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민달팽이?' 패각 반만 가진 신종 연체동물 발견

  • 이후림 기자
  • 2023.05.03 16:03
신종 세미슬러그 마이크로파마리온 살레히. (사진 Pierre Escoubas - Biodiversity Data Journal)/뉴스펭귄
신종 세미슬러그 마이크로파마리온 살레히. (사진 Pierre Escoubas - Biodiversity Data Journal)/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패각을 반만 가진 반민달팽이 신종이 발견됐다. 패각은 연체동물의 외투막에서 분비된 석회질이 단단하게 굳은 겉껍데기다.

네덜란드 생물다양성보존단체 택슨원정대(Taxon Expeditions) 소속 연구팀은 보르네오섬 북부 저지대 열대우림에서 '반민달팽이'라고 불리는 세미슬러그(Semi-slug) 신종을 발견했다고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생물다양성데이터저널(Biodiversity Data Journal)'에 실렸다.

지역 시민과 과학자들로 이뤄진 연구팀은 브루나이 울루템부롱국립공원에서 10일에 걸친 현장조사 중 신종 반민달팽이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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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달팽이는 몸길이에 비해 과하게 작고 짧은 패각이 특징이다. 패각을 가지고 있는 달팽이는 껍질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반면, 반민달팽이는 패각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작아 들어가지는 못한다. 외형적으로 보면 달팽이와 민달팽이의 경계에 있는 셈이다. 

패각은 비록 크기는 작지만 주변 환경으로부터 신체 일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보르네오섬 민달팽이 대부분은 반민달팽이 모습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신종 세미슬러그 마이크로파마리온 살레히의 패각. (사진 Kuala Belalong Field Studies Centre, Brunei Darussalam)/뉴스펭귄
신종 세미슬러그 마이크로파마리온 살레히의 패각. (사진 Kuala Belalong Field Studies Centre, Brunei Darussalam)/뉴스펭귄

연구팀은 최초 발견 이후 수년에 걸쳐 동일 개체 표본을 여러 개 수집해 연구했다. 그 결과 이 반민달팽이가 과학계에 처음 등장하는 신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신종은 다른 반민달팽이종에 비해 패각과 생식기 부분이 비교적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이나 낮 시간보다는 일반적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다.

신종 학명은 '마이크로파마리온 살레히(Microparmarion Sallehi)'로 명명했다. 지금은 은퇴한 살레 압둘라 배트(Salleh Abdullah Bat) 쿠알라벨라롱연구소 전 감독관 이름에서 따왔다. 감독관은 이번 현장조사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연구팀은 "누구나 탐험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학생을 비롯한 비전문가를 연구에 참여시켰다"며 "전세계 생물다양성은 극히 일부만이 목록화돼 있다. 21세기에 새로운 발견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대중의 선입견을 깨고 분류학적 발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전파하고 싶었다"고 연구 주요 목적을 밝혔다.

또 "이번 연구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생물들이 많다는 사실"이라며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품고 있는 숲이 기후위기와 인간활동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건 매우 비극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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