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그린(Green)으로 그린 속임수

  • 손아영
  • 2023.01.11 16:42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모두가 표방하는 지속가능성, 진짜일까?


[뉴스펭귄 손아영]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의 겉만 보지 않습니다. 그 속을 보죠. 제품의 재료는 어디서 오는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제품에 박힌 로고의 회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까지, 그 속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덕분에 이제 온갖 패션 브랜드가 모여있는 백화점에 가면 ‘ECO’를 표방하는 제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표면으로 많이 드러나는 만큼, 오히려 그 속내를 제대로 아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지속가능성’조차 하나의 광고 소재가 되었기 때문이죠. 우리가 잘 아는 몇 가지 브랜드 사례를 통해 살펴볼까요?

 


자본주의에 바치는 오마주, 아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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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제품은 본문과 관련 없습니다(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속 제품은 본문과 관련 없습니다(사진 unsplash)/뉴스펭귄

대표적인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 중 하나인 아디다스는 바다에서 건져 올린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축구 유니폼은 물론 수백만 켤레에 달하는 운동화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해양 환경 단체 ‘팔리 포 더 오션스(Parley for the Oceans)’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 “바다를 위한 원자재”라인을 개발하기도 했죠. 그리고 ‘시그니처 테스트 휴 프라임니트’라는 플라스틱 제품을 내놓았고, 아디다스는 이 제품을 “인간성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광고했죠. 하지만 제품을 공급하는 공장들과 맺은 조건은 끔찍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들에게 딱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임금만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죠. 노동착취로 바다를 구제하는 과업, 과연 어느 부분에 인간성에 대한 존중이 담겨있는 걸까요? 더 놀라운 사실은 아디다스가 매년 생산하는 3억개 이상의 제품 중에 단 0.5%만이 바다에서 건져낸 플라스틱으로 만든 운동화라는 것입니다. 

 


바다의 영웅 아닌 쓰레기 섬의 영웅, H&M


사진 속 제품은 본문과 관련 없습니다(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속 제품은 본문과 관련 없습니다(사진 unsplash)/뉴스펭귄

H&M 역시 바다를 구하는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의식 있고 독점적인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89개의 플라스틱병으로 만든 야외복 한 벌과 면·캐시미어 그리고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35% 혼합해 만든 양복 한 벌을 내놓았죠. 하지만 이 대기업을 위해 옷을 생산하는 공장은 그렇게 의식 있고 독점적이지 않았습니다. 2010년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1명이 사망했고, 클린 클로즈 캠페인(Clean cloth campaign_전 세계 섬유 산업 및 의류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설립된 비정부 단체)을 통해 공급처의 건물을 조사한 결과, 안전에 미흡한 점 518가지, 화재에 취약한 점 836가지, 전기 안전상의 문제 650가지가 발견됐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2014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와 웹사이트에 안전과 관련된 모든 조치를 시행했다고 선전했죠. 그들이 내놓은 제품은 어떨까요? 재활용으로 만든 제품의 양이, 앞서 이야기한 아디다스보다 적습니다. 반면 매년 12~24가지 다양한 컬렉션을 내놓으며 패스트 패션이 만든 쓰레기 섬의 몸집을 불리고 있죠.

 


플라스틱을 건져 플라스틱을 만들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전 세계에서는 매년 1000억장의 의류를 생산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낭비할 수 있는 이유는, 바다를 구한다는 패션업계가 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옷의 3분의 2는 폴리에스테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0년부터 16년간 섬유로 사용한 폴리에스테르가 전 세계적으로 157% 증가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증가하며 패션 산업의 총매출도 1조8000억 달러로 성장했죠. 이 사실은 안타깝게도 바다의 재난으로 이어집니다. 옷을 세탁할 때마다 플라스틱 섬유로부터 아주 작은 입자가 떨어져 나가는데요. 이런 마이크로 입자가 무서운 이유는 정수 설비에서도 전혀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매년 153만톤의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죠. 국제자연보전연합에 따르면, 이 마이크로 플라스틱의 35%가 합성 옷감을 세척하고 나온 섬유라고 합니다. 바로 바다에서 건진 플라스틱으로 만든 옷에서 나온 것이죠. 

 


다다익선에도 기준이 있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더 많이 구매할수록 바다를 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제품의 시작과 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말이 곧 허상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소비가 곧 구원임을 강조하며 지나가는 이들의 지갑을 붙잡는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제품을 사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하는 브랜드가 눈에 띄는 이유입니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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