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밝혀진 기후 관련 오해 3가지

  • 임병선 기자
  • 2023.06.06 00:00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기후위기, 환경 관련 논의가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종종 단기적인 이상기상이나 특정 종에 대해 빠른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곤 한다. 최근까지 지속되는 기후 관련 오해와 이에 대한 사실 3가지를 소개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1. 고래의 탄소흡수 능력 과장 말아야

최근 해외 매체에서는 ‘고래의 탄소흡수 능력’이 강조돼왔다. 고래 하나하나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연구자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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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호주 그리피스대(Griffith University) 연구진은 고래의 탄소 흡수 능력이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데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대형 해양생물인 고래가 탄소를 흡수하고 순환시키긴 하지만, 그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

연구진은 고래가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배설물을 바다로 내보내면, 배설물 자체가 바닷속 영양분이 돼 해당 해역에 생태계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또 지구상 생명체는 탄소로 구성돼 있는데, 크기가 큰 고래 사체는 해저로 가라앉으면서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기도 한다.

이들 연구진은 고래가 해양 생태계에 꼭 필요한 것은 맞지만 탄소 흡수 능력을 과장하면 당장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양에서는 맹그로브, 해초숲 등이 더 큰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고래 서식지와 같은 대규모 해양 환경 보호는 전 세계적인 탄소 흡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 꿀벌 살리기 열풍? 야생벌도 중요

최근 지자체, 기업, 환경단체 사이에서 ‘꿀벌 살리기’가 열풍이다. ESG 경영 일환으로 포스코이앤씨는 인천 송도에서 어린이꿀벌축제를 열었고, KB금융그룹은 ‘K-Bee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한화그룹도 세계 꿀벌의날을 기념해 탄소저감 벌집 ‘솔라 비하이브’를 공개하기도 했다.

꿀벌에 많은 관심이 집중된 사이, 한국의 야생벌은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환경연합과 생명다양성재단이 주최한 1차 생태전환도시포럼에서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전문위원은 "꿀벌에 대한 피해로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꿀벌만이 피해자가 아니고 야생벌에 대한 피해도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꿀벌에 대한 관심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망한다’는 출처 미상의 말에 집중됐다. 이 주장은 꿀벌이 식물을 수분시키기 때문에 과일과 같은 농작물 생산에 필수적이라는 점에 근거한다. 하지만 꿀벌만 수분을 하는 건 아니다. 또 수분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태계에 필요 없는 생물인 것도 아니다.

밑들이벌. (사진 서울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신동훈 교수)/뉴스펭귄
밑들이벌. (사진 서울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신동훈 교수)/뉴스펭귄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김산하 박사는 "꿀벌이라고 하면 자연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꿀벌은 외래종"이라며 "벌 종류는 한국에도 수천 종이 있는데, 야생벌이야말로 환경변화와 꿀벌과의 경쟁에서 취약하다.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굉장히 어렵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반적으로 야생벌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편이지만 기록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이 운영하는 ‘유니벌스’와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이 참여하는 ‘벌볼일있는사람들’ 등 단체가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3. 2월 이탈리아 홍수, 기후위기 때문일까?

최근 기상과 기후 관련 과학자 단체 WWA(World Weather Attrribution)는 지난 2월 이탈리아 북부 지역을 강타한 홍수는 발생 과정에서 기후위기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앞서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볼로냐, 라벤나 등 지역에서 3차례 폭우가 나타났다. 이에 이 지역 강둑 23개가 범람했고, 2만여 명이 집을 잃었다. 산사태는 280건이나 발생했다. 결국 13명 사망자를 낳았다. 이런 비극적인 이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의심이 있었다.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제네라치오네’는 북부 지역 홍수를 계기로 유명 관광지 분수에 먹물을 뿌리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에 화석연료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검게 물든 트레비분수. (사진 울티마제네라치오네 공식 SNS)/뉴스펭귄
검게 물든 트레비분수. (사진 울티마제네라치오네 공식 SNS)/뉴스펭귄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시급히 중단돼야 하는 것은 맞다. 다만 이탈리아 북부 홍수의 경우 기후위기와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 영국 과학자로 구성된 WWA 연구진이 내놓은 결과다.

연구진은 과거 강수량 기록에 비춰 올해 현상을 분석했다. 200년간 과거 봄 강우량 데이터와 비교 결과 그 추세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또 기후 모델에 인간에 의한 기후위기가 발생한 상태와 자연 그대로인 상태를 대입한 결과,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에서는 다른 지역이나 국가와 달리 이번 홍수가 일어난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는 봄철 폭우가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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