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이 땅속에서 영양분을 주고받는다?

  • 임병선 기자
  • 2023.05.29 00:00
우드와이드웹 이미지. (사진 STORIES FROM THE WOOD WIDE WEB)/뉴스펭귄
우드와이드웹 이미지. (사진 STORIES FROM THE WOOD WIDE WEB)/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숲에서 나무들이 '우드와이드웹'을 통해 서로 영양분을 주고받는다는 내용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 셰필드대 연구진(University of Sheffield)은 나무 간 연결성에 대한 믿음이 과장됐다는 의견을 전문가 매체 더컨버세이션에 기고했다. 식물과 토양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케이티 필드(Katie Field) 셰필드대 교수와 에밀리 마구릴료(Emily Magkourilou) 셰필드대 박사과정은 나무가 균류를 이용해 영양분을 공유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나무가 뿌리를 통해 서로 영양분을 주고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학자가 나무는 균근 네트워크를 이용해 주 영양분인 탄소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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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속에는 버섯 몸체인 ‘균체’가 산다. 나무는 균체와 공생하면서 살아가고, 나무와 나무 사이 토양을 균체가 메꾸고 있는 것을 ‘균근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학자들은 나무끼리 인터넷 망처럼 연결돼 있다며 '우드와이드웹(Wood Wide Web)'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무뿌리와 함께 살아가는 균근.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나무뿌리와 함께 살아가는 균근.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그러나 셰필드대 연구진은 식물이 균근 네트워크를 이용해 영양분을 공유한다는 것은 오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선 실험 결과로 옮겨진다는 탄소 양이 너무 적고, 나머지 탄소 대부분은 원래 나무 뿌리에 남아있어 영양분이 이동한다는 근거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영양분을 주고받는다는) 믿음이 널리 퍼졌음에도 증거는 결정적이지 않다”며 “증거를 고려하면, 균근 네트워크 기능은 과장돼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우드와이드웹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연구진은 “우드와이드웹 개념은 생태계 내 균근과 균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식물끼리 균근 네트워크를 이용해 방어 신호를 공유한다는 내용은 근거가 있다. 앞서 영국 에버딘대(University of Aberdeen), 로탐스테드연구원(Rothamsted Research) 등 연구진은 2013년 5월 발표한 논문에서 일부 콩류 식물은 균류 네트워크를 통해 진딧물 공격에 함께 대비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셰필드대 연구진은 “실험 결과가 과장되면서 더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며 “대화, 공유, 거래 등 단어의 의인화는 복잡성을 왜곡하고, 자연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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