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올봄에 반려식물 한 그루 어떠세요?

  • 안영희(중앙대학교 생명공학대학 교수)
  • 2023.04.05 12:07
안영희(중앙대학교 생명공학대학 교수)
안영희(중앙대학교 생명공학대학 교수)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 바야흐로 한낮에는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겨우내 앙상하던 가로수의 겨울눈도 한껏 부풀어 봄의 신록을 예고한다. 그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도 한껏 기지개를 켠다. 굳게 닫혔던 창문을 활짝 열고 환한 봄기운을 맞이한다. 봄은 역시 꽃의 계절이다. 봄소식을 알리는 매화를 시작으로 노란 산수유꽃에 이어 연꽃을 닮은 희고 풍성한 목련꽃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린다. 꽃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밝고 여유롭게 해준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꽃은 절대적인 아름다움과 선을 상징한다. 식물의 입장에서 꽃은 번식을 위한 성숙의 절정이다. 

인간은 지상에 출현해 지금까지 식물과 더불어 살아왔다. 지구 역사상 약 30억년 이전에 광합성이 가능한 원시적인 세포가 출현했다. 약 3억년 전 고생대에 최초의 관다발 식물인 양치식물이 탄생했고, 이후 현재와 같은 겉씨식물과 속씨식물로 진화했다. 오늘날 현생인류로 일컬어지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약 20만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났다. 아마도 최초의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으로 접한 주변 환경은 식물이 울창하게 자란 숲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장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대상은 엽록소를 지닌 녹색식물이다. 현대인들의 생활은 숨 쉴 틈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것으로 요약된다.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자연과 멀어지게 되었다.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인공적인 환경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독감을 동반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반려동물을 돌보며 외로움을 덜고 정서적인 위안을 얻는다. 현재 한국인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을 1종 이상 키우고 있다. 반려인들은 움직이며 반응하는 동물의 온기를 느끼며 유대감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돌보는데 드는 비용과 번거로움도 만만치 않고, 개인의 건강상 이유로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최근 반려동물의 대안으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다. 식물을 통해 계절이 바뀌는 모습, 자연의 소리, 바람과 함께 전해지는 식물의 향기를 맡으며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다.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넘어 식물이 주는 건강과 복지 효과도 만끽할 수 있다. 곁에 가까이 두고 교감하며 정서적인 만족감을 얻는 식물을 반려식물이라 한다. 씨를 뿌려 싹을 틔우고 물을 주며 잡초와 병충해를 방제해주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만족감과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려식물 재배는 식물에 앞서 가꾸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경제적인 목적의 농산물과 같이 질 좋은 작물을 생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단지 식물을 가꾸는 사람의 재배 과정에서 심신을 안정시키고 행복감과 레크리에이션, 건강증진 효과를 얻는 것이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가정에서 반려식물을 가꾸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보통 식물을 가꾼다고 하면 넓은 정원에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식재해 다듬고 관리한다는 선입관이 있다. 반려식물은 값이 비싸거나 가꾸기 어려운 희귀한 식물의 개념이 아니다. 집안에 마당이 있다면 작은 화단을 조성할 수도 있고 실내에서는 기르기 쉬운 관엽식물 화분을 가꾸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실외에 정원이 있는 경우에는 꽃이 피는 관상수를 우선 선택할 수 있으나, 채광과 온도 환경에 따라 식물의 종류는 달라진다. 실내에서는 재배공간의 채광과 바람이 잘 통하는 조건이 중요하다. 1년 내내 초록을 감상하고 싶다면 다육식물이나 관엽식물이 바람직하다. 재배 용구는 굳이 전문가용 도구나 특별한 화분을 갖출 필요도 없다. 사용하고 버린 종이컵에 꽃씨를 뿌리거나 작은 용기에 심은 고구마가 뿌리를 내리고 덩굴을 벋는 모습을 즐기는 것이 곧 반려식물과의 생활이다. 그러므로 초보자에게는 기르기 쉬운 화분식물을 권한다. 화분식물은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쉽게 식물을 바꾸거나 장소를 옮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려식물을 가꾸는 과정에서 시각은 물론, 촉각, 후각, 청각, 미각과 같은 오감에 자극을 줘 생활 속에 무뎌진 감각을 일깨울 수 있다. 햇볕과 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만으로 스스로 자라나는 식물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그동안 닫힌 마음을 열고 신비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반려식물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새삼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거나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과 기다림도 얻을 수 있다. 즉 하루하루의 생활에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반려식물의 생장은 가꾸는 사람에게 성취감과 만족감을 준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잎이 나오고, 아름다운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식물의 생장은 가족 간 신선한 공감과 건전한 대화의 대상이 된다. 흙을 손으로 만지거나 식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햇볕을 쬐며 몸을 움직이는 행동은 잠자던 생체시계를 활성화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해 부족했던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한다. 반려식물 재배의 수준을 높여가며 계절에 따라 새로운 식물을 선택하고 병충해 방제 대책과 작업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두뇌 능력이 활성화되고 인지능력이 향상된다. 식물을 직접 재배하며 느낄 수도 있지만, 꽃이 핀 식물을 잘라 꽃병에 꽂아 감상할 수 있고, 꽃을 이용한 압화나 건조시켜 드라이플라워(dry flower)로 즐길 수 있다. 잎, 꽃, 열매 등을 요리해 먹거나 차로 음용할 수 있는 종류도 많다. 그동안 과학적인 각종 연구에서 식물의 다양한 용도를 통한 심신 안정 및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처음 반려식물을 접하게 되면 즐거움을 얻기 이전에 식물재배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생물인 반려식물에게 종에 따른 적절한 생육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같은 식물재배의 어려움 때문에 선뜻 반려식물 생활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식물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양과 대기에 대한 이해다. 식물은 뿌리를 지하부의 흙에 내리고 물리적으로 지탱해 물과 영양염류를 흡수하며 숨을 쉰다. 지상부 대기 환경은 녹색식물의 광합성과 호흡에 중요하다. 그러므로 지상부는 물론 지하부의 통기성 확보가 중요하다. 식물에 따라 적절한 강도의 햇볕과 온도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에 익숙한 우리는 반려식물도 동일한 시각으로 이해하려 한다. 매일 반려동물의 사료와 물을 급여하듯이 식물에게 너무 잦은 비료와 물을 주는 것은 도리어 뿌리를 상하게 한다. 특히 쇠약해진 식물에게 많은 비료를 주는 것은 치명적이다. 식물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약해지면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이 저하되므로 평소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점차 심화되고 있는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 위기를 명쾌히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아직 요원하다. 산업이 발전되면서 온난화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발생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인류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지구대기 중의 풍부한 산소 농도는 녹색식물의 광합성 결과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산소를 발생시키는 생물은 식물이 유일하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더불어 대규모 식물 식재량의 증가가 필요하다. 반려식물의 확산은 녹색식물을 통한 현대인들의 지친 심신을 안정시켜 주고 나아가 지구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아 자신에게 적합한 반려식물 한그루를 권한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