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거북의 날', 기억해야 할 사실 5가지

  • 이후림 기자
  • 2023.05.23 18:18
바다거북.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바다거북.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매년 5월 23일은 '세계 거북이의 날'이다. 미국 비영리 거북보호단체 ATR(American Tortoise Rescue)이 거북 멸종을 앞당기는 일을 지양하고, 거북이 생존하고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며 지난 2000년 제정한 기념일이다.

지구상 수많은 거북은 실제 기후위기에 따른 서식지 감소, 성비 불균형, 밀렵 등으로 생존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전세계에서 발견되는 바다거북 7종(△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 △올리브바다거북 △켐프각시바다거북 △납작등바다거북)은 전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 거북이의 날을 맞아 바다거북에 대해 알아야 할 사실 5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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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다거북 성별은 '이것'이 결정한다

알을 깨고 나오는 새끼 바다거북. (사진 Roger Leguen - WWF)/뉴스펭귄
알을 깨고 나오는 새끼 바다거북. (사진 Roger Leguen - WWF)/뉴스펭귄

바다거북은 출산이 임박할 때면 뒷발로 해변에 둥지를 파고 알을 낳는다. 임신한 바다거북은 보통 한 곳에서 약 100~125개 알을 낳고, 수개월에 걸쳐 다른 둥지에도 여러 차례 알을 낳는다.

이때 모래온도는 매우 중요하다. 알이 부화할 때 모래온도가 부화한 새끼의 성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약 27.7℃ 이하면 수컷, 31℃ 이상이면 암컷이 된다. 새끼들은 약 2달에 걸쳐 부화하는데, 그 사이 온도가 변하면서 일반적으로 수컷과 암컷 거북이 혼합돼 태어난다.

하지만 현재 바다거북은 심각한 성비 불균형 문제를 겪고 있다.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모래온도가 상승한 탓이다.

바다거북 둥지 내부. (사진 Newport Aquarium)/뉴스펭귄
바다거북 둥지 내부. (사진 Newport Aquarium)/뉴스펭귄

지난해 8월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부화한 바다거북 새끼는 전부 암컷이었다. 수컷 새끼 바다거북이 부화한 사례는 전무했다. 기후위기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일부 해변 온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뿐 아니라 호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 2022년 호주 해변에서 새로 부화한 바다거북 99%는 암컷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나날이 뜨거워지는 지구 기온을 지적하며 이대로 간다면 바다거북이 장기적인 생존 위협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 바다 여행자

갓 부화한 장수거북. (사진 NOAA)/뉴스펭귄
갓 부화한 장수거북. (사진 NOAA)/뉴스펭귄

바다거북은 일생 동안 해변에서 바다 한가운데까지 매우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아간다. 한 암컷 장수거북은 태평양을 가로질러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미국 북서 해안까지 무려 왕복 2만㎞ 이상을 647일 만에 여행한 기록이 있다. 

다만 푸른바다거북과 올리브바다거북의 경우에는 해안 근처에 머무르는 것을 선호해 이동거리가 장수거북보다는 짧은 편이다.

 

3. 바다생태계 가꾸는 정원사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바다숲은 육지숲보다 더욱 강력한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거북은 해양생태계에서 이 바다숲을 관리하는 주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

바다거북은 주먹이원인 해초를 뜯어먹으면서 이를 조절하고 정화해 바다숲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바다거북이 왕성한 먹이활동을 통해 바다숲을 정화하면, 이곳은 곧 다양한 바다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바다거북이 '바다 정원사'라고 불리는 이유다.

 

4. 야생에 남은 바다거북 개체수

켐프각시바다거북. (사진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Southeast Region)/뉴스펭귄
켐프각시바다거북. (사진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Southeast Region)/뉴스펭귄

과학자들은 야생에 남은 바다거북 개체수를 약 650만 마리로 추정한다. 현존하는 모든 바다거북은 멸종위기, 이중 일부는 심각한 절멸위기에 처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절멸 직전 단계인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종에 등재된 매부리바다거북은 전세계 바다에 약 5만7000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되며, 같은 등급에 등재된 켐프각시바다거북 역시 약 1만 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5. '플라스틱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

바다거북과 플라스틱. (사진 Jordi Chias - WWF)/뉴스펭귄
바다거북과 플라스틱. (사진 Jordi Chias - WWF)/뉴스펭귄

바다거북 콧속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사진 한장은 전세계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텍사스A&M대학교 해양생물 연구진이 2015년 촬영한 이 사진 한 장이 전세계적인 플라스틱 퇴출운동을 확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플라스틱은 바다거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실제 바다거북은 물 위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표적인 해양생물이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바다를 찾은 바다거북 5종 62개체 부검을 진행한 결과, 총 43개체 장내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검출됐다. 이중 51%는 일회용품, 49%는 어업활동 중 발생한 쓰레기였다.

그렇다면 바다거북은 도대체 왜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걸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바다 곳곳 해류를 따라 떠다니는 비닐봉지를 바다거북이 해파리로 착각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플라스틱이 바다에 오래 머무르면 표면에 식물성 플랑크톤이 붙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바다거북에게 맛있는 향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바다거북은 한 번 먹은 것은 다시 토해내기 어려운 식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다거북의 식도에는 뾰족한 돌기가 한 방향으로 나 있는데, 이 돌기 때문에 식도로 한 번 넘어온 것은 뱉거나 토하기 어렵다. 플라스틱이 바다거북에게 치명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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