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씨 남겨 살아남는 식물, 기후위기에 가로막힐까

  • 임병선 기자
  • 2023.02.27 08:00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식물은 살아남기 어려운 조건에서 종을 보전하기 위해 토양에 씨앗을 저장한다. 직접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살아남을 조건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능력으로는 기후위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농업과학대(Swedish University of Agricultural Sciences) 연구진은 최근 식물이 자연적으로 토양에 자신의 씨앗을 저장하는 방식으로는 기후위기 영향을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학술지 ‘생태학저널(Journal of Ecology)’에 게재됐다.

지구가열화는 토양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온이 상승하면 지표면 온도가 오르고 토양 속 수분을 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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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종류는 씨앗 저장 능력이 뛰어난 식물로 꼽힌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연꽃 종류는 씨앗 저장 능력이 뛰어난 식물로 꼽힌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연구진은 지구가열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특정 지역에 살던 식물이 토양에 씨앗을 남겼을 때 살아남을 확률이 낮아진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 데이터를 이용해 9개국 2500개 이상 지역에서 어떤 씨앗이 토양에 저장돼 있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미 온도가 상승한 토양에는 기존에 살던 식물들의 씨앗 대신 비교적 따듯한 곳에 사는 다른 종 씨앗들이 저장돼 있었다. 기온이 계속 증가할 때 기존에 살던 식물들 대신 기온 상승에 적응한 다른 식물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토양과 씨앗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토양과 씨앗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이는 생물다양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살아남는 종들이 현재 사람들이 ‘잡초’라고 여기는 보전 가치가 적은 식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위협에 처한 멸종위기 식물은 기온이 상승하며 더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지면온도는 기록이 시작된 1973년에는 14.4℃였지만 2021년에는 15.9℃로 기록됐다.

1973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지표온도 측정치를 나타낸 자료 (사진 기상청)/뉴스펭귄
1973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지표온도 측정치를 나타낸 자료 (사진 기상청)/뉴스펭귄

식물이 자연적 방법으로 종자를 보존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인류는 식물 종자를 직접 보관하는 ‘시드볼트(Seed Vault)’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드볼트는 식량으로 쓸 식물의 씨앗을 저장하는 것이 목표다.

시드볼트에서 멸종위기 식물 종자를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는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서라기보다 식량이 될 식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량되기 전 상태를 남겨놓는 게 목적이다.    

가장 유명한 곳은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에 있는 ‘스발바르 국제 시드볼트(Svalbard Global Seed Vault)’다. 이 시드볼트는 핵전쟁, 소행성 충돌, 지구가열화 등으로부터 식량이 될 종자의 씨앗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에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아시아권 최초의 시드볼트를 운영하고 있다.

스발바르 국제 시드볼트 입구 (사진 Subiet -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스발바르 국제 시드볼트 입구 (사진 Subiet -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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