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살귀상어 심해 체온 유지법? '숨 참고 다이브!'

  • 남예진 기자
  • 2023.05.15 16:02
온대·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홍살귀상어. (사진 flickr Kris-Mikael Krister)/뉴스펭귄
온대·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홍살귀상어. (사진 flickr Kris-Mikael Krister)/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수중호흡이 가능한 홍살귀상어가 체온 조절을 위해 숨을 참고 잠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와이대학교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국제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어류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고래상어처럼 부피 대비 표면적이 적거나 다랑어와 악상어과처럼 특수한 해부학적 구조를 지닌 것이 아닌 이상 주변 환경에 따라 체온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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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급격한 체온 변화를 겪을 경우 신진대사가 떨어지면서 시력 저하, 호흡 곤란 등의 증세를 겪을 수 있다.

다만 온대·열대성 해역에서 서식하는 홍살귀상어는 특별한 신체적 구조를 지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심해에서 오징어 등을 사냥하는 동안 별다른 증세를 호소하지 않는다.

이에 연구진은 홍살귀상어 몸에 체온, 수심, 활동 수준 등을 측정하는 장치를 부착하고, 홍살귀상어가 급격한 수온 변화에 어떤 식으로 적응했는지 관찰했다.

(위부터) 상어가 잠수한 수심을 나타낸 그래프와 수온과 상어의 체온을 측정한 그래프다. 파란선은 상어 주변의 수온을 나타내며, 빨간선은 상어의 체온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사진 “Breath holding” as a thermoregulation strategy in the deep-diving scalloped hammerhead shark 논문)/뉴스펭귄
(위부터) 상어가 잠수한 수심을 나타낸 그래프와 수온과 상어의 체온을 측정한 그래프다. 파란선은 상어 주변의 수온을 나타내며, 빨간선은 상어의 체온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사진 “Breath holding” as a thermoregulation strategy in the deep-diving scalloped hammerhead shark 논문)/뉴스펭귄

관찰 결과, 해당 종은 26℃ 부근의 해수면에서 수온이 평균 5℃인 수심 800m까지 잠수하는 동안 체온 변화를 거의 겪지 않았지만, 수심 290m 부근으로 상승할 때는 체온이 2.8℃정도 낮아졌다.

연구진은 "홍살귀상어가 심해로 잠수하는 동안 아가미를 닫음으로써 체온 손실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보통 아가미는 물속의 산소를 체내로 들여보내는 역할을 하지만, 차가운 물과 맞닿은 경우 마치 라디에이터처럼 근육과 혈액, 장기를 급격하게 냉각시켜 체온을 잃게 만든다.

체온이 낮아질 경우 사냥에서도 불리해지기 때문에 홍살귀상어는 아가미를 닫아 재빠른 움직임을 유지하는 것을 택한 것이다.

검은선은 수심, 빨간선은 상어의 체온을 나타낸 것이다. 상어는 마치 V자 형태로 가파르게 잠수한 후 수면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그 과정에서 상어의 체온 변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수심 290m 부근에서 다시 호흡하면서 체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Breath holding” as a thermoregulation strategy in the deep-diving scalloped hammerhead shark 논문)/뉴스펭귄
검은선은 수심, 빨간선은 상어의 체온을 나타낸 것이다. 상어는 마치 V자 형태로 가파르게 잠수한 후 수면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그 과정에서 상어의 체온 변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수심 290m 부근에서 다시 호흡하면서 체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Breath holding” as a thermoregulation strategy in the deep-diving scalloped hammerhead shark 논문)/뉴스펭귄

홍살귀상어는 심해로 잠수하는 동안 산소를 얻지 못하기 때문에 평균 17분가량의 잠수 시간 중 심해에서 활동하는 시간은 4분 정도로 그친다.

이후 수면으로 상승하면서 산소를 다시 채워 넣는데, 이때 수심 290m 부근의 차가운 해수가 아가미를 통해 유입되면서 상어의 체온이 일시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연구진은 "심해에 서식하는 먹잇감을 위해 짧은 시간 동안 숨을 참는 방식으로 진화한 홍살귀상어의 행동이 거두고래와 같은 해양 포유류의 사냥 전략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해양생물학자 마크 로이어(Mark Royer)는 "홍살귀상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은 해양 환경의 변화와 인간의 해양 환경 파괴에 대한 잠재적인 취약성을 다시금 확인시킴으로써, 해당 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홍살귀상어. (사진 IUCN)/뉴스펭귄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홍살귀상어. (사진 IUCN)/뉴스펭귄

한편 홍살귀상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급(Critically Endangered, CR)'종으로 등재돼 있다.

해당 종은 주로 혼획에 의해 개체수 감소를 겪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심해채굴 등에 의해 생태학적 지위가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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