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활보한 얼룩말, 단순 해프닝일까

  • 남주원 기자
  • 2023.03.24 17:14
얼룩말 '세로'가 광진구 일대 차도 사이를 달리고 있다 (사진 트위터 계정 '@Jinbaby_cos')/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23일 오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 한 마리가 서울 도심 한복판을 활보하는 사건이 있었다. '세로'라는 이름의 이 3살짜리 수컷 얼룩말은 대공원 울타리를 부수고 뛰쳐나와 동물원 인근 광진구 구의동 일대 도로와 주택가를 돌아다녔다. 

시민들이 촬영한 영상 속 녀석은 자유로움과 두려움이 뒤섞였는지 차도를 질주하기도 하고, 난생처음 보는 '인간세상'에 어리둥절한 듯도 하다. 세로는 7차례 마취총을 투여한 끝에 생포돼 동물원으로 복귀했다. 탈출한지 약 3시간 만이었다. 

다행히 사건은 어떠한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세로 또한 다친 곳 없이 현재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공원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울타리를 더 강화하고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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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동과 함께 세로의 슬픈 사연도 재조명되고 있다.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난 세로는 부모 얼룩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는데, 엄마와 아빠가 차례대로 숨을 거두면서 반항아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

앞서 1월 서울시설공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엄마 아빠 껌딱지'였던 세로는 부모가 죽자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캥거루와 싸우는 등 거친 행동을 일삼았다. 이후 사육사들의 무한한 노력에 점차 마음을 여는듯했다.

하지만 세로의 탈출을 '사춘기', '반항아' 등 단어로 포장해 단순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초원에서 거침없이 달려야 할 얼룩말이 동물원 우리에서 고분고분하게 살길 바라는 것이 과연 옳은 모습일지 의문이다.

세로 목격 영상은 유명 외신들과 각종 소셜미디어에 일파만파 퍼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서울 도심에 출현한 세로가 다소 생뚱맞고 어이없고 웃기다는 반응이다. 세로의 탈출은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한 네티즌은 "얼룩말의 탈출은 좀 절망적으로 느껴졌다"면서 "별생각 없이 나온 걸 수도 있지만 어쨌든 있던 곳이 싫어 나왔을 텐데"라며 SNS에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다.

그는 "나와보니 기대와 달리 초원이 아닌 갈색 빌라들, 차와 좁은 도로들. 어디로 오랫동안 달려도 초원은 나오지 못할 것이고 마취총에 맞았다가 다시 정신이 깨면 또 똑같은 동물원이겠지"라고 말했다.

그 밖에도 네티즌은 "무사히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더 먼 곳으로 도망쳤으면 좋겠다", "세로는 무섭지만 생애 처음으로 갇혀있지 않았던 하루였네", "얼룩말은 본래 사육이 어려운 동물. 인간이 여러 차례 가축화를 시도했지만 성공한 적이 없다. 동물원에서도 안 키웠으면" 등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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