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융합 성공'이 '기후위기 해결'과 거리 먼 이유

  • 임병선 기자
  • 2022.12.15 17:37
(사진 LLNL)/뉴스펭귄
(사진 LLNL)/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미국이 핵융합발전을 위해 한 발 다가섰지만,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 발전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에너지부는 1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브리핑을 열어 자국의 핵융합실험으로 중대한 과학적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발표했다. ‘꿈의 청정에너지’로 여겨지는 핵융합발전을 위한 기초실험에서 연료를 가열한 에너지보다 생산한 에너지가 더 많은 지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핵융합 연구가 시작된 1950년대 이후 가장 높은 효율을 달성했기에 과학적으로는 큰 성과다. 하지만 이번 성과에도 불구하고 핵융합발전이 인류를 기후위기와 온실가스 문제로부터 구원하기에는 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핵융합발전이 상용화된다면 온실가스나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고, 장치를 중지하면 핵융합 반응도 멈추기 때문에 폭발이나 심각한 사고로부터 안전한 에너지로 꼽힌다.

이번 실험을 수행한 핵무기연구소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이하 LLNL) 산하 NIF(National Ignition Facility) 소속 연구진은 레이저 192개를 이용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발생시켰다. 핵융합을 유발한 레이저의 에너지는 2.05MJ(에너지를 나타내는 단위), 핵융합으로 생산된 에너지는 3.15MJ다.

그러나 이 레이저를 실제 구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300MJ 정도로 추정된다. 즉 실제 핵융합에 쓰인 에너지는 훨씬 많았다. 또한 아직은 실제 발전기에 연결한 것이 아닌 측정치다.

옥스포드대 물리학 교수 저스틴 와크(Justin Wark)는 "(이번 실험은) 큰 진전이지만, 더 많은 진전이 필요하다. 먼저 레이저를 생성할 때 손실을 설명하려면 훨씬 더 많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LLNL)/뉴스펭귄
(사진 LLNL)/뉴스펭귄

킴벌리 부딜(Kimberly Budil) LLNL 소장은 에너지부 브리핑을 통해 "이번에는 캡슐 1개를 점화했지만, 상업적으로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1분 이내에 더 많은 점화가 일어나야 한다"며 “핵융합발전 상용화에 50년, 60년이 걸리진 않을 것 같지만 수십 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앤드류 스터치버리(Andrew Stuchbery) 호주 물리학연구소(Australian Institute of Physics Congress) 교수는 “실험이 수행된 시설에서 에너지는 단일한 파동, 즉 ‘순간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발전원으로 실현가능하려면 이런 파동을 반복하고 방출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Tony Roulstone) 원자력과 전임강사 토니 룰스톤은 미국의 실험에 대해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전기생산에 필요한 실제 에너지 손익분기점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레이저를 쏘기 위해 실제 쓴 에너지는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레이저에 들어간 에너지의 2배는 이득을 얻어야 한다. 열이 전기로 변화될 때도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다. 따라서 NIF의 실험 결과는 ‘과학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유용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마크 디센도르프(Mark Diesendorf)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환경연구소 교수는 “상업용 핵융합로는 최소 25년이 걸린다”며 “그때까지 전 세계는 태양열이나 풍력 같은 안전하고 깨끗한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LLNL)/뉴스펭귄
(사진 LLNL)/뉴스펭귄

핵융합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과정을 인공적으로 구현하고, 이 에너지로 전기를 발전하려는 시도다. 기존 쓰이던 핵발전은 우라늄 원자를 분리시키는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데, 핵융합은 수소원자끼리 합쳐질 때 에너지가 방출되는 ‘핵융합 반응’을 활용한다.

핵융합발전을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온도에서 이뤄지는 핵융합 반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연구는 2가지 방식에 대해 이뤄지고 있다. 2가지란 한국, 일본, 유럽, 미국 MIT 등이 공동 연구 중인 ‘토카막 방식’과 NIF가 실험 중인 레이저를 통한 ‘관성 가둠 방식’이다.

토카막 방식은 전자석으로 만든 전기장과 중성입자빔 등으로 물질의 4번째 상태인 플라즈마를 1억 ℃ 이상으로 높게 유지시켜 수소원자끼리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가열된 플라즈마는 도넛 모양의 대형 금속 용기 안에서 머물게 된다.

(사진 ITER)/뉴스펭귄
(사진 ITER)/뉴스펭귄

관성 가둠 방식은 금속으로 만든 작은 원통형 용기 안에 수소 연료를 넣고 수많은 레이저를 한 곳에 쏘아 가열하고 내부에서 X선에 의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방법이다.

토카막 방식의 경우 핵융합 반응에 쓰인 에너지 대비 발생한 에너지 효율이 올해 2월 70%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 상태를 5초 정도 유지했기 때문에 토카막 방식이 상용화에 더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