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섬이 모래밭으로 변했다?

  • 박연정 기자
  • 2023.06.08 10:47
드론으로 찍은 밤섬. (사진 한강사업본부)/뉴스펭귄
드론으로 찍은 밤섬. (사진 한강사업본부)/뉴스펭귄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서울 한강에 떠 있는 ‘밤섬’이 빠르게 ‘육지화(물이 있던 곳이 육지가 되는 것)’되고 있다.

밤섬에서 ‘육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MBC가 5일 보도했다. 밤섬 습지가 모래밭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육지화가 진행되는 이유는 상류에서 흘러온 토사가 섬 주변에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1966년 약 4만5000㎡, 축구장 7개 크기였던 밤섬이 지금은 6.4배나 커져 29만3000㎡, 축구장 40개가 들어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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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가 육지화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먼저, 습지에 서식하는 생물들이 위험할 수 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담수습지에는 전세계 생물종의 40% 이상, 특히 포유류의 12% 이상이 서식하고 있고 일부 습지에는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밤섬에는 서울시 보호종으로 지정된 물고기 ‘됭경모치’, 우리나라 고유종 ‘각시붕어’ 등이 살며, 수달을 비롯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생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밤섬은 2012년 ‘람사르습지’에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하지만 밤섬의 육지화로 인해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밤섬은 물새 습지고, 물새가 주력인데, 요즘은 까치, 비둘기, 꿩 같은 산새가 더 많다”고 말했다. 습지가 육지화되며, 자연스레 물새가 줄어든 것이다.

동물뿐 아니라 식물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MBC와 인터뷰에서 “선버들은 물이 있어야 자랄 수 있는데 윗밤섬에는 이제 선버들 대신 능수버들이 우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지화가 더 진행되면 참나무 같은 나무들이 뿌리를 내려 식생이 급변할 가능성도 커진다.  

고유식물 서식처를 잠식한 가시박. (사진 환경부)/뉴스펭귄
고유식물 서식처를 잠식한 가시박. (사진 환경부)/뉴스펭귄

두 번째로, 생태교란종이 서식지를 넓혀 생태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현재 밤섬에는 단풍잎돼지풀, 환삼덩굴 등 많은 생태교란종이 서식하고 있으나 그중 가시박이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밤섬이 육지화되며 가시박이 뒤덮는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가시박은 전국 하천에 분포하며, 번식력이 뛰어나 단기간에 광범위하게 퍼진다. 가시박 덩굴은 나무를 휘감고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주변 식생에 영향을 준다.

전문가들은 “가시박을 그대로 두면 작은 초목과 버드나무를 고사시킬 것이고, 밤섬 식생의 60%를 뒤덮을지도 모른다”며 우려했다. 몇 년 전, ‘고양의 생태 보고’라고 칭송받던 ‘장항습지’에 가시박이 뒤덮어 버드나무의 생태계를 위협한 적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습지의 육지화로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 가속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듀크대학교 해양보전생물학 브라이언 실리먼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습지의 제곱미터당 이산화탄소 저장량은 숲의 5배, 바다의 500배나 된다”며 습지의 강력한 이산화탄소 저장량을 언급했다.  

연구팀은 습지가 강력한 저장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습지에 서식하는 식물의 뿌리와 줄기가 서로 밀집해 영양분을 가둬두고 생장에 이용하며 토양이 마르거나 침식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밤섬이 커지는 정도가 한강 흐름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며, “육지화로 인해 치수 상 드러난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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