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지역 민물거북은 밤에 '월광욕'을 한다?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민물거북의 월광욕(月光浴)에 대해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거북이 체온조절을 위해 일광욕(日光浴)을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광범위한 지역에서 민물거북의 월광욕을 관찰하고 기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를 주도한 호주 라트로브대학(La Trobe University) 도널드 맥나이트(Donald McKnight) 박사가 밤에 달빛을 쬐는 것처럼 보이는 민물거북을 처음으로 발견한 곳은 호주 타운즈빌의 로스강이었다.

맥나이트 박사는 "(민물거북들이) 밤에 통나무 위에 올라와서 낮과 거의 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후 더 자세한 조사를 위해 호주, 벨리즈, 독일, 인도, 세이셸, 세네갈, 트리니다드 및 토바고,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25개 지역에 2분마다 1장의 사진을 찍어내는 카메라를 설치했다.

인도의 일부 호수 등 카메라 설치가 어려웠던 장소는 연구원이 직접 현장에 주둔해 관찰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그 결과 연구팀에게 포착된 민물거북 29종 중 13종에게서 월광욕을 하는 듯한 행동이 확인됐다.

'Well, it's a marvelous night for a moondance
With the stars up above in your eyes
A fantabulous night to make romance
'Neath the cover of October skies.' ⤵️

pic.twitter.com/MG173Yu0oo

— La Trobe University (@latrobe) April 5, 2023

국제학술지 지구생태학 및 보존(Global Ecology and Conservation)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월광욕의 빈도와 지속시간은 종과 계절별로 다르게 나타났지만, 낮에 이뤄지는 일광욕에 비해서 상당히 길게 이뤄졌다.

맥나이트 박사는 "논문에는 훌륭한 내용이 많이 있지만 가장 큰 발견은 13종의 민물거북이 밤에 달빛을 쬐는 행동은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국한돼 있어 온도와 관련이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Just a sample of some of the crazy photos we obtained pic.twitter.com/CCLw0ZR0qt

— Donald McKnight (@donaldmcknight2) March 30, 2023

아직 월광욕의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 연구는 단지 이 같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중요한 단계일 뿐"이라고 전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월광욕은 많은 종의 생태에서 간과되는 측면일 가능성이 높고, 온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후변화 상황에서 거북의 지속성과 행동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