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로스쿨 출신 엄친아, 귀농을 선언하다

  • 손아영
  • 2022.11.24 08:31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미래의 변호사, 귀농을 선언하다


[뉴스펭귄 손아영] “나 귀농하려고 엄마” 대학도 로스쿨도 장학금을 받고 다니던, 말 그대로 ‘잘난’ 아들이었던 그가 문득 던진 한 마디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선무영’. 그리고 그의 말을 미처 반기지 못했던 10년 차 농부 ‘조금숙’. 두 모자의 마냥 웃을 없는 귀농 논쟁과, 서로를 위하는 애틋한 마음이 담긴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그 안에 녹아있는 인간과 자연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까요?

 

 

주인 됨이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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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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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영, 그의 이름은 우뚝 선 ‘무’처럼 스스로 선택한 삶에 후회 없이 당당히 서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런 무영의 모습은 그와 함께 흙이 있는 삶으로 돌아가고픈 그의 아내, 보라가 무영과 공유하는 ‘자연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보라는 트렌드에 민감한 10년 차 디자이너로, 빠르게 돌아가는 만큼 빠르게 낭비되고 버려지는 도시의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간의 선택을 받지 못해 몇 시간의 유통기한만을 남겨둔 채소의 모습, 빠르게 피어나기 위해 온갖 화학약품을 먹고 자란 꽃들. 이들의 삶과 죽음은 모두 인간에 의해 결정되며, 어떠한 주체성도 갖지 못합니다. 눈에 보이는 숫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순간, 잔인하게 탈락하고 마는 도심 속 인간의 모습과 아주 닮아있죠.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흙이 가진 힘을 오롯이 받아 자라는 자연스러움, 이 부부가 귀농을 택한 이유입니다.

 

 

지구와 함께 사는 진짜 ‘살림살이’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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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의 삶에 회한을 느낀 것은 보라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흙을 살리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환경운동가 어머니, 조금숙 씨의 아들로 살아온 무영도 마찬가지였죠. 그는 아내가 출퇴근하며 일하는 동안 집에서 살림살이를 도맡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살림살이가 지구에게는 매우 잔인한 말이었음을 깨닫죠. 세면대 하수관이 막혔을 때 알칼리성 화학약품을 붓고, 곰팡이를 닦아낼 때 락스를 씁니다. 손가락의 움직임 몇 번으로 시킨 배달은 그를 플라스틱 부자로 만들어주죠. 그럴 때마다 그는 그레타 툰베리의 울부짖음을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환경에 나쁜 세제를 쓰지 않고,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안’ 하는 것에 그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시골에서 흙과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지구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진짜 살림'에 함께하고 싶은 것이죠.

 

 

널 위해 시작한 일, 널 보며 배운 일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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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귀농 선언을 한 아들에게 “알아서 해!”라고 소리치며 전화를 끊은 금숙이었지만, 무영의 선언은 그에게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가 처음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무영 때문이었는데요. 뉴스에서 이야기하는 ‘지구가열화’를 보며 아들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죠. 세제도 물도 덜 쓰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환경을 위한 생활실천 소모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소모임은 마침내 시 전체에서 음식물 분리수거(*젖은 쓰레기는 태울 때 독소를 내뿜는다)를 시작하게 했죠. 나아가 농부로 살다 보니 기후위기를 새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늘에 기대어 농사짓는 농부는 이상 기온에 노심초사 애를 태우기 때문이죠. 그렇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살아온 금숙은, 무영의 결정을 듣고 ‘시골에서 뭘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금 아들을 보며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였던 거겠죠.

 

 

주저하는 마음들을 위해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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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늘 주저하는 마음이 찾아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주저함,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주저함. 어떤 것을 주저하는 마음이든 지금 당신이 주저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싶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겠죠. 플라스틱 사용을 주저하고, 육식을 주저하고, 무분별한 소비를 주저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그 주저함 덕분에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선택지가 생겨나고 있으며,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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