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환경칼럼] 기후뉴스의 지속가능성, 시민의 힘으로

  • 김기정 / 발행인
  • 2023.04.19 05:00
뉴스펭귄의 후원요청 페이지 일부(뉴스펭귄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뉴스펭귄의 후원요청 페이지 일부(뉴스펭귄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환경전문케이블TV‘였던’ 환경TV는 이른바 ‘1세대 케이블TV채널’이다. 전신(前身)인 센추리TV가 YTN과 같은 시기인 1995년에 설립됐다. 2001년에 환경TV로 채널명을 바꿨고 2005년에는 방송위원회로부터 공익채널 승인을 받았다. 전국의 모든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환경TV를 의무적으로 송출했고, 미래를 믿었던 설립자는 환경TV 운영에 전재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수익이 제작비 등에 턱없이 모자랐다. 케이블TV의 수입원은 가입가구수와 실제 시청자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환경을 주제로 한 공익채널은 시청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기업체 등에서 광고를 따내기 어렵고 광고비도 적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SO로부터 배정받는 수신료 등에서도 불리해진다. 결국 설립자는 공익채널로 선정된 지 5년 만에 손을 들었고, 환경TV는 껍데기만 남은 채로 다른 사업자들에게 두 차례 넘어갔다가 끝내는 2018년 초에 폐국됐다. 설립자는 환경이라는 ‘키워드의 미래’를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넣었지만, 환경TV는 그렇게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포털사이트 등에서 검색하면 등장하는 ‘환경TV’라는 매체는 케이블TV 환경TV와는 전혀 관계없다.)

 

2011년부터 약 7년 동안 환경TV 대표이사로 일하면서 내가 가장 뼈저리게 느낀 사실 하나는 환경매체로는  ‘먹고 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국의 SO 담당자들은 ‘환경TV가 왜 케이블채널의 100번 안쪽 번호를 받아 모든 국민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외면했다. 이유는 환경이 재미없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 가요, 오락, 스포츠 등 재미있는 채널을 배정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판에 기껏 동물다큐멘터리나 환경정책토론 등을 내보내는 환경TV를 좋은 번호에 배정하고 수신료도 듬뿍 줄 SO는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자주 노출되는 앞 번호가 아니라 뒤로 한없이 처지다 보니 광고효과가 저조한 것은 당연한 결과. 광고비는 계속 줄어들고 수신료 수입도 쥐꼬리만 한데 제작과 영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니 폐국은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환경TV에 선한 의지를 베풀어달라는 호소는, 이 채널이 미래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니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간청은, 개인이 버티는데 한계가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SO에게, 광고주에게, 정부당국에 무의미한 소음 정도에 불과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한 환경문제가 글로벌이슈로 급부상하자 우리나라 언론매체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환경분야 취재팀을 별도로 두거나 신문지면 또는 방송시간 배정을 늘려 관심사를 따라잡느라 부산하다. 특히 ESG는 대형 언론사들에게 그야말로 호재다. 기업체와 공기업, 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저마다 ESG를 찾아 헤매니 부실하기 짝이 없는 콘텐츠로 대충 ESG를 얼버무려 내놓는다. ESG 콘텐츠의 부실함은 뉴스에 머무르지 않는다. ‘ESG 화장술’이 필요한 기업 등에게 '무슨 무슨 ESG대상' 등을 남발한다. 상을 주는 언론사나 상을 받는 기업체들이나 낯 부끄러울만 하건만 그런 염치를 차리기에는 서로 다급하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당장 ESG를 압박하는 당국에게 면피할 ‘실적’이 필요하고, 공급자들로서는 이처럼 손쉬운 돈벌이가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글로벌 스탠다드 또는 데이터를 근거로 정부와 기업체 등을 비판해야 하는 언론의 칼끝은 무뎌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정책 기조가 다소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자 언론사들도 관련 보도에 소극적인 자세로 슬그머니 돌아서기도 한다. 환경취재팀이 해체되는 경우도 있다. ‘기후·환경 보도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뉴스룸에서 확산하고 있지만, 재난, 이상기후 등 현안이 있을 때 반짝하다 잠잠해지는 패턴은 여전하다’(진민정 등, 『기후 환경 저널리즘의 범주와 활성화 방안』, 2022)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기후위기는 트렌드 또는 패션이 아닌데, 대다수의 언론매체들은 그 층위에서 기후위기를 다루고 접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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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매체도 기업이니 지속가능하려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아무리 뜻이 높고 언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한다고 해서 기업으로서 영속성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기업체도 사명에 충실한 언론매체의 선한 의지를 칭찬하기는 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공익성이 강한 언론매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따라서 기성 언론들이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를 수익창출의 호재로 활용한다 해서 마냥 비난할 일은 아니다. 물론 올바른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전제에서다. 하지만 정부도 기업체도 기성 언론매체들이 사용하는 방식 또는 수준에 관대한 편이다. 큰 언론매체와 각을 세워봐야 피곤할 뿐이니까. 따라서 기후위험에 전문성을 지닌 작은 언론매체는 정부와 기업의 시야에서 한참 벗어난다. 언론매체의 영속성을 상당 부분 담보하는 광고시장의 파이는 작은 매체에게 있어서 이미 한참 기울어진 운동장일 뿐이다. 작은 매체들이 그 파이의 아주 작은 조각이라도 차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언론매체이기를 포기해야 가능하다.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에서 기후위기 보도는 여전히 후순위다. ‘기후변화(위기)가 긴 기간에 걸쳐 일어나고, 미래의 일이다 보니 기후보도가 시의성, 긴박성의 뉴스가치를 중시하는 전통 언론의 문법에 가로막히는 것이다. (진민정 등, 앞의 책)’. 그렇다면, 기후위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언론매체들이 주목받고 부상해야 마땅하다. 기후위기만을 천착하며 현상과 사건을 들춰내고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기후뉴스매체를 사회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야 하는 것 아닌가. 기존의 언론광고시장에서 기후전문 매체에 파이를 어느 정도 할당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앞서 환경TV의 예에서 본 것처럼, 환경이라는 가치에 기업들이 설득당할 만큼 순진하지도, 한가하지도 않다.

 

 

프랑스의 기후환경전문매체 르포르테르의 후원요청 글. 모든 기사의 본문 끝에 바로 붙어 있다. (르포르테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뉴스펭귄
프랑스의 기후환경전문매체 르포르테르의 후원요청 글. 모든 기사의 본문 끝에 바로 붙어 있다. (르포르테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뉴스펭귄

 

미국의 기후환경전문매체 그리스트의 후원요청 글(위). 모든 기사의 본문에 이어 바로 나타난다. 아래는 프로팅 배너.(그리스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뉴스펭귄
미국의 기후환경전문매체 그리스트의 후원요청 글(위). 모든 기사의 본문에 이어 바로 나타난다. 아래는 프로팅 배너.(그리스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뉴스펭귄

그렇기에 기후뉴스 전문경영인의 입장에서는 기후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민들의 후원이 적극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유럽과 미국의 기후전문매체들은 시민들의 후원을 토대로 양질의 기후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의 환경전문 매체 르포르테르(Reporterre), 미국의 환경전문 뉴스미디어 그리스트(Grist) 등이 좋은 사례다. 이들 매체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후원을 요청한다. 자사 홈페이지 메인페이지 상단에 후원요청 배너를 큼지막하게 배치하고, 기사 본문에 바로 붙여서 장문의 후원요청서를 게시한다. 금액에 관계없이, 월정액이든 일회성이든 상관 않고 독자들로부터 지원 받은 재원만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이로써 자사의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권력이나 자본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취재, 보도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조효제교수는기후위기에 대한 궁극적 대응은 기술관료적 전문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결정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르포르테르의 설립자 에르베 켐프는생태문제가 21세기의 본질적인 정치문제라고 통찰했다. (진민정 등, 앞의 책). 정치를 움직이는 힘은 시민들의 투표다. 정치권이 기후위험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만들려면시민의 참여와 결정이 중요하다. 기후전문매체는 이런 시민들과 함께, 시민들의 힘으로 정치권을 추동할 수 있다. 뉴스펭귄이 적극적으로 시민의 후원을 요청하는 근거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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