭귄
물에 잠긴 마을. (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뉴스펭귄

핵문제

댐이 파괴되며 약 130km 상류에 있는 유럽 최대 ‘자포리자(Zaporizhzia)’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소는 카호우카댐 물을 냉각수로 쓰고 있다. 지난해 3월 러시아군에 점령된 후 6개 원자로가 모두 가동을 멈췄지만, 원자로 냉각을 위해선 전력과 냉각수 공급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냉각수가 장기간 공급되지 않으면, 이른바 ‘멜트다운(Meltdown, 원자로 냉각장치가 정지돼 내부의 열이 이상 상승하여 연료인 우라늄을 용해함으로써 원자로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일)’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즉각적인 핵 안전 위험은 없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7일 “그동안 이용했던 공급원을 통해 며칠 동안은 냉각수 공급이 지속될 것”이라 말하며, “또 다른 대체 공급원도 있기에 몇 달 동안은 냉각수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호우카댐 폭발 원인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상대방을 배후로 지목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댐이 러시아군에 점령됐기 때문에 댐을 폭파했다는 증거 제시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테러를 위해선 모든 것을 이용한다”고 말하며 댐 폭발이 러시아 소행이라 확신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댐 폭발은 대규모 환경·인도적 재앙을 초래한 야만적 행위"라고 비난하며 우크라이나 측에 책임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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