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기에 팝콘이 담긴다면?...일회용품 대체 서비스 '꿈틀'

  • 임병선 기자
  • 2020.03.16 10:20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 트래쉬 버스터즈 (사진 트래쉬 버스터즈 제공)/뉴스펭귄

대규모 일회용 폐기물이 발생하는 곳, 행사장에서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구에는 갖가지 행사가 있다. 대표적으로 맥주 축제도 있고 록 페스티벌, 대게 축제, 송년회, 시 낭독회 등 행사로 크게 분류되지만 각자 주제는 천차만별이다.

이런 행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해 지구를 위협하는 악당이 있다. 바로 ‘일회용품 빌런’이다. 이들은 행사가 끝나면 사용한 종이컵, 나무젓가락, 일회용 식기를 남기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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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잘 진행됐는지는 남겨진 쓰레기만 봐도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행사와 일회용 폐기물은 오랜 유착 관계를 가져왔다. 이 유착을 끝낼 수 있을까.

행사 후 버려진 쓰레기 이미지 (사진 flickr)/뉴스펭귄

트래쉬 버스터즈는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축제나 행사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곳에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수거해 세척한 뒤 재사용한다.

행사 주최 측은 일회용품을 구매하는 대신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행사에 참여한 관객은 일회용기를 쓰고 버리는 대신 보증금을 내고 업체가 제공한 다회용기를 사용한 뒤 반납하면 된다.

사실 행사에 쓸 용기를 준비하거나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다회용기 처리만 이뤄지면 일회용기와 다회용기는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음식을 먹는 데 쓸 그릇만 있으면 용기가 어디서 오는지, 버린 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신경 쓰는 소비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트래쉬 버스터즈는 지난 8월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인기 뮤직 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였다. 최근에는 행사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영화관 다회용기 제공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트래쉬 버스터즈 대표, 곽재원 이사(만 39세)로부터 다회용기 서비스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트래쉬 버스터즈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월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인기 뮤직 페스티벌'에 서비스를 제공한 트래쉬 버스터즈 (사진 트래쉬 버스터즈 제공)/뉴스펭귄

Q. 트래쉬 버스터즈, 이름만 들어도 쓰레기를 없애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어떤 서비스인가요?

A.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입니다. 일회용품 쓰레기가 단기간에 다량으로 발생하는 축제 혹은 각종 행사에서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축제 전용 다회용기를 개발해 대여, 수거하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장기적으로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A. 향후 극장, 경기장, 장례식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기와 테이크아웃용 일회용품, 배달 일회용품 등을 다회용기로 대체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혁신적으로 줄여 지속가능한 환경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Q. 작년 한 해, 어떤 행사에서 서비스가 제공됐나요?

작년 8월 '서울인기 뮤직 페스티벌'에서 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에코페스트 인 서울', 다양한 송년회나 신년회 모임에서 저희 다회용 식기를 사용해 주셨습니다.

Q. 행사를 진행하며 실제로 폐기물이 줄어든 모습을 보셨나요?

A. '서울인기 뮤직 페스티벌'에서는 전년대비 관객이 증가했음에도 일회용품 쓰레기는 98% 감축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주최 측이 행사 기간 동안 현장 쓰레기 관리에 투입되는 인력 비용, 폐기물 비용 등이 절약됐습니다. 관객 호응과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관객 참여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수준이어서 저희 서비스가 정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Q. 다회용기로 플라스틱 소재인 PP(폴리프로필렌)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요?

PP 소재는 식기로 사용하기 안전한 소재이며 스테인리스나 멜라민 등 타 소재에 비해 다시 소재로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현격히 낮습니다. 대신 근본적으로 일회용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새로운 생산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왔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모아서 분해하고 재생산해 자원을 순환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업체 측에서 제공하는 PP소재 식기 세트 (사진 트래쉬버스터즈 제공)/뉴스펭귄

Q. 재활용 계획이 있군요?

다회용기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사용 횟수가 늘어나면 마모되거나 파손됩니다. 이 경우 파손된 식기를 플레이크 형태로 분쇄하여 원재료로 다시 재생한 후, 다시 새로운 식기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Q. 행사 말고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다른 장소도 눈여겨보고 있나요?

A. 국내에서 영화관을 방문하는 인원은 연간 1억 명이 넘습니다. 한 명당 1개 일회용품을 쓰는 것으로 계산해도 1년에 최소 1억개 일회용품 쓰레기가 발생합니다. 저희는 영화관에서 버려지는 일회용품 개수를 3억 개 정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영화관은 관객 동선과 행동이 축제와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영화관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요?

A. 논의가 시작됐지만 아직은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비스 이미지 (사진 트래쉬 버스터즈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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