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토종 양비둘기, 자연번식 성공

  • 이후림 기자
  • 2022.12.15 14:13
방사 후 휴식을 취하는 양비둘기 번식 쌍 (사진 환경부 국립생태원 조류팀)/뉴스펭귄
방사 후 휴식을 취하는 양비둘기 번식 쌍 (사진 환경부 국립생태원 조류팀)/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지역적 절멸위기에 처한 양비둘기가 번식에 성공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올여름 전라남도 구례군에서 고흥군으로 이전해 방사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양비둘기 한 쌍이 첫 번식에 성공한 것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양비둘기는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비둘기와 달리 국내 약 160마리만이 서식하는 멸종위기 토종 텃새다. 따라서 주로 유럽 등 서양에서 분포했던 집비둘기 원종 바위비둘기와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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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번식에 성공한 양비둘기 한 쌍은 올해 7월까지만 해도 구례 야생에서 서식하던 개체였다. 그러나 고흥군 양비둘기 개체 수가 5개체 미만으로 급감하면서 지역적 절멸위기를 막고자 포획돼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게 됐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구례에서 살던 양비둘기 2개체를 지난 8월 고흥 연방사장에 이전시키고, 현지 적응훈련을 마친 9월 센터 인근 해안가에 방사했다.

연구진은 이로부터 약 2달 후인 10월 23일, 방사한 암컷이 고흥 인근 해안가 갯바위 절벽에 위치한 조그마한 굴에서 건강한 새끼 양비둘기 2마리를 키우고 있는 것을 포착했다. 이전한 양비둘기의 첫 자연 번식 사례다. 

번식지 인근 밭에서 먹이를 먹는 양비둘기 방사개체 (사진 환경부 국립생태원 조류팀)/뉴스펭귄
번식지 인근 밭에서 먹이를 먹는 양비둘기 방사개체 (사진 환경부 국립생태원 조류팀)/뉴스펭귄
해안 암초의 양비둘기 둥지 굴 (사진 환경부 국립생태원 조류팀)/뉴스펭귄
해안 암초의 양비둘기 둥지 굴 (사진 환경부 국립생태원 조류팀)/뉴스펭귄
굴 내부 둥지의 양비둘기 유조 (사진 환경부 국립생태원 조류팀)/뉴스펭귄
굴 내부 둥지의 양비둘기 유조 (사진 환경부 국립생태원 조류팀)/뉴스펭귄

건강한 야생 양비둘기 개체군을 일부 이전해 약화된 소규모 개체군을 증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입증한 셈이다. 이로써 5개체 미만이 남아 지역적 절멸위기에 처했던 양비둘기가 고흥군에서도 안정적으로 증식할 수 있다는 청신호가 켜졌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연구결과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와 개체군 보전 기술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양비둘기 보전계획’ 이행을 강화해 양비둘기를 성공적으로 복원시키겠다"고 말했다.

양비둘기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강승구 박사)/뉴스펭귄
양비둘기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강승구 박사)/뉴스펭귄
양비둘기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강승구 박사)/뉴스펭귄
양비둘기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강승구 박사)/뉴스펭귄

한편 양비둘기는 1980년대까지 전국 어디서나 관찰이 가능한 새였지만 집비둘기와 경쟁 및 잡종화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현재 국내에 알려진 양비둘기 번식지는 전남 구례와 고흥, 경기도 연천을 포함해 총 3곳에 불과하다.

집비둘기와 양비둘기는 생김새와 서식지가 거의 흡사해 일반인은 이를 완벽히 구분하기 어렵다.

다만 눈으로 분류할 수 있는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은 깃털의 색깔이다. 집비둘기 색과 무늬는 매우 다양하지만 양비둘기는 색깔이 한 색이다. 회색 빛깔 몸에 날개에는 폭넓은 검은색 줄이 2개 그어져 있고, 가장 큰 특징은 꼬리 중앙부에 선명한 흰색 띠가 있다. 다만 양비둘기처럼 생긴 집비둘기도 많아 이를 완벽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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