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서 사라지면 국내 절멸", 고지대에 갇힌 산굴뚝나비

  • 이후림 기자
  • 2023.04.03 12:08
한라산 정상 (사진 이영돈 박사 제공)/뉴스펭귄
한라산 정상 (사진 이영돈 박사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국내에서 한라산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서식지와 개체수가 줄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최근 5년간 한라산 1300m 이상 고지대에 서식하는 나비 30여 종을 해발고도별로 모니터링한 결과, 서식지와 개체수가 모두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나비는 환경변화에 민감한 곤충으로 종종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활용된다. 이에 이들의 서식지 대이동이 세계적인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라산 환경이 변하면서 이곳에 서식하는 나비 군집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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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산꼬마부전나비, 가락지나비, 은점표범나비, 함경산뱀눈나비 (사진 세계유산본부 제공)/뉴스펭귄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산꼬마부전나비, 가락지나비, 은점표범나비, 함경산뱀눈나비 (사진 세계유산본부 제공)/뉴스펭귄

조사에 따르면 저지대 따뜻한 지역에 서식하는 남방계 나비인 굴뚝나비, 배추흰나비, 소철꼬리부전나비 등은 해발 1700m 윗세오름 지역을 중심으로 고지대에서 새롭게 관찰됐다.

남방계 나비와 달리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는 북방계 산굴뚝나비는 더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 이들 개체군은 이전에 비해 약 200m 높은 해발 1700m 이상으로 서식지를 옮겨간 것으로 확인됐다. 개체수도 2018년에 비해 약 30% 감소했다.

산굴뚝나비 (사진 이영돈 박사 제공)/뉴스펭귄
산굴뚝나비 (사진 이영돈 박사 제공)/뉴스펭귄

산굴뚝나비는 한라산을 대표하는 깃대종으로 이곳에서 사라진다면 한국에서는 곧바로 절멸이다. 2005년 천연기념물 제458호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등재돼 보호받고 있지만 점점 고지대로 밀려나면서 멸종에 가까워지고 있다.

실제 산굴뚝나비는 최근 심각한 개체수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하루에 1000마리 이상도 관찰됐던 산굴뚝나비는 최근 5년간 많으면 하루에 50~100마리 남짓만을 볼 수 있게 됐다.

세계유산본부 이영돈 박사에 따르면 급격한 환경변화로 출현시기도 짧아졌다. 기존 7월부터 9월 초까지 출현했던 나비들이 7월 중순부터 나타나 8월 말이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번에 굴뚝나비 등 남방계 나비들도 해발 1700m 고지대에서 새롭게 관찰된 만큼, 이들과의 경쟁에서도 산굴뚝나비가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에서 밀린 산굴뚝나비가 백록담까지 올라가다 결국 멸종에 이를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짝짓기 중인 산굴뚝나비 (사진 이영돈 박사 제공)/뉴스펭귄
짝짓기 중인 산굴뚝나비 (사진 이영돈 박사 제공)/뉴스펭귄

하지만 산굴뚝나비를 멸종에서 구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영돈 박사는 과거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한라산 1700m 이상에만 서식하지만 혹시나 따뜻한 기후에 적응하는 개체가 나타나면 다시 1400~1500m까지 내려올 수도 있다"면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조릿대를 제거하고 먹이식물을 심어 나비들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내려올 수도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어 "한 번에 내려오도록 유인하는 것보다 알맞은 서식환경을 만들어주면서 조금씩 내려오는 것을 도와주면 따뜻한 기후에 적응하는 개체도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산굴뚝나비는 한라산에서 멸종하는 국내에서는 끝이다. 한라산을 대표하는 깃대종이 이렇게 사라지면 절대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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