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일까 '놀이'일까...급증한 범고래 공격, 이유는?

  • 이후림 기자
  • 2023.06.06 00:05
범고래 무리.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범고래 무리.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범고래 무리가 사람이 탄 보트를 공격하는 사례가 늘었다.

과학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최근 이베리아반도 해안을 중심으로 범고래 무리가 사람이 탄 보트를 공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각에선 범고래 무리가 이 같은 행위를 벌이는 동기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첫 공격은 2020년 5월 지브롤터 해협에서 발생했다. 이후 3년간 유사 사례 수십 건이 추가로 보고됐다. 무리가 보트를 공격하는 방식은 대부분 비슷했다. 일반적으로 작은 보트의 방향타에 강하게 충돌한 뒤 구성원과 힘을 합쳐 방향타를 손상시키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에만 배  두 척이 심하게 손상돼 침몰했고, 4일에는 요트 한 척이 같은 방식으로 공격받은 뒤 견인 중 침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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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학술지 해양포유류과학(Marine Mammal Scienc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이곳에서 보트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범고래 무리는 2개 그룹으로 총 9마리다. 이중 이목을 끄는 개체는 '화이트 글라디스(White Gladis)'라는 이름을 가진 암컷 성체다. 화이트 글라디스는 무리 중 유일하게 다 자란 암컷이라고 알려졌다.

범고래는 고도의 지능과 강한 동료의식, 유대감을 가진 사회적인 동물로 집단생활을 한다. 많게는 40마리까지 무리 지어 다니며 먹이를 사냥하는데, 오랜 경험을 갖춘 늙은 암컷을 중심으로 모계사회를 이룬다. 연구진이 무리 내 유일한 암컷 성체에 주목하는 이유다.

연구진은 화이트 글라디스가 보트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과거 보트에 피해를 입은 화이트 글라디스가 보트에 보복하기 시작했고, 이를 지켜보던 어린 범고래들이 이 행동을 모방하고 있다는 것. 연구진은 화이트 글라디스가 보트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다만 이 같은 행위를 사람을 향한 악의적인 보복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그간 무리가 공격해온 대상이 사람이 아닌 보트였기 때문이다. 배가 침몰하고 사람들이 구명정에 올라탈 때도 범고래 무리의 관심은 온통 보트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보복이 아닌 단순한 '놀이'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해당 범고래 개체군에서 유행하는 놀이의 일종이라는 주장이다.

덴마크 생물학자이자 고래연구자 한네 스트레거(Hanne Strager) 박사는 "범고래에게 공격적인 의도는 없다"면서 "무리는 분명한 이유 없이 행동에 참여했고, 즐기는 듯 보이다 돌연 보트를 버리고 다른 흥미로운 일을 찾아 이동했다. 범고래 사이 이런 루틴은 '유행'이라고 불리는 흔한 놀이"라고 설명했다.

박사는 "한 시간 동안 작은 다시마 조각을 갖고 노는 무리도 있고, 해파리와 어울려 노는 무리도 있다. 이러한 행동에는 공격적인 의도가 없다. 이후 해파리를 먹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때때로 바다 표면에서 휴식을 취하는 바닷새들을 범고래가 때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 또한 놀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이어 "고래의 뇌는 5000만 년 동안 수많은 진화를 거쳤다. 우리는 고래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떤 행동을 자극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면서 "과연 인간이 범고래 배후에 있는 진짜 동기를 이해할 수 있을지, 혹은 그 동기를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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