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의 '기후위기 증언' 37년 뒤, 지구는 아직도

  • 임병선 기자
  • 2022.11.21 00:00
미국 의회에서 발언하는 칼 세이건 (사진 C-span)/뉴스펭귄
미국 의회에서 발언하는 칼 세이건 (사진 C-span)/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미국 의회에 한 남자가 증언을 시작한다. 그는 소개를 받자마자, 지구에 나타난 온실효과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그는 1996년 작고한 유명 과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다. 그는 우주과학 서적 '코스모스'의 저자이자, 지구를 비유한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말을 남긴 사람으로 유명하다. 

세이건이 1985년 12월 10일(현지시간) 의회 한가운데서 마이크 앞에 섰던 이유는 지구 모든 사람에게 닥친 위협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다.

세이건은 태양열이 지구로 들어왔다가 이산화탄소와 같이 적외선을 흡수하는 기체 때문에 원래 남아야 할 열보다 많이 남아 지구 기온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실효과를 제외하고) 얼마나 많은 햇빛이 흡수됐는지로 지구 기온이 얼마인지 간단하게 계산해본다면 너무 낮게 나올 것이다. 이는 계산에서 뭔가가 빠졌기 때문일 텐데, 그게 바로 온실효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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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효과는 지구를 생물이 살기 적당한 기온으로 유지시키는 순기능도 있다. 세이건은 “작은 온실효과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 보이지 않는 기체들에는 섬세한 균형이 있다. 너무 많거나 적은 온실효과는 말 그대로 온도를 올리거나 내린다. 우리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매년 대기 중으로 내뿜었다”고 말했다.

칼 세이건이 의회에 출석한 때인 1985년 평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46.35ppm였다. 2021년 기준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6.45ppm으로 36년 간 아주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과학자들이 인간 영향이 아니면 불가능한 속도라고 합의한 정도다.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온실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알려진 메탄의 대기 중 농도는 1990년부터 측정됐으며 이때 연평균 1714.42ppm, 2021년 1895.7ppm을 기록했다.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늘어서 처음 측정된 1990년 평균 약 325억 톤이었으나, 2019년 평균은 약 498억 톤을 기록했다.

세이건은 과학적 해설에 이어, 인류가 해야 일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한창 개발 중이며, 석탄을 태우는 건 중국에게 굉장히 매력적”이라면서 “한두 주요 국가가 온실효과 막으려 나선다고 해도 다른 나라들은 공업을 개발하기 위해 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세이건은 의회 발언을 마치며 "지금은 없는 게 확실한 세계적 우호 관계가 필요하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이 행성과 미래를 포용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온실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중국은 경제 규모와 탄소배출 양 측면에서 전 세계 2위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유엔 주재로 기후위기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무려 27번째 회의가 열렸으나, 선진국은 기후위기를 일으킨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동시에 저소득 국가는 지원 없이 기후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각각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세이건은 결국 온실가스가 급증하는 세상에서 삶을 마쳤다. 하지만 과학자 칼 세이건을 의회에 기후위기 증인으로 세우고 그의 말을 경청했던 앨 고어(Al Gore)는 처음으로 국제적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설정한 교토의정서를 이끌어냈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환경운동가 중 1명이 됐다. 

(사진 C-span)/뉴스펭귄
증언을 주선한 앨 고어 당시 의원 (사진 C-span)/뉴스펭귄

고어는 최근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 국제 비영리단체 클라이밋트레이스(Climate TRACE)와 함께 유엔에 보고되는 온실가스에 비해 실제 배출되는 양이 3배 많을 수 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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