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14마리 포함" 야생조류 사체서 농약성분 또 확인

  • 이후림 기자
  • 2023.03.29 12:13
전북 김제 큰기러기 집단폐사 현장 (사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제공)/뉴스펭귄
전북 김제 큰기러기 집단폐사 현장 (사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야생조류 집단폐사에서 카보퓨란 농약성분이 확인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올해 2월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5건을 추가 분석한 결과, 이중 3건에서 카보퓨란 성분 농약중독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폐사한 30마리 중 멸종위기종은 총 14마리다.

카보퓨란은 벼, 당근, 마늘 등의 생장을 방해하는 해충을 제거하는 농약으로 사용되는 무색 물질이다. 척추동물에 매우 독성이 강하고 조류에 특히 치명적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 야생동물을 의도적으로 독살하는 데 불법으로 사용돼 왔고, 잔류물이 안전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인정돼 해당 국가에서는 사용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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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농약중독에 피해를 입고 집단폐사한 조류는 독수리 7마리, 큰기러기 7마리, 떼까마귀 16마리다. 모든 사체에서 치사량(2.5∼5.0㎎/㎏)을 넘는 카보퓨란이 검출됐다. 이 중 독수리와 큰기러기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이다. 

독수리 7마리는 지난달 13일 경상남도 고성군에서 집단폐사한 채 발견됐고 분석 결과 소낭(식도) 내용물에서 카보퓨란 농약성분이 검출됐다. 상위포식자인 독수리가 농약에 중독된 폐사체를 섭취해 2차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경남 고성 독수리 폐사 현장 (사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제공)/뉴스펭귄
경남 고성 독수리 폐사 현장 (사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제공)/뉴스펭귄
경남 고성 독수리 부검 (사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제공)/뉴스펭귄
경남 고성 독수리 부검 (사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제공)/뉴스펭귄

다음날인 14일 전라북도 김제시에서 발생한 큰기러기 7마리 집단폐사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아닌 카보퓨란 농약성분 중독이 확인됐다.

전북 김제 큰기러기 부검 (사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제공)/뉴스펭귄
전북 김제 큰기러기 부검 (사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제공)/뉴스펭귄

17일에는 울산 울주군에서 집단폐사한 떼까마귀 16마리가 발견됐다. 역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으며 소낭 내용물에서 농약성분이 치사량 이상으로 검출됐다.

울산 울주군 떼까마귀 폐사현장 (사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제공)/뉴스펭귄
울산 울주군 떼까마귀 폐사현장 (사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제공)/뉴스펭귄

이로써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야생조류 집단폐사에서 농약이 검출된 사례는 총 14건으로 늘었다. 6개월간 국내 12개 시군구에서 야생조류 16종 194마리가 농약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중 멸종위기종은 흑두루미, 큰기러기, 새매, 독수리까지 총 4종 32마리다.

22년 10월~23년 3월 야생조류 집단폐사 농약검출 14건 (사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뉴스펭귄
22년 10월~23년 3월 야생조류 집단폐사 농약검출 14건 (사진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뉴스펭귄

야생조류에서 이처럼 농약이 검출되는 이유는 누군가 일부러 농약을 볍씨 등에 섞어 살포했기 때문이다. 고농도의 농약을 한꺼번에 섭취한 조류는 결국 사망에 이른다. 먹이를 섭취하는 과정에서 물이나 토양에 남아있는 살충제, 제초제 등 농약이 미량 검출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폐사하지는 않는다는 게 질병관리원 설명이다.

이수웅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질병연구팀장은 "앞으로 야생조류 집단폐사 원인을 신속히 분석해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는 한편, 농약중독이 의심되는 야생조류 폐사체 신고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환경부를 비롯한 유관기관은 고의적인 농약 살포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폐사를 막기 위해 살포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처벌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강조했지만 살포행위는 여전히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농약중독에 걸린 조류는 살아있다면 대부분 엎드려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발견된다. 농경지 부근에서 날지 못하거나 엎드려 있는 야생조류를 발견했다면 즉시 가까운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해야 하는 이유다. 가까운 구조센터가 없다면 해당 지역 관할 환경부서, 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또는 환경신문고(특수전화 128)로 신고하면 된다.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농약이 묻은 볍씨 등을 고의로 살포하는 것은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멸종위기종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야생생물을 포획하기 위한 농약, 유독물 살포자 혹은 주입자를 신고할 경우 100만원, 야생동물 집단 폐사체를 신고해 농약중독이 확인될 경우 포상금 1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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