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어업 수산물, 한국은 가리지 않고 먹을 것인가

  • 임병선 기자
  • 2023.04.20 08:53
굴비는 종종 수입 가이석태류 어류로 만들어진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굴비는 종종 수입 가이석태류 어류로 만들어진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전 세계 수산물 유통망에서 불법 어업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불법 어업으로 잡힌 수산물 수입을 막을 제도가 미흡하다는 보고가 나왔다.

국제 환경NGO 환경정의재단(Environmental Justice Foundation)은 국내 수산물 이력추적 제도의 허점을 짚은 보고서 ‘허물어진 장벽 : 수입 수산물 이력 관리 실태, 문제점 및 개선 제언’을 최근 발간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유통되는 수산물이 불법 어업으로부터 매우 불안전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환경정의재단은 먼저 “한국은 세계 5위 수산물 수입국으로 2021년 기준 132개국으로부터 총 6억400만톤, 62억달러(약 8조 2500억 원)를 수입했다”며 “주요 교역국은 중국, 러시아, 베트남, 노르웨이, 미국 등이며 상위 5개국이 수입액 중 67%를 차지한다”고 보고서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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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산물 수입처 국가 순위 (사진 환경정의재단)/뉴스펭귄
한국의 수산물 수입처 국가 순위 (사진 환경정의재단)/뉴스펭귄

문제는 상위 3개국인 중국, 러시아, 베트남이 불법 어업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불법 어업을 더욱 정확히 설명하면 'IUU(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이라고 하는데 중국은 IUU 어업 지수 1위, 러시아는 IUU 어업 지수 2위, 베트남은 예비 IUU 어업국이다.

수산물은 전 세계적으로 육류나 농산물 등에 비해 공급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불법 어획에 취약하다. 단적인 예로 어류가 잡히면 배가 어류를 내려놓은 항구를 기준으로 원산지가 매겨지기 때문에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 이는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구매할 때 어떻게 생산된 제품인지 알기 어렵다는 의미다.

수입 수산물은 특히 국제법을 피해 이뤄지는 IUU 어업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양 환경 악화와 인권 침해 등에 노출된다. 불법 어획은 어종이나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특정 어종의 씨를 말리거나,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다른 해양생물을 멸종으로 몰아간다. 예를 들어 전 세계 8~20마리만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돌고래류 바키타(Vaquita)는 토토아바(Totoaba)라는 어류를 잡으려는 불법 어구에 의해 멸종 직전으로 몰렸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수산물 이력추적 제도가 도입됐다. 국제사회는 IUU 어업으로 잡힌 수산물을 근절하기 위해 참여국에게 ‘어획증명제도(CDS)’와 ‘수입산물 유통이력 신고제(STS)’를 쓰도록 한다. 한국은 꽁치, 조기로 유통되는 영상가이석태와 긴가이석태 총 3종을 어획증명제도 안에 포함시켰으며, 21개 수입 어종은 유통이력 신고제로 관리한다.

하지만 이런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태다. 환경정의재단은 국내 유통되는 수산물에서 IUU 어업, 인권 침해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은 사례 145건을 찾았다. 불법을 저질렀던 이력이 있는 수산회사의 대만산 꽁치가 수입된 사례, 시에라리온에서 한국으로 어류를 수출하는 한국인 소유 업체가 불법 조업을 하다 재단 측에 확인된 사례 등이다. 

긴가이석태가 참굴비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 환경정의재단)/뉴스펭귄
긴가이석태가 참굴비로 판매되고 있다. (사진 환경정의재단)/뉴스펭귄

보고서가 지적한 한국 이력추적 제도의 문제점은 모두 4가지다. 이중 어획증명제도와 수입수산물 유통이력 신고제에 필수 정보가 누락됐다는 점, 대상 어종이 너무 적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한국 이력추적 제도는 EU와 미국이 권장하는 정보에 비해 필수적인 요소를 거의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정의재단은 자체적으로 어획증명제에 포함돼야 할 정보 17개를 권장하는데, 한국의 어획증명제는 30%(5개)만 담고 있다. 반면 EU는 76%, 미국은 71%, 일본은 65%로 한국 수준을 상회했다.

(사진 환경정의재단)/뉴스펭귄
(사진 환경정의재단)/뉴스펭귄

재단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어획증명제도로 어떤 업체가 어떤 수산물을 잡았는지는 그나마 파악할 수 있지만 언제, 어디서 잡았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 유통이력 관리제도의 경우는 수입업자와 품명, 판매 내역만 담길 뿐 안전성에 대한 정보는 없다.

(사진 환경정의재단)/뉴스펭귄
(사진 환경정의재단)/뉴스펭귄

한국 정부가 이력추적 규정을 적용한 어종은 2021년 기준 전체 수산물 수입액 중 어획증명제도 2.1%, 유통이력 신고제 12.1%에 불과했다. 전 세계 수산물 중 20%가 불법 어획 혹은 판매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력추적 적용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환경정의재단은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대다수 어종이 IUU 어업 위험에 노출돼 있고 남획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불법 어업 고위험 어종들은 쉽게 감시망을 피해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단이 조사한 실제 사례에 따르면, 가나에서 어린 물고기를 남획하고 어획량을 허위 보고해 체포됐던 중국 수산업체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한국에 황다랑어와 다랑어류 수출 8건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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