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괭이·돌고래 등 대형해양동물 사체서 미세플라스틱 다량 검출

  • 이후림 기자
  • 2023.04.12 16:34
상괭이 부검 현장 (사진 국제해양환경학술지 마린폴루션불러틴 논문, 김태원 교수)/뉴스펭귄
상괭이 부검 현장 (사진 국제해양환경학술지 마린폴루션불러틴 논문, 김태원 교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한국 바다에 서식하는 대형해양동물 몸속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하 IUCN)은 매년 플라스틱 폐기물 약 1400톤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으로 추정했다. 해저에서 빙하, 극지에 이르기까지 바다의 모든 영역이 플라스틱으로 뒤덮이고 있다는 증거는 그간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됐다. 한국 바다도 예외는 아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이 국내 해역에서도 우려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김태원 교수 연구진은 국내 해역에서 죽은 채 발견된 대형해양동물 5종 사체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를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관련 논문은 국제해양환경학술지 '마린폴루션불러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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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한국 해역에 좌초된 상괭이 7마리, 붉은바다거북 2마리, 긴수염고래 1마리, 남방큰돌고래 1마리, 참돌고래 1마리 등 총 12마리를 대상으로 부검을 진행한 결과, 모든 사체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상괭이, 붉은바다거북, 긴수염고래, 남방큰돌고래, 참돌고래 5종은 모두 IUCN 적색목록에 올라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연구에 사용된 해양동물 표본 종류와 발견 지점, 길이와 소재 등 (사진 국제해양환경학술지 마린폴루션불러틴 논문, 김태원 교수)/뉴스펭귄
연구에 사용된 해양동물 표본 종류와 발견 지점, 길이와 소재 등 (사진 국제해양환경학술지 마린폴루션불러틴 논문, 김태원 교수)/뉴스펭귄

소화기관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은 총 1902개로 소재는 18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폴리프로필렌(PP)이 44%로 가장 많았고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17%), 폴리에틸렌(PE·11%)이 뒤를 이었다. 이들 소재는 어업에서 어망, 낚싯줄, 밧줄 등으로 널리 사용되며 포장재와 플라스틱 상자, 컵과 같은 일회용 제품에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플라스틱 평균 길이는 273.2㎛(마이크로미터)다. 색상은 투명색, 흰색, 검은색, 파란색이 일반적이었다.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검출된 해양동물은 상괭이로 확인됐다. 수심 100m 이하 얕은 물에서 먹이를 찾는 것을 선호하는 만큼, 오염이 심한 연안 해역에 머무르며 미세플라스틱에 더 자주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괭이 (사진 해양수산부)/뉴스펭귄
상괭이 (사진 해양수산부)/뉴스펭귄

연구진은 "해양생태계 플라스틱 오염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육지에서 흘러간 플라스틱은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동물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이 대형해양동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생태계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려진 폐그물은 해양동물의 질식 또는 익사로 이어질 수 있고, 번식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해양동물은 소화작용이 약화돼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염증, 세포정지 및 대사문제 등이 나타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도 비슷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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