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 갇혀 살던 범고래, 52년만에 다시 바다로

  • 남예진 기자
  • 2023.03.31 15:52
공연에 동원된 롤리타(사진 PeTA)/뉴스펭귄
공연에 동원된 롤리타(사진 PeTA)/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조에 갇혀 있던 범고래 롤리타(Lolita)가 52년 만에 고향 바다로 돌아간다.

미국 마이애미 해양수족관과 비영리단체 '롤리타의 친구들(Friends of Lolita)'은 이러한 방류 계획을 담은 합의문을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올해로 57세, 사육 시설에 남겨진 범고래 중 최고령으로 추정되는 롤리타는 동물보호단체들의 시위와 사람들의 후원 덕분에 2년 내 방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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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는 1970년 8월 미국 시애틀 펜 코브에서 포획된 후 고향에서 4800㎞ 떨어진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으로 이송됐다.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수족관에서 공연을 선보인 롤리타(사진 flickr Maurizio Costanzo)/뉴스펭귄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수족관에서 공연을 선보인 롤리타(사진 flickr Maurizio Costanzo)/뉴스펭귄

마이애미 해양 수족관은 롤리타를 52년간 미국 동물복지법에서 규정한 것보다 4m 작은 수조에 가둔 채 공연에 동원해 왔다.

또한 환경단체 돌핀 프로젝트(Dolphin project)에 따르면 마이애미 해양 수족관에서는 운영기간 동안 최소 117마리의 고래가 목숨을 잃었으며, 롤리타와 함께 지내던 범고래 휴고(Hugo) 또한 스트레스로 사망하게 만들었다.

휴고의 사망 이후 롤리타는 42년간 다른 범고래를 만나지 못했으며 오염된 물과 먹이로 인해 병을 앓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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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페타(PeTA), 범고래 네트워크(Orca Network) 등 동물보호단체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조에 갇힌 롤리타를 바다로 돌려보내달라"라고 지속적으로 시위했을 뿐 아니라 수족관 측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후 수족관의 소유권이 동물원 운영업체 돌린 컴퍼니의 자회사 MS 레저로 넘어가면서 공연이 중단됐고, 롤리타도 지난 6월부터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수족관과 보호단체 측은 "롤리타가 야생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근육을 늘리는 등 훈련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0년간 롤리타 방류를 지지해 온 범고래 네트워크 설립자 하워드 개럿(Howard Garrett)은 "우리의 착취와 개발로 망가진 것을 되돌리고, 자연을 복원하기 위한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롤리타가 살던 고향으로 되돌아가면,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지만 가족들의 목소리를 기억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캐나다 브리티시컬림비아대학교의 해양 포유동물 연구소장 앤드류 트리스(Andrew Trites)는 "롤리타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은 오히려 비인간적인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롤리타는 그 동안 사람들과 돌고래와 교류해왔기 때문에, 범고래들과 쉽게 동화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라며 "누군가는 자유를 되찾고 죽는게 더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롤리타가 오히려 더 고통받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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