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들어낸 변이 AI, 죽어나가는 철새들

  • 조은비 기자
  • 2022.12.31 00:00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인간이 만들어낸 바이러스에 가금류를 비롯해 생태계 변화 지표종인 철새도 피해를 입고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 관련 피해를 입은 가금농장은 총 55곳이다.

각 지자체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유입 경로 중 하나로 알려진 철새로부터 가금농장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차단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차단방역은 정해진 구역에 다른 생물체의 출입을 제한해 전염을 예방하는 방식의 방역을 뜻한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가금농장에 유입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철새. 철새는 어쩌다가 이런 지독한 바이러스를 이동시키게 됐을까? <뉴스펭귄>은 철새 전문가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와 이와 관련된 문답을 진행했다.

최창용 교수는 먼저 조류인플루엔자의 개념에 대해 짚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피해가 커지기까지...

지난 12월 세계자연기금 판다토크에서 생물다양성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는 최창용 교수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에게 출현하는 질병으로,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대표적이다.

닭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조류인플루엔자는 고병원성으로 구분되고 있다. HPAI, H5N1는 모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해당한다. 축사 내 먼지, 분변에도 약 5주간 남아있을 수 있고 전파 속도가 빨라 가금류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사람에 대한 피해는 적다.

최창용 교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닭'이라는 축산ㆍ가금 산업에 경제적인 피해를 주는 가금질병"이라며 "실제로 조류인플루엔자는 국내 공식 명칭이 '가금인플루엔자'였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최 교수는 "전통적으로 HPAI는 자연상태에서 도태되게 되므로, 야생조류에서는 사실상 큰 문제 없이 소멸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라며 "하지만 1995년 광둥성의 집오리에서 새롭게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 H5N1이 1996년 홍콩에서 인명피해를 주게 되고, 국내 언론에서 'Avian Influenza(AI)'를 조류독감이라고 번역하는 과정에서 '가금인플루엔자'가 '조류인플루엔자'로 변형됐다"고 전했다.

중국 가금산업에서 발생한 H5N1는 자연계로 유출됐고, 변이된 바이러스에 면역이 없던 야생조류도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어느정도 새로운 H5N1에 야생 철새들이 일정 수준의 면역을 가짐에 따라 감염돼도 죽지 않고 이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바이러스가 철새를 따라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됐고, 생물보안 및 차단방역이 미흡한 가금농장으로 들어가서 가금산업에 피해를 끼치게 된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가금산업에서 발생한 변이체가 자연계로 유출돼 철새를 감염시키고, 이후 면역이 생긴 철새가 이동함에 따라 가금농장으로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가금산업에서 발생하며, 축산과 유통 시스템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변이가 발생해 생태계로 유출되면서 철새들의 집단 폐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물보안ㆍ차단방역'
가금산업과 철새 피해 줄이는 유일한 방법

최창용 교수는 "현재 가금과 철새 사이에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소규모 가금농가를 비롯한 가금산업에서 바로 이런 생물보안, 차단방역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생물보안은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뜻한다.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에 대비해 도로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 전남도 제공)/뉴스펭귄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에 대비해 도로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 전남도 제공)/뉴스펭귄

최 교수는 "철새에 의해 HPAI 바이러스가 옮겨진다고 해도, 농장의 방역만 철저하게 지켜지면 가금질병은 가금질병으로, 야생조류 질병은 야생조류 질병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은 국내에서 방역에 철저히 대비해 가금류 HPAI 확진 건수를 0건으로 기록했다.

'2020년 가축전염병 통계 종합실적'에 기록된 가금류 가축전염병 진단실적. 2019년 HPAI 관련 건수는 0건이다. (사진 '2020년 가축전염병 통계 종합실적' 자료 캡처)/뉴스펭귄
'2020년 가축전염병 통계 종합실적'에 기록된 가금류 가축전염병 진단실적. 2019년 HPAI 관련 건수는 0건이다. (사진 '2020년 가축전염병 통계 종합실적' 자료 캡처)/뉴스펭귄

최 교수는 "인간활동에 의해 발생한 바이러스가 농장에서 자연계로, 자연계에서 농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이러스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생물보안ㆍ차단방역'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사람들이 끼치고 있는 가금산업의 경제적 피해와 철새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만든 바이러스에 죽어가는
생물다양성 핵심 요소 '철새'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도 철새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입는 피해는 심각하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지난해 10월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H5N1로 5만 마리가 넘는 야생조류가 폐사했다고 추산했다.

최근 멸종위기종 흑두루미의 대표적인 월동지, 전남 순천시에서도 집단폐사가 발생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조류인플루엔자 피해는 과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 영향도 있다. 지난 8월 중국 난징사범대(Nanjing Normal University), 네덜란드 와게닝겐대(Wageningen University) 등 국제 연구진은 철새 서식지 감소가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새만금간척사업 등 수많은 개발 행위로 철새 도래지가 사라졌고, 사라지고 있다. 겨울철새의 쉼터 역할을 했던 대장동 평야는 2023년부터 개발 허가를 받았고, 낙동강 하류 철새보호구역도 부산시 강서구의 건의에 따라 해제가 검토되고 있다.

이 밖에도 철새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밀렵, 유리창 충돌, 기후변화 등 다양한 위협 요인을 겪으며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최 교수는 "철새들은 가장 다양성이 높은 육상척추동물인 조류의 핵심 분류군으로, 전 지구적인 생물다양성 유지에 핵심적인 요소이자 환경의 건강성을 대표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표생물"이라고 전했다.

이어 "생태계의 구성 요소일 뿐만 아니라 종자의 산포, 에너지 전달, 포식-피식자로서의 생태계 균형 유지, 식량 및 유전적 다양성의 원천, 각종 문화, 종교, 심미적 가치 등의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철새는) 살처분을 하고 다시 개체군을 살게 할 수 있는 가금과 달리 인위적인 개체 수 증식이 불가능한 자연자원"이라며 "사람이 만들어 내고 유출시킨 바이러스에 의해 피해를 입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