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구할 곰팡이…매년 탄소 131억 톤 토양에 저장

  • 남예진 기자
  • 2023.06.07 13:54
사진 속 수정난풀 등과 같은 식물은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 대신 근균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영양분을 얻는다. (사진 flickr Andrew Weitzel)/뉴스펭귄
사진 속 수정난풀 등과 같은 식물은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 대신 근균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영양분을 얻는다. (사진 flickr Andrew Weitzel)/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토양 속 곰팡이들은 매년 131억 톤에 상당하는 탄소를 격리하고 있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영국 셰필드대학교 등 국제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생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약 4억 년 전부터 균근류 곰팡이는 식물에 토양 속 질소, 인, 황 등을 공급하고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생산한 당과 지방을 뿌리를 통해 전달하며 공생관계를 이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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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육상식물의 70~90%가 이 같은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토양으로 격리됐다고 볼 수 있다.

연구를 이끈 하이디 호킨스(Heidi Hawkins) 교수는 "지금까지 기후위기를 완화할 방법으로 숲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데만 집중돼 왔고, 식물들이 광합성을 하는 동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곰팡이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진은 기존 연구 결과들을 기반으로 곰팡이의 탄소 포획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에 나섰다.

왼쪽부터 균근버섯, 수지상균근, 에리코이드균근이 식물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도식화한 것. 저장된 탄소 일부는 토양 미생물과 곰팡이들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도 한다. (사진 Mycorrhizal mycelium as a global carbon pool 논문)/뉴스펭귄
왼쪽부터 균근버섯, 수지상균근, 에리코이드균근이 식물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도식화한 것. 저장된 탄소 일부는 토양 미생물과 곰팡이들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도 한다. (사진 Mycorrhizal mycelium as a global carbon pool 논문)/뉴스펭귄

조사 결과, 식물을 제외하고 곰팡이들이 격리한 이산화탄소가 연간 131억20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세계 화석연료 배출량의 36%에 달할 뿐 아니라, 202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6억5620만 톤)의 약 20배에 해당한다.

즉 곰팡이는 식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탄소를 토양으로 격리해 지구가열화를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토양 속 유기물이 증가하기 때문에 토양의 비옥도를 향상시켜 식물의 성장을 돕는다.

케이티 필드(Katie Field) 연구원은 "심지어 이런 작용을 하는 곰팡이가 600~700만 종쯤 존재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약 1만5000종에 대해서만 조사했다"며 "우리가 아직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곰팡이에 대해 좀 더 많은 연구를 하고 보호하기에는 촉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까지 인간의 개발로 인해 토양의 90%가 훼손될 수 있으나 곰팡이는 보호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만약 비옥한 토양과 곰팡이, 식물 간의 상호작용이 사라진다면, 야생식물뿐 아니라 농작물 생산성도 급격히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균근류 곰팡이는 생태계 보전 및 복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케이티 필드 교수는 "농업, 개발, 기타 산업 등에 의해 토양 생태계가 급속히 파괴되고 있음에도 그로 인한 악영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장시간에 걸쳐 이어져 온 토양 시스템을 파괴하려 든다면, 우리는 지구가열화를 억제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생태계의 건강과 회복력을 훼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멀린 셸드레이크(Merlin Sheldrake) 연구원은 "우리는 최선의 정보를 기반으로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불완전하며, 해석에도 신중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가 비록 추정치지만 식물과 곰팡이 사이에서 이뤄지는 탄소와 영양분 공급에 대해 시급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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