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라도 팔자" 국가부도 스리랑카, 중국에 멸종위기종 수출 검토

  • 이후림 기자
  • 2023.04.17 16:18
토크마카크 어미와 새끼 (사진 Senthi Aathavan Senthilverl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토크마카크 어미와 새끼 (사진 Senthi Aathavan Senthilverl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스리랑카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토종원숭이 10만마리를 중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FP통신은 국가부도 사태에 빠진 스리랑카가 멸종위기종이자 토종원숭이 '토크마카크' 10만마리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힌다 아마라위라(Mahinda Amaraweera) 스리랑카 농업부 장관은 중국 측 요청에 따라 중국 동물원 1000여곳에 토크마카크 원숭이 10만마리를 전시용으로 판매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당국은 토크마카크 개체수가 300만마리에 육박하면서 지역 농가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이유로 이 같은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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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스리랑카는 살아있는 동물에 대한 수출을 대부분 금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에 몰리면서 중국이 제시한 원숭이 거래 제안을 되도록 받아들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리랑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핵심산업인 관광업이 무너져 나라 전체가 경제난에 빠졌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스리랑카는 외국 정부에 140억달러가 넘는 금액을 빚졌는데, 이중 52%를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크마카크 (사진 Gihan Jayaweera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토크마카크 (사진 Gihan Jayaweera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원숭이 판매 가격이나 수출 조건 등 세부사항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강한 반발에 나섰다.

비록 토크마카크가 자국 내에서는 매우 흔하게 발견돼 유해동물로 여겨지지만 여전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 단계에 처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라는 이유에서다.

토크마카크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토크마카크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토크마카크는 스리랑카 고유종으로 몸무게 2~8㎏, 몸길이 35~62㎝에 불과한 작은 체구를 가진 원숭이다. 서식지 파괴, 사냥, 밀매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했고 스리랑카 야생에는 200만~300만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당국에서 실시하는 토크마카크 개체수 조사가 40년 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거래에 앞서 개체군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원숭이를 대량으로 데려가려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스리랑카 환경재단 소속 자가스 구나와르다나(Jagath Gunawardana) 변호사는 "중국이 왜 그렇게 많은 원숭이를 한꺼번에 데려가려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며 "의학 연구를 위한 실험동물로 사용하거나 식용으로 거래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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