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반도체 온실가스 배출량 8600만톤, 허용치의 2.8배

  • 김지현 기자
  • 2023.04.20 16:52

그린피스, 동아시아 13개 반도체 기업 ‘보이지 않는 배출’ 보고서 발표
삼성전자 온실가스 배출량, 3200만톤으로 13개 기업 중 최대 수준

(사진 Pixabay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Pixabay 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에 허용된 배출량의 2.8배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일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동아시아 반도체 제조업체 13곳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측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반도체 제조업은 기술 분야 중에서도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반도체 제조업은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산업용 전력 사용량의 14%인 41TWh(테라와트시)를 썼다. 그런데 동아시아 전역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대부분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반도체 제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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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스마트폰,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전자제품의 핵심 구성 요소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제조 산업은 2030년까지 시장 규모가 두 배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력 사용량이 늘어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할 예정이지만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배출 감축 노력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반도체 제조업체 대부분이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장기 목표만 설정한 채 중단기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공약을 이행한다고 해도 2030년에 전력을 286TWh 소비해 온실가스 8600만톤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책정한 2030년 배출량(3000만톤)보다 2.8배 많은 양이다. 포르투갈이 2021년 배출한 온실가스 4080톤의 두 배가 넘는다.

보고서는 TSMC, SK하이닉스 등 10곳은 2030년 이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로 접어드는 반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입신정밀 3곳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 세계 반도체 제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과거 데이터 및 예측치 (그래픽 그린피스 '보이지 않는 배출' 보고서)/뉴스펭귄
전 세계 반도체 제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과거 데이터 및 예측치 (그래픽 그린피스 '보이지 않는 배출' 보고서)/뉴스펭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업들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공약을 이행할 경우 2029년 3500만톤으로 정점에 도달한 후 정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것이 배출량 정체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 반도체 제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과거 데이터 및 예측치 (그래픽 그린피스 '보이지 않는 배출' 보고서)/뉴스펭귄
한국 반도체 제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과거 데이터 및 예측치 (그래픽 그린피스 '보이지 않는 배출' 보고서)/뉴스펭귄

그러나 반도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해마다 증가해 2030년에는 13개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2030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에 전력 55TWh를 사용해 온실가스 3200만톤을 배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온실가스 배출량 과거 데이터 및 예측치 (그래픽 그린피스 '보이지 않는 배출' 보고서)/뉴스펭귄
삼성전자 온실가스 배출량 과거 데이터 및 예측치 (그래픽 그린피스 '보이지 않는 배출' 보고서)/뉴스펭귄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국내외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시설에 대한 중단기 감축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9월, 2050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국제 민간 캠페인(이하 RE100)에 가입하고, 2027년까지 국외 사업장의 전력 사용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20년 기준 한국 사업장에서 전 세계 삼성전자 사업장 전력의 73%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한국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리기 위한 중단기 계획은 수립하지 않고 있다.

그린피스는 반도체 제조 업체에 100%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2030년으로 앞당겨 빠른 시일 내에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늘리고, 정부와 협력해 재생에너지 친화적인 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쉐잉(Wu Xueying) 그린피스 동아시아 글로벌 기술 프로젝트 책임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TSMC 모두 일부 국가보다 많은 양의 전기를 소비하고 있지만 탄소 감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그들의 고객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던 것처럼 2030년까지 전력 사용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의 글로벌 고객사들은 2030년까지 자사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신속하게 늘리지 않으면 수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202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국내 반도체 제조업이 RE100 달성에 실패한다면 반도체 부문에서 수출이 31%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삼성전자는 기후위기 문제 해결의 책임감을 갖고 국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면서 “중단기 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기후 리스크는 점점 커져 통제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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