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펭의 지구인’터뷰⑧] 이 스타일리스트가 '명품 중고 플랫폼' 만든 이유(2)

  • 남주원 기자
  • 2023.01.05 16:18

서스테이너블 패션 플랫폼 '어플릭시' 구동현 대표

[뉴펭의 지구인’터뷰] 시리즈는 뉴스펭귄의 인물 인터뷰 코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자 기획됐다. 지구'인(人)'을 만나 '인(In)'터뷰 하겠다는 중의적인 뜻을 담았다.

뉴스펭귄은 2021년 1월부터 ‘#지구해요’(지구를 구해요)를 슬로건으로 사용해 왔다. 본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지구를 구하기 위해 행동하는 인물, 즉 지구인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어플릭시 쇼룸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어플릭시 쇼룸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빠르게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 더미 속에서 지속가능한 패션 문화를 이끄는 장본인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옷을 좋아하고 패션업계에 오래도록 몸담아온 그는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빛바랜 물건이 다시 새롭게 반짝일 수 있도록. 

명품 중고를 판매하는 서스테이너블 패션 플랫폼 '어플릭시' 구동현 대표 이야기다. 여전히 중고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많이 부딪히지만, 동시에 값진 변화의 움직임 또한 즐겁게 지켜보는 중이다. 

세컨핸즈(중고)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는 읽지 않는 잡지를 잘라 행택을 만들고 맥주 찌꺼기로 만든 캘린더,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양말과 에코백, 버려진 청바지를 리폼한 데님 백 등 자체 제작한 친환경 굿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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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릭시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물건을 되팔기까지 명품 전문 감정사의 인증을 받아 친환경 세탁 서비스로 세탁·살균을 한 뒤 온도와 습도가 최적화된 공간에 보관한다. 스타일리스트, 디렉터, 에디터,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MD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제품을 선별 및 검수하고 관리하는 리크리에이트 작업과정을 거쳐 '보물'을 내놓는다. 

<뉴펭의 지구인’터뷰>는 1편에 이어 어플릭시 구 대표의 이야기를 전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어플릭시 구동현 대표. 올해로 14년차 스타일리스트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어플릭시 구동현 대표. 올해로 14년차 스타일리스트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Q. 판매하는 모든 물건을 중고, 구제, 빈티지라는 단어 대신 '트레저(treasure, 보물)'라고 부른다.

A. "어렸을 때 저희 엄마가 물건들 좀 버리라고 하시면 '이건 내 보물인데, 내 보물을 왜 버리냐'라고 말하곤 했어요. 어느 날은 엄마가 제 신발 박스를 절반 정도 버리신 거예요. 빈 박스를 왜 갖고 있냐고. 그때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나요. '왜 내 보물을 엄마 마음대로 버리냐. 내가 엄마 옷장에 있는 옷들 다 갖다 버리면 엄마는 안 슬프겠냐' 이러면서. 저는 박스를 그 신발의 옷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아이템이라고 하기에는 모두 누군가에게 선택이 됐던 거잖아요. 일반 신상품은 선택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저희가 판매하는 모든 물건은 누군가에게 꼭 선택이 됐었던 제품이에요. 그러니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제품이고 보물이라는 의미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어플릭시에서의 쇼핑은 보물 찾기예요."

Q. 어플릭시, 무슨 뜻인가.

A. "어플릭시를 처음 만들었을 때 브랜드명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남녀 모두 세컨핸즈 문화에 동참해야 하니 여자(XX)와 남자(XY)라는 성 염색체를 떠올렸고 여기에 어플라이(Apply·적용하다)라는 단어를 합쳐서 신조어를 만들었어요. 어플릭시. 즉 남녀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뜻이죠."

Q. 중고에 대한 편견, 일을 하면서 느끼기에 어떠한가.

A. "생각보다 엄청 심하죠. 제가 이건 정확하게 느꼈어요. 저희를 찾아주시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너무 좋아하시면서 물건을 많이 사 가고 팝업 기간에는 매출도 엄청 잘 나왔죠. 그런데 제가 가장 이해를 못 했던 부분은 정작 바이럴이 안 되는 거였어요. 

산 옷이 너무 마음에 들고 좋은 브랜드면 내 SNS에 올리고 자랑하고 싶어야 하는데, 이건 어찌 됐건 중고니까 안 그러는 거야. 사람들이 자기가 중고를 샀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러니까 자동적으로 바이럴이 안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왜 인스타그램에는 우리 태그가 별로 없지?' 하고 의아해하면서 인지를 못했어요. 사람들이 어플릭시 태그를 안 하면 그냥 명품 산 줄 알 텐데 태그 하면 중고로 산 걸 알게 되니까 안 하는 거예요. 

결국 인식에 대한 문제인 것 같아요. '난 이런 문화에 동참하는 사람이다'라고 오히려 더 자랑할 수도 있는데 새 옷을 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거죠."

Q. 그에 대한 문제는 현재 해결했나.

A. "사실 해결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밖에 없는 건데, 그러려면 이게 하나의 문화가 돼서 사람들 인식이 바뀌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단 시간에 바뀔 수 있는 건 아니고 우리가 그 문화를 만들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죠. 

언뜻 보면 그냥 패션 플랫폼인데 사실은 중고에 대한 문화와 인식을 바꿔야 하는 거예요. 어플릭시가 계속 이런 것들을 알리고 얘기하면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겠죠."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Q. 주요 고객층은.

A. "주로 이용하는 고객층은 20~30대가 가장 많지만 일등공신은 50대 고객이에요. 아무래도 경제력이 되니까 많이 살 수 있죠.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은 어플릭시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함께하신 50대 분이세요. 저희가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거나 팝업스토어를 하면 늘 오셔서 옷이든 가방이든 신발이든 꼭 몇 개씩 사가시죠.

저희가 너무 감사하다고 얘기하면 늘 본인이 더 감사하다면서, 하나의 놀이 같은 느낌이라 올 때마다 좋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백화점에서도 워낙 많이 쓰시는 분인데 미처 못 봤었던 주옥같은 제품들을 어플릭시에서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다고요."

Q.  50대 고객이 단골이라는 사실이 의외다.

A. "저희가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하면 40대, 50대 고객분들이 많아요. 늘 새 제품만 샀던 그분들이 어플릭시를 알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중고에 대한 편견을 버리셨죠. 처음에는 그냥 보기만 하고 나가셨던 분들이 이제는 하나씩 구매하시고 본인 물건을 내놔도 되는지도 여쭤보시고요. 

다른 곳에서 팝업을 열면 또 거기도 찾아오시고, 이제는 저희의 어플릭서가 됐어요. 이렇게 단 몇 명만이라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어플릭시가 좋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중고 패션 플랫폼 최초로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A. "지금까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서 했어요. 3월에는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큰 규모로 팝업을 할 예정이에요. 

백화점 입점에 대한 요청은 늘 먼저 와요. 백화점 관계자분들도 '여기는 그냥 물건을 파는 숍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부분에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 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세요."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Q. 어플릭시를 운영하며 기뻤던 순간.

A. "백화점에서 먼저 오프라인 팝업을 제안했을 때 정말 기쁘고 신기했어요. 그 보수적이고 신상품만 내놓는 백화점에서 중고를 파는 플랫폼에 먼저 제안이 왔을 때... 저의 목표 중 하나였지만 그렇게까지 빨리 이뤄질 줄은 몰랐거든요.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는 백화점에 세컨핸즈 샵이 들어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저도 그런 바람을 갖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너무 빨리 온 거죠.

백화점에서 팝업을 준비하는 동안 기분이 좋았던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걱정이 있었어요. 고객들이나 다른 명품 브랜드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어떡하나 하고요. 하지만 오픈을 하니 반응이 너무 뜨겁고 우려했던 컴플레인도 하나도 없이 성공적이었어요.

'그래, 확실히 이게 사람들한테도 받아들여지고 이해가 되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신기한 점은 저희 포지셔닝 자체가 명품이에요. 백화점이 층마다 카테고리가 있잖아요. 저희는 보통 명품 있는 층에서 해요. 사실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Q. 친환경 세탁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A. "'런드리고'라는 친환경 세탁업체랑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세탁소에서 옷이 비닐에 씌여서 오잖아요. 런드리고는 생분해 비닐을 쓰고 옷걸이를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어요. 사실 옷걸이도 좀 멋있게 하려면 새로 만들 수 있었지만 저희는 그러지 않고 런드리고 세탁 옷걸이를 그대로 사용해요. 그럼으로써 우리가 친환경적이라는 점과 모든 제품이 세탁됐다는 점을 동시에 보여주자 했어요."

Q. 단골 고객과 신규 고객 중 어느 쪽 비율이 더 높은 편인가.

A. "어플릭시를 경험한 사람들은 또 어떤 보물이 있을지 계속 궁금해해요. 그러니까 재구매율이 굉장히 높아요. 재방문이랑 단골이 많다는 거죠. 실제 퍼센테이지로 따지면 신규가 훨씬 많긴 하죠. 그런데 물건을 한 번만 사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어플릭시로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Q. 취미나 관심사는.

A. "잡지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잡지를 보면서 영감을 많이 받고요. 색감이나 레이아웃, 편집 디자인 등이 다 들어가 있잖아요. 잡지 안에는 전 세계에 정말 감각 있는 사람들이 집대성돼 있으니까."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Q. 삶의 모토 혹은 본인만의 철학은.

A. "'안 되는 건 없다',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다'. 제가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면서 생겨난 마인드에요. 뭐든지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다는 걸 정말 많이 느꼈어요. 결국 자기 자신이 어떻게 마음먹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쓸모없는 시간도 없고 쓸모없는 물건도 없으니까, 그런 것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려고 많이 노력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A. "제가 패션업계에 오래 있었고 어떻게 보면 사실 이 업계에 있어서 이제 거의 노땅이죠.(웃음) 앞으로 감각적이고 좋은 것들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이 나올 텐데. 저는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그래도 '세컨핸즈 문화가 정말 올바르고 멋있게 정착되는 데 구동현이 한 역할을 했다'라는 정도로 기억된다면 무척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Q. 패션계 혹은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세컨핸즈에 대한 사고를 조금 열어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선입견을 버리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만을 위한 패션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패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면 어떨까요.

사실 가장 친환경적인 행동은 한 옷을 그냥 오래 입는 거예요. 하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면 계속 리사이클링 해서 돌려 입는 방법이 그다음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죠.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이게 하나의 현상이 되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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