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재개 '제주 흑염소 소탕 작전', 이유는?

  • 문예빈 기자
  • 2023.01.05 16:13

염소몰이 우선적 시행, "여의치 않을 시 사살"
'인간이 방사···' 반복적 사살은 "비인도적"

(사진 ClipartKorea) /뉴스펭귄
(사진 ClipartKorea) /뉴스펭귄

[뉴스펭귄 문예빈 기자] 제주시 추자면 신양리 청도에서 3년 만에 '흑염소 소탕 작전'이 재개된다. 방사돼 자연번식한 흑염소들이 이 섬의 생태계를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영산환경청)은 현재 무인도인 이 섬에 서식하는 흑염소 30마리를 오는 4~5월에 모두 포획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영산환경청은 지난해 9월 확인 결과 이 섬에는 모두 30마리의 흑염소가 서식하고 있으며, 2020년 있었던 '소탕 작전'에서 살아남은 개체가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청도는 자연경관이 우수하고 풍란, 밀라초 등의 희귀식물이 자생해 2003년 특정도서로 지정됐다. 특정도서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거나 극히 적은 수의 인원이 거주하는 섬 중 자연생태계와 지형, 지질 등이 우수한 곳을 환경부장관이 지정·고시한다. 특정도서에는 각종 개발행위를 포함해 가축의 방목, 방생 등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모든 행위가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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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이 섬에 방생한 흑염소들이 개체가 늘어나면서 자연생태계를 해치자 이번에 다시 포획에 나서는 것이라고 영산환경청은 설명했다. 

영산환경청은 일단 드론을 이용해 염소몰이를 한 뒤 포획할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사살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도처럼 섬 전체가 절벽지대여서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총기를 이용한 사살이 허용된다.

청도와 수덕도. 왼쪽에 있는 섬이 청도다. (사진 제주시청) /뉴스펭귄
청도와 수덕도. 오른쪽에 있는 섬이 청도다. (사진 제주시청) /뉴스펭귄

 

흑염소의 번식 원인은 '인간에 의한 방사'
소유주 알 수 없어 처벌 어려워

청도의 흑염소 소탕 작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처음으로 흑염소 떼가 발견된 2008년에 이어 2012년과 2020년에도 있었다.

흑염소가 섬에 퍼지게 된 원인은 인근 섬 주민들의 방사 때문.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생물다양성법)'에 따라 생태계교란 생물이나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을 허가 없이 방출, 방생, 유기하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미 흑염소가 자연번식한 지 시간이 많이 흐른 상태라 방사한 소유주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또한 청도에 있는 흑염소들은 방출된 지 시간이 많이 지난 상태에서 자연번식한 개체가 대다수이기에 몰수 조항에 해당된다.

환경부는 식물을 있는 대로 먹어치우는 흑염소의 식성으로 인해 2011년 흑염소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공식 지정했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생물은 방출된 개체 제외, 법적으로 몰수가 허용된다.

 

사살만이 정답일까? "체계적 관리·감독 이행돼야"

동물복지 관계자들은 생태계 교란종인 흑염소를 산 채로 포획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사살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최상위 포식자가 전무한 무인도에 방생돼 개체수 관리가 어려워진 것도 결국 인간의 실수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방목해서 사육됐던 개체라는 것은 소유주가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은 것"이라며 "이에 대한 관리·감독 없이 사살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비인도적 조처"라 말했다.

교란종 포획 시에는 생포가 원칙이며, 생포된 흑염소 대다수는 인근 섬 주민이나 흑염소집으로 이송된다. 사살될 경우, 폐기물로 처리한다.

한편 흑염소는 흑염소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고기 생산량이 많은 육용 염소(대형 외래종)와의 교잡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반비례해 토종의 개체수는 줄어들고 있다.

(사진 Pixabay) /뉴스펭귄
(사진 Pixabay) /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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