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달성 위해 '탈석탄' 속도 4.5배 높여야…한국 현실은? 

  • 남예진 기자
  • 2023.04.07 13:35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탈석탄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오히려 지난해 전 세계 석탄 사용량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환경연구단체 '글로벌에너지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 GEM)'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 세계 석탄 발전소의 발전 용량은 총 2500GW로 그중 약 3분의 1은 가동 중단일이 결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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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은 석탄 발전량을 13.5GW 줄여 탈석탄 선두를 달렸고, 에너지 부족으로 시름 앓던 유럽도 2.2GW를 줄이는 등 전 세계적으로 탈석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리 기후변화협정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한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가 파리 기후협정에서 내세운 기후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선 204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소 가동을 중단해야 할 뿐 아니라 석탄 발전소 증설을 중단해야만 한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2030년까지 석탄 발전량을 매년 60GW씩 줄여 나가야 하며, 비 OECD국가는 2040년까지 석탄 발전량을 매년 91GW씩 감축해야 한다. 

하지만 OECD 국가 중 약 70%, 비 OECD 국가의 석탄 발전량 중 불과 6%만이 단계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2000~20222년 동안 석탄발전량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하면서 석탄발전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상태다.(사진 Global Energy Monitor, Boom and Bust Coal 2023 보고서)/뉴스펭귄
2000~20222년 동안 석탄발전량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하면서 석탄발전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상태다.(사진 Global Energy Monitor, Boom and Bust Coal 2023 보고서)/뉴스펭귄

특히 2022년은 석탄발전소 증설로 인해 발전량이 45.5GW 늘어난데 반해, 폐쇄된 발전소의 발전량은 26GW로 석탄 순 발전량은 전년대비 1%(19.5GW)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늘었지만, 전반적인 탈석탄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에 기후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석탄 발전소를 4.5배 빨리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탈석탄 속도 감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부족에 시달린 국가들이 석탄 사용량을 늘린 것도 있지만, 중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는 탈석탄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오히려 석탄 발전을 늘리는 추세다.(사진 Global Energy Monitor, Boom and Bust Coal 2023 보고서)/뉴스펭귄
전 세계는 탈석탄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오히려 석탄 발전을 늘리는 추세다.(사진 Global Energy Monitor, Boom and Bust Coal 2023 보고서)/뉴스펭귄

중국은 지난해 증가한 석탄 발전량 45.5GW 중 59%를 생산해 냈을 뿐 아니라, 석탄 발전소 증설을 통해 발전 용량을 126GW 더 늘릴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석탄 발전량을 20% 감축했지만, 중국이 석탄 발전량을 38% 증가시켜 전 세계의 탈석탄 노력을 상쇄하고 있다.

건설 중인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진 삼척블루파워)/뉴스펭귄
건설 중인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진 삼척블루파워)/뉴스펭귄

한편 한국은 2050년까지 탈석탄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까지 총 발전 용량이 31.7GW 규모인 석탄 발전소 41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국내 석탄 발전량인 39.1GW보다 19% 적은 것으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총배출량을 40% 감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정부는 시민들의 탈석탄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부터 강릉 안인화력발전소를 가동했고, 2024년까지 신규 발전소 3기를 추가로 가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 시장에서 석탄 채권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2023년 삼척블루파워가 채권 발행을 통해 2250억원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기관 투자자들의 응찰액은 약 80억원, 즉 3.5%에 그쳤다. 

GEM은 한국이 석탄 의존도를 신속하게 낮추지 못할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 재무적 위험이 뒤따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직면한 재정위기를 지목했다.

한전은 지난해에만 32조6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 중 약 30%가 석탄 발전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전은 경영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 부동산 매각, 유연탄 공동구매 조치 등을 추진했지만, 이미 국내 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GEM은 "한전과 국내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을 위해선 탈석탄을 실천해야만 한다"라며 "청정에너지 전환을 미룰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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