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 특집] '미래 신성장' 곤충산업과 '지원 부족' 곤충 종복원

  • 성은숙 기자
  • 2022.11.11 18:03
넓적사슴벌레(사진 농림축산식품부)/뉴스펭귄
넓적사슴벌레(사진 농림축산식품부)/뉴스펭귄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안보 문제가 대두되자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곤충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정부는 곤충산업을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멸종위기에 처한 곤충에게 쏟는 관심과 지원은 부족하고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역별 곤충농가 거점화·규모화 및 곤충제품 유통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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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 곤충거점단지 예상 조감도(사진 농림축산식품부)/뉴스펭귄
예천군 곤충거점단지 예상 조감도(사진 농림축산식품부)/뉴스펭귄

정부는 '제3차 곤충・양잠산업 육성 종합계획(2021~2025)'에 따라 지역별 곤충농가 거점화·규모화와 곤충제품 유통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곤충산업을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곤충거점산업단지 3개소를 2025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또 곤충산업의 규모화를 위한 곤충산업화지원사업 5개소를 선정, 올해 1월부터 2년간 총사업비 50억원을 투입한다.

농촌진흥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부터 식품 원료로 인정받은 곤충 10종 중 갈색거저리 애벌레인 고소애는  항암 치료 환자에게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곤충 기름은 기존 돼지, 닭의 사료에 쓰이는 대두유를 대체할 수 있기도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이 개정 시행됨에 따라 곤충유가 원료사료(사료로 직접 사용되거나 배합사료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로 등록됐기 때문이다. 

곤충은 사람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농촌진흥청은 내년 경북대학교병원과 함께 농가형 곤충 치유프로그램의 임상 효능을 의과학적으로 확인하고, 새로운 농가 소득 모형을 연구·개발해 국내 곤충 농가의 소득 창출을 도울 계획이다. 

충청남도 농업기술원 산업곤충연구소는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한 신사업곤충종 산업화의 일환으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두점박이사슴벌레 사육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축산법 등에 따른 가축으로 인정하고 있는 곤충 14종을 사육하는 농가는 축산농가로, 곤충 사육시설은 축산시설로 적용받아 세금 감면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 밖에 농촌진흥청은 곤충의 생태적 특성을 활용한 농사 기술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2020년부터 천적을 활용한 해충 방제기술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곤충업 신고 및 생산액 증가 추이(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제3차 곤충·양잠산업 육성 종합계획' 갈무리)/뉴스펭귄
곤충업 신고 및 생산액 증가 추이(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제3차 곤충·양잠산업 육성 종합계획' 갈무리)/뉴스펭귄

정부가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지목한 국내 곤충산업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곤충판매액은 2019년 405억원, 2020년 414억원, 2021년 446억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식용곤충유통산업협회 관계자는 "아직 찾는 사람만 찾다보니 판로 개척 문제가 있다"면서 "홍보 쪽에 지원이 좀 더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까진 생산자 쪽 지원이 많이 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또 "새로 진입한 생산업체의 경우 유통쪽에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체험학습장을 같이 진행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이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곤충 서식지외보전기관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컨트롤타워 예산 부족"

소똥구리(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소똥구리(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한편 멸종위기에 처한 곤충을 복원하는 일선에선 사업비부터 전문인력까지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환경부 지정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영월곤충박물관 부설 곤충자연생태연구센터 이대암 관장은 "곤충 종 복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장은 "곰이나 여우처럼 국민들이 크게 관심 가질 만한 종 순서대로, 인간 위주로 복원하고 있는 셈"이라며 "나라에서 하는 것도 있지만 개인들이 자기 재산을 탕진하면서 (멸종위기종 곤충 복원을) 하고 있는건데 얼마나 버티겠나"고 말했다. 

또 그는 소똥구리 복원 사업에 대해선 "곤충들의 복잡한 생태에 대해 아무런 감각 없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소똥구리는 최근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2018~2027)'에서 우선복원대상종으로 선정됐다.   

이대암 관장은 "꼴 베다 여물을 쒀서 소를 먹이고 그걸 먹은 소가 똥을 누면 그 똥을 소똥구리가 먹는건데, 농수로는 콘크리트로 만들고 웅덩이는 덮어 버리고 소는 목초지가 아닌 곳에서 사료를 먹는 지금 같은 환경에서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나"면서 "그건 지속가능하지 않은 복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물장군을 복원했다 하면 정작 물장군은 (풀어준 곳이 아닌 곳으로) 다 날아가고 없다. 주유소, 축구장, 테니스장 같이 불빛이 밝은 곳으로 날아갔다가 밟히거나 깔려 죽게 되는 게 현실이다. 옛날같이 깜깜한 환경에서 몇 십년 동안 복원을 해야 하는데 그런 건 고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 (사진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 (사진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강운 소장 제공)/뉴스펭귄

또 다른 환경부 지정 서식지외보전기관인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의 이강운 박사는 멸종위기종 곤충 복원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낀 점으로 국민적 무관심과 부족한 재정 등을 꼽았다.

이강운 박사는 "2005년부터 이 일을 즐겁게 소명감을 갖고 했지만 해도해도 끝이 없다. 가장 어려운 점은 멸종위기종 곤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거의 없다"며 "지난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우리 연구소의 붉은점모시나비 복원·방사 사업이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민적 성원이나 관심이 없는 것 다음으로 힘든 점은 경제적·기술적으로 충분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면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생겼지만 그곳도 예산이 하나도 없다더라. 멸종위기종 (곤충) 증식·복원을 위해 쓰는 돈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연구인데 이렇게 전념할 수 없는 환경에선 (곤충 복원·증식이)위험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점점 더 불가능해지는 것"이라면서 "충분한 예산, 전문인력,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부 관계자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충분히 제역할 하는 것으로"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전경(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갈무리)/뉴스펭귄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전경(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유튜브 갈무리)/뉴스펭귄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2022년도 국립생태원 예산 67억2800만원 중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운영비는 44억4200만원이다.

이 중 22종의 멸종위기종 증식·복원에 투입되는 예산은 17억3600만원이다.  이 예산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증식·복원 연구 △멸종위기 야생생물 확보 및 관리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한 국내외 협력 체계 구축 등에 사용된다.

환경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국립공원공단에서 복원하고 있는 반달가슴곰, 산양, 여우 등 3종에 대한 증식·복원사업비는 58억1100만원이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2018~2027)'에 따른 멸종위기종 보전정책 추진의 핵심기관인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단순히 복원사업 예산 규모만으로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종 복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환경부 자연보전국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예산 규모만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냐, 할 수 있냐를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충분히 관련 업무를 많이 수행하고 있고, 다른 기관에서도 컨트롤타워로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곰, 산양, 여우 같은 경우엔 국립공원에서 그간의 노하우, 인력을 갖고 있고, 주요 서식지가 국립공원이다 보니 관할기관에서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 외의 분야에선 국립생태원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용역으로 보면 아마 훨씬 더 많고 다양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2018~2027)' 일부(사진 환경부)/뉴스펭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2018~2027)' 일부(사진 환경부)/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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