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나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존재가 아니에요

  • 손아영
  • 2023.04.05 16:46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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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늑대가 살았었다?


[뉴스펭귄 손아영] 한국에도 늑대가 살았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00년대 초에 러시아 학자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늑대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은 한국의 야생에서 늑대를 찾을 수 없는 걸까요? 일제강점기 당시의 '해수구제 정책' 때문입니다. ‘해수구제’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짐승을 박멸한다는 뜻인데요. 30년 동안 무려 1300마리가 넘는 늑대가 사살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늑대가 사라진 뒤 생태계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했죠. 늑대는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리스 리에나르의 동화 <돌아와 늑대, 숲을 구해줘>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늑대가 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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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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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세상이 맨 처음 생겨난 때, 온 세상은 젖은 흙냄새와 전나무 향기로 가득했습니다. 크고 작은 짐승들은 늑대의 보살핌 아래서 별과 달의 움직임을 따르며 살았죠. 늑대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모두들 늑대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습니다. 늑대의 노래를 통해 모두가 포근하고 따뜻한 꿈을 꿀 수 있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늑대는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는 동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무리 안에서 대부분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며, 뭔가 합의가 되지 않거나 중요하게 결정할 일이 생기면 많은 의사소통을 거친다고 합니다. 그 방식 중 하나가 바로 ‘하울링’입니다. 우리가 늑대를 표현할 때 ‘아우우~’ 소리를 내는 행위죠. 늑대들은 이 하울링을 통해 무리의 동질감을 확인하거나 서로 대화를 나눕니다. 

 


늑대와 함께 사라진 자연의 평화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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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던 숲속에 들어온 인간이 첫 번째 늑대를 죽였습니다. 그 뒤로도 두 번째, 세 번째 늑대를 죽였죠. 인간은 늑대의 힘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늑대를 죽이고 또 죽였죠. 결국 늑대들은 아무도 찾아내지 못할 곳으로 숨어버렸습니다. 달이 뜨지 않는 곳으로요. 그렇게 숲속은 늑대의 노래도, 이야기도 없이 침묵의 공간이 돼버렸죠. 한때 지구 대부분의 지역이 늑대의 서식지였을 정도로 늑대는 인간과 더불어 가장 번성했던 포유류입니다. 하지만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숲은 점점 줄어들었고, 인간들은 늑대를 가축과 초식 동물을 잡아먹는 해로운 동물로 여기며 닥치는 대로 사냥했습니다. 결국 늑대의 개체 수는 줄어들었고, 멸종위기까지 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가 사라지면서 초식동물 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이들이 풀과 나무를 마구잡이로 먹어 치우며 생태계가 엉망이 됐습니다. 

 


늑대에게 구하는 용서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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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늑대가 사라진 뒤 숲속에 살던 두 발 종족 동물들은 긴급회의를 열었죠. 두 발 종족을 대표해 늑대에게 사과를 구하러 갈 동물을 뽑는 자리였습니다. 모두가 망설이는 와중에 무리 속에 서 있던 작은 소녀가 대표를 자청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 곰도 그 여정에 함께하죠. 둘은 끊임없이 걷고 걸어 늑대들이 숨어있는 곳에 다다릅니다. 그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용서를 구했죠. 그렇다면 현실 속 인간들은 늑대에게 어떤 용서를 구하고 있을까요? 다행히도 늑대가 생태계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늑대를 복원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되살린 늑대 열네 마리가 대표적인 사례죠. 1800년대 미국에서 대규모 목축산업이 시작되며 늑대 사냥이 성행했고, 1920년대 옐로스톤 지역에선 늑대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로 인해 초식동물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해당 지역은 황폐해졌죠. 하지만 놀랍게도 70년 만에 방생된 늑대들에 의해 식물 생태계가 회복됐습니다.

 


달면 삼키면 쓰면 뱉는, 인간의 사냥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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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미국 서부 아이다호에서 해당 주에 서식하는 회색늑대 수를 1556마리에서 150마리로 90% 이상 줄이는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무려 1000마리가 넘는 늑대를 줄일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것인데요. 생태계 유지를 위해 늑대 복원 사업을 진행했지만, 개체 수가 회복되자 인간의 축산업에 위협을 끼친다는 이유로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입니다. 말 그대로 여전히 인간에게 늑대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존재인 것이죠. 사냥감을 지치게 만든 뒤 물어 죽이는 늑대의 사냥 방식을, 인간은 과연 ‘악랄하다’고 표현할 자격이 있는 걸까요?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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