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날 특집③] 타일러 라쉬 특별 강연 "탄소중립은 목적지가 아닌데요?"

  • 조은비 기자
  • 2023.04.22 18:31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특별한 행사가 마련됐다. 세계자연기금(WWF) 홍보대사이자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저자인 타일러 라쉬(Tyler Rasch)가 지구의 날을 기념해 22일 오전 서울 노원구민의 전당에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얼마면 되겠니?' 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22일 노원구민의 전당에서 타일러 라쉬의 환경 특강이 열렸다 (사진 노원환경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22일 노원구민의 전당에서 타일러 라쉬의 환경 특강이 열렸다 (사진 노원환경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가까워지는
2도 상승의 세상

지구의 날은 1970년 4월 22일 미국 위스콘신주의 게이로드 넬슨(Gaylord Nelson) 상원의원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를 개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지구의 환경은 파괴됐고, 지구평균기온은 과도한 탄소배출로 인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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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구촌 195개국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해 산업화 이전 시대 대비 지구평균기온 상승이 1.5℃를 넘지 않을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2년 지구 표면온도는 1.1℃까지 상승했다.

인류는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고, 2℃가 넘어가는 재앙을 피할 수 있을까.

타일러 라쉬는 "우리가 탄소중립을 하고 있을 때 그 세상이 안 될 거라는 말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 이렇게 가면 2030년대에 2℃까지 상승한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전망했다.

지구의날 맞아 특별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타일러 라쉬 (사진 노원환경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지구의날 맞아 특별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타일러 라쉬 (사진 노원환경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그는 2℃가 올라가면 해수면 상승으로 국내의 공항, 항구 등 무역을 할 수 있는 시설의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해외에서 들어온 식품, 상품 없이 지낼 수 없다. 무역을 못하면 피해가 크다. 한국은 그런 나라다. 의료소모품도 해외에서 소재를 수입해서 쓰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기후위기'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이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기가 힘들어진다"라며 "기후위기의 핵심 원인은 바로 화석연료다. 화석연료가 대체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불가하다. 이걸 꼭 기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타일러 라쉬는 '기후위기'라고 하면 떠오르는 직간접적인 문제가 너무 많지만, 핵심 원인은 화석연료라고 강조했다 (사진 노원환경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타일러 라쉬는 '기후위기'라고 하면 떠오르는 직간접적인 문제가 너무 많지만, 핵심 원인은 화석연료라고 강조했다 (사진 노원환경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탄소중립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타일러 라쉬는 "탄소중립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라며 "(탄소중립은) 화석연료를 반대한다는 입장이 아니다. 흡수량에 맞춰서 배출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황 유지, 즉 동등한 수준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소중립은 충분하지 않다"라며 플리오세(Pliocene)를 예시로 들었다.

533만~258만년 전인 플리오세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60~460ppm 수준이었고, 지구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약 3℃ 정도 더 높았다.

그렇다면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기준 최근 측정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ppm을 넘어서는 지금. 지구평균기온이 3℃까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타일러 라쉬는 "인류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려면 대기에 배출돼 있는 탄소를 흡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진 노원환경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타일러 라쉬는 "인류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려면 대기에 배출돼 있는 탄소를 흡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진 노원환경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타일러 라쉬는 "그때와 지금은 서식 동물도, 기후 요인들도 다른 부분들이 있지만 플리오세에서 온도가 오르고 했던 것은 몇만 년 동안 서서히 이뤄진 일이고, 우리는 몇십 년 만에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배출을 그만두더라도, 이미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저대로 내버려 두면 위험한 상황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인류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려면 대기에 배출돼 있는 탄소를 흡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타일러 라쉬는 "탄소중립의 단계를 넘어서야 흡수량이 더 많아져서 이미 축적돼 있는 탄소를 줄일 수 있다. 탄소중립은 관문이다. 이것도 못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가능하면 빨리해야 한다"라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 목표라고 하는데 훨씬 더 빨리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일러 라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 목표라고 하는데 훨씬 더 빨리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노원환경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타일러 라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 목표라고 하는데 훨씬 더 빨리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노원환경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가져야 할 시각 및 실천

타일러 라쉬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사람들이 바꿔야 하는 착각 3가지와,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천 3가지를 소개했다.

1. 다음 세대를 위해 해결해야 한다는 착각

타일러 라쉬는 "지구의날은 1970년대에 지정됐다. 그때 '다음 세대를 위해 지구를 구하자'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그 표현을 지금에 와서까지 쓰는 건 '불의(不義)'"라며 "1950~1980년대 태어났다면, 기후위기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을 본인이 보게 돼 있다. 이 위기는 다음 세대를 위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 데이터에 대한 착각

그는 2019년 해수면 상승 통계가 나온 이듬해, 새로운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해서 넣었더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짚으며 "기후위기는 생각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통계로 완벽한 대책을 하면 된다고 여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3. 혼자서 하면 된다는 착각

타일러 라쉬는 "앞서 미국의 1인당 연간 평균 탄소배출량이 16톤이었다. 개인이 노력해서 탄소배출을 0으로 끌어내리면 16톤이나 아낀 것이니 효과가 있을 것 같지만, 미국에서 배출되는 전체 양의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일상에서 완벽하게 실천하겠다' 이렇게 접근을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같이 할 수 있는 제도적 해결을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타일러 라쉬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사람들이 바꿔야 하는 착각 3가지와,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천 3가지를 소개했다. (사진 노원환경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타일러 라쉬는 기후위기와 관련해 사람들이 바꿔야 하는 착각 3가지와,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천 3가지를 소개했다. (사진 노원환경재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그는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천으로 3가지를 추천했다.

1. 투표

타일러 라쉬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제주도"라며 "대한민국 전체는 약 7~8%지만 제주도는 약 17%다. 하지만 해상풍력을 만들어만 놓고 잘 안 돌리니까 왜 가져다 놓은 거냐고 한다. 왜 그럴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정책상으로 천연가스를 먼저 쓰고, 에너지가 추가적으로 더 필요할 때만 해상풍력에너지를 쓰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짚으며 "정책상 순서가 그렇게 돼 있으니까 결국 재생에너지에 크게 적극적일 수가 없다. 이런 간단한 것들을 정책을 통해 바꿀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건 그냥 하나의 예다.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투표 하나만으로 시스템을 결정하는 사람들을 뽑을 수 있다"라며 "혼자서 하는 행동 중 임팩트가 있는 실천 1위가 투표"라고 강조했다.

2. 소비활동

타일러 라쉬는 친환경 인증을 요구하고, 인증이 있는 것을 소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친환경 인증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증을 받으려면 기업이 독립적인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 주제가 중요하고 소비자에게 이런 걸 분별할 장치를 마련하는데 협조한 것"이라며 "기후위기에 대한 노력을 응원하고, 노력을 안 하는 기업을 분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3. 말하고 다니는 것

타일러 라쉬는 "말을 해야 다른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는 데 참여를 해갈 수 있다"라며 '배달의 민족'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지속가능성 평가를 하시는 분이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배달을 시켰다가, 일회용품이 너무 많으니까 (배달의 민족에) 편지를 썼다고 한다. '일회용 젓가락'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을 넣어주면 좋겠다고 요구하자 바로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타일러 라쉬는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제도가 바뀐다. 참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돈이 있고 입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향해서 관심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제도적인 해결책이 등장하기 시작한다"라며 "꼭 우선순위에 놓아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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