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도는 신난 고릴라, 이유 있었다?

  • 이후림 기자
  • 2023.04.13 14:35
빙글빙글 도는 고릴라 (사진 달라스동물원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빙글빙글 도는 고릴라 (사진 달라스동물원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인간 외 유인원도 감각을 자극하고 마음을 전환하려는 욕구를 가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회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빙글빙글 돌거나, 언덕을 구르거나, 그네를 타면서 뒤따르는 현기증 혹은 어지러움과 같은 감각을 즐기기 때문이다. 인간은 성장할수록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더 강한 방법을 찾는다. 예컨대 춤, 스케이트, 롤러코스터 등 놀이를 즐기거나 니코틴, 알코올, 카페인 등에 중독되는 식이다.

이렇듯 감각을 자극하고 바꾸려는 욕구를 가진 영장류가 비단 인간뿐만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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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버밍엄대학교 언어학과 마커스 펄만(Marcus Perlman) 교수 연구진은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등 인간 외 유인원도 빙글빙글 도는 행위를 통해 감각을 자극하려는 욕구를 가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변화하는 심리상태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특성이 공통조상에게 왔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관련 논문은 국제과학저널 '영장류' 3월호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과 최대 98% 이상의 DNA를 공유하는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등은 인간과 유사한 신경생리학적 특성을 공유한다. 유사한 DNA만큼이나 감각을 변화시키고 자극하려는 인간 욕구를 이들도 느끼는 이유다. 연구진은 이러한 욕구가 인간의 심리 진화에도 일부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물 안에서 빙글빙글 도는 유명 고릴라 영상을 비롯해 백플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회전하는 유인원 모습을 담은 영상 수백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이 초당 2~3회전의 속도로 회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 개체는 밧줄이나 덩굴을 사용해 긴 시간 동안 빠르게 회전했다. 이 중에는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직전까지 빙글빙글 도는 개체들도 있었다.

 

연구진은 "회전은 심리 의식 상태를 바꾸고 몸, 마음의 반응과 균형을 교란해 메스껍고 현기증이 나게 한다"며 "해당 개체들은 현기증을 느끼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균형을 유지할 수 없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회전을 멈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인원과 인간 사이 긴밀한 진화적 관계를 고려할 때, 회전의 동기는 감각을 자극하고 마음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즐기는 공통 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즐거움을 얻기 위해 술과 담배, 마약에 이르기까지 회전을 뛰어넘는 강력한 자극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습성이 과거 인류 조상에서 기원했을 수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진은 실험에 사용된 영상 다수가 사육시설에서 촬영된 점을 들어, 동물원에 갇힌 개체들의 경우 회전을 하는 행위가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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