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가란말이야!' 내쫓아도 떠나지 않는 큰두루미 사연

  • 이후림 기자
  • 2023.03.12 00:05
큰두루미 (사진 Sumeet Moghe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큰두루미 (사진 Sumeet Moghe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멸종위기종 큰두루미를 구한 한 인도 남성의 사연이 화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부상 입은 큰두루미를 구하다 피해 개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인도 남성 아리프 구르하르(Arif Gurjar)의 사연을 7일(이하 현지시간) 소개했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메티 지역에서 농기계 작업자로 일하고 있는 아리프는 지난해 2월 인근 들판에서 다리가 부러진 큰두루미를 발견했다. 당시 큰두루미는 오른쪽 다리에서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외진 마을이라 인근에 야생동물센터나 수의사가 없었던 관계로 아리프는 다친 큰두루미를 우선 집으로 데려왔다. 피가 흐르는 다리에 약을 바르고 대나무 막대기로 고정한 뒤 덮개 위에 붕대를 둘렀다. 아리프는 큰두루미가 회복할 때까지 집 내부 헛간을 내어주고 '바흐차(Bachcha)'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2개월 뒤 건강을 회복한 바흐차를 집에서 내보내려고 했지만 어쩐 일인지 녀석은 꼼짝하지 않았다. 낮에 외출해 다른 개체들과 어울리다가도 저녁때가 되면 반드시 아리프의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후 아리프의 인생은 180도 변했다. 그는 "지금은 어딜 가든 바흐차가 나와 동행한다"며 "바흐차는 내가 일할 때 야외에서 놀다가 해가 질 때쯤 집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놀라운 점은 바흐차가 다른 가족들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리프 아내와 두 자녀는 남편이 없을 때는 절대 바흐차 곁에 가지 않는다. 먹이를 주려고 몇 차례 다가가길 시도했지만 매번 공격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각별한 주의를 권고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큰두루미는 두루미종 중 사회성이 가장 낮고 특히 둥지를 틀거나 번식기가 되면 매우 공격적인 동물로 변한다.

당국 산림관리부 라비 싱(Ravi Singh)은 "인간이 큰두루미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야생동물보호법에 따라 날개 등 신체부위를 만지거나 가까이 가면 안 된다. 인간의 접촉은 허용하지 않는다"며 "큰두루미는 야생에서 살아가야 하며 인간에게 길들여져선 안 된다. 또 인간이 먹는 음식이 아닌 곤충과 물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리프는 "바흐차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나는 결코 녀석을 구속하지 않는다. 그가 나를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하지만 만약 언젠가 떠난다면 마음이 많이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큰두루미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큰두루미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한편 큰두루미는 두루미과 조류 중 가장 큰 종으로 인도, 네팔, 캄보디아, 베트남, 호주 북부 등지에 서식한다. 서 있는 키는 180㎝, 몸무게는 7㎏에 이르며 번식기에 매우 난폭해지는 경향이 있다. 전 세계에 2만5000마리가 남은 것으로 추정되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VU, Vulnerable)'종으로 등재된 멸종위기종이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