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타고 영국에 밀입국한 멸종위기 개구리

  • 이후림 기자
  • 2023.04.07 13:06
영국에서 발견된 님바산갈대개구리 (사진 Jan Giovinazzo 페이스북)/뉴스펭귄
영국에서 발견된 님바산갈대개구리 (사진 Jan Giovinazzo 페이스북)/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아프리카에 살던 개구리가 영국에서 발견됐다.

영국 BBC는 최근 영국 한 슈퍼마켓 바나나 판매 코너에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토착종인 '님바산갈대개구리(Hyperolius nimbae)'가 발견됐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개구리는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수출한 바나나를 타고 약 5000㎞ 떨어진 영국 서리주 엡섬 지역까지 오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비행기로는 약 5시간 떨어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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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주민 얀 조비나조(Jan Giovinazzo)는 마트에서 구매한 바나나 껍질을 벗기러 싱크대로 향하던 중 작은 개구리를 발견했다. 몸집은 100원짜리 크기 정도로 매우 작았다. 개구리는 발견 당시 긴 여정에 지친 듯 별 움직임이 없는 상태였다.

얀은 온라인 검색을 통해 해당 종이 코트디부아르 토착종 님바산갈대개구리인 것을 확인했다. 확인 즉시 개구리를 통풍이 잘 되는 작은 플라스틱 상자에 넣고 라디에이터를 틀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치했다.

(사진 RSPCA)/뉴스펭귄
(사진 RSPCA)/뉴스펭귄

얀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적응하지 못할까 걱정돼 라디에이터 근처에 놓았다"며 "녀석은 굉장히 편안해 보였고 짧은 낮잠도 즐겼다"고 말했다.

얀은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에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 외래종을 야생으로 풀어주는 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얀의 보살핌 덕분인지 개구리는 무사히 깨어났고 다행히 생명에도 지장이 없는 상태로 판단됐다.

바나나를 타고 영국까지 오게 된 님바산갈대개구리는 곧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다시 긴 여정을 떠나기 전에 검역소에서 안정을 찾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님바산갈대개구리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님바산갈대개구리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한편 코트디부아르 산림과 늪지대에 서식하는 님바산갈대개구리는 1967년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약 40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2010년 재발견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 단계에 등재돼 있다. 주 위협은 산림 훼손으로 인한 서식지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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