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여우, 100년 만의 '깜짝 등장'

  • 김나연 펭윙스
  • 2023.02.02 10:54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 캘리포니아 세쿼이아 국립공원서 포착

(사진 The California Department of Fish and Wildlife/뉴스펭귄)

[뉴스펭귄=미국 메릴랜드김나연 펭윙스] 캘리포니아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The California Department of Fish and Wildlife)이 멸종위기종인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Sierra Nevada red fox)가 캘리포니아의 세쿼이아 국립 공원과 킹스 캐년 국립 공원 근처에서 배회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난 1월 24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적어도 한 마리의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가 작년 4월 20일부터 6월 3일까지 4번에 걸쳐 관찰 카메라에 포착된 것.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는 총 50마리 미만의 개체 수만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이 지역의 관찰 카메라는 2015년 설치된 이후 지금까지 흑곰, 살쾡이, 오소리, 족제비, 스컹크 및 밥캣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의 사진을 촬영해왔으나, 시에라 네바다 여우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지막으로 이 지역에서 시에라 네바다 여우가 확인된 것은 1930년. 약 100년 만의 놀라운 소식에 현지 과학자들은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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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National Park Service/뉴스펭귄)
(사진 National Park Service/뉴스펭귄)

이번에 시에라 네바다 여우가 발견된 곳은 고도 약 3470~3650m의 타부스 패스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남쪽 지역이다. 킹스 캐년 국립 공원과 세쿼이아 국립 공원의 동쪽 경계 근처에 위치한다. 이전에 서식지로 추정되던 지역에서 약 160km 가량이나 남쪽으로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셈이다.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고지대에 주로 서식한다고 알려져있다.

캘리포니아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에 따르면, 이번 발견은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의 새로운 개체군이 확인되었다는 것, 혹은 이전에 알려진 개체군 중 한 여우가 예상보다 더 긴 거리를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캘리포니아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의 환경 과학자 줄리아 로슨(Julia Lawson) 씨는 현지 매체를 통해  “(어느 쪽이든지) 좋은 소식이다. 이번 발견은 이 종의 개체수 복원에 대한 가능성을 나타내는 정보"라고 전했다.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이 종이 발견됐다는 것에 대해 “이 종이 어떤 한 지역 내 개체수를 몰살시킬 수 있는 재난이나 질병에 더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개체수가 산맥 전체를 걸쳐 넓게 분포하고 있다면 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카메라에 포착된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 (사진 The United States Forest Service/뉴스펭귄)
지난 2010년 카메라에 포착된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 (사진 The United States Forest Service/뉴스펭귄)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는 꼬리가 덥수룩하고 끝이 흰색이며, 꼬리가 몸 길이만큼 길다. 앞다리와 귀 뒤는 검은 색을 띈다. 이번에 카메라에 포착된 여우는 이런 특징을 보이지만, 정확한 나이와 성별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 개체수 감소의 이유는 벌목, 산불이나 가뭄, 코요테와의 영역 다툼, 먹이 수 감소 및 다른 여우 종과의 교배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나 지구 가열화로 인한 온도 상승과 건조화가 이 여우를 이전의 서식지에서 몰아내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1974년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의 포획을 금지했으며, 1980년에는 멸종우려종으로 지정했다. 지난 2021년에는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에서 이 여우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4년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 (사진 National Park Service/뉴스펭귄)
지난 2014년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 (사진 National Park Service/뉴스펭귄)

과학자들은 2010년까지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가 완전히 멸종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의 아주 작은 개체군이 캘리포니아주 소노라 패스 근방에서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소노라 패스에 설치된 한 관찰 카메라에 달린 미끼를 한 여우가 물었는데, 이 미끼에 묻은 침을 이용해 DNA를 분석한 결과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로 확인됐다. 다른 붉은 여우와 명확히 구분되는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의 유전적인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1년 트레일 카메라에 찍힌 시에라 네바다 붉은 여우의 영상

이 특별한 여우는 2010년 이후로 요세미티 공원을 비롯한 지역의 관찰 카메라를 통해 아주 드물게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워낙에 개체수가 적고, 높은 고도에 살고, 야행성이며, 경계성이 많아 관찰이 극도로 어려워 관련 연구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심지어 이 종은 장거리를 이동한다. 소노라 패스에서 발견된 한 여우의 배설물 채집을 통해, 이 여우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남쪽으로 약 70마일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했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과학자들은 이 종의 개체수 보존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 발견을 토대로 배설물 등을 채집해 활동 반경 및 서식지 정의를 비롯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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