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가장 유명한 슬라임 '바나나슬러그'

  • 남주원 기자
  • 2022.10.23 00:00
두 바나나슬러그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두 바나나슬러그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바나나를 똑 닮은 생명체가 있다. 얼핏 보면 숲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바나나로 오해받기 십상인 이 녀석, 바로 '바나나슬러그(Banana Slug)'다.

바나나슬러그는 북미에 서식하는 육상 민달팽이다. 알래스카 남동부에서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스까지 이어지는 북미 태평양 연안 침엽수림 지대에 산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존재이지만 이래 봬도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스 캠퍼스 공식 마스코트다. 비버, 곰, 살쾡이를 제치고 1986년 학생 투표에서 채택됐다. 이곳 일대 숲에서는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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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캘리포니아과학아카데미는 바나나슬러그 한 쌍의 기묘한 행동을 촬영해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영상에는 서로를 집요하게 쫓고 핥는 듯한 두 민달팽이가 담겼다.

아카데미 측은 "바나나슬러그는 그들이 남긴 점액(slime) 흔적을 따라 서로를 찾는다"고 전했다. 점액에는 짝짓기를 위해 다른 민달팽이를 유인하는 페로몬이 함유돼 있다. 

점액의 역할은 다양하다. 여느 연체동물과 마찬가지로 바나나슬러그는 탈수에 취약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몸 주위에 두꺼운 점액 보호막을 분비하고 흙과 나뭇잎 사이에서 자체 단열을 실시한다. 이 같은 상태를 유지하며 주변이 다시 촉촉해질 때까지 활동하지 않는다. 

또한 점액에는 포식자의 혀를 마비시킬 수 있는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점액은 액체도, 고체도 아닌 액정 물질(liquid crystal, 액체와 결정의 중간상태에 있는 물질)이다.

캘리포니아주 샌페드로밸리공원에서 촬영된 바나나슬러그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캘리포니아주 샌페드로밸리공원에서 촬영된 바나나슬러그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바나나슬러그는 일반적으로 바나나를 연상시키는 밝은 노란색이나 녹색, 갈색, 황갈색 또는 흰색을 띨 수도 있다. 각각의 민달팽이는 음식 섭취나 빛 노출, 수분의 변화에 ​​따라 색이 바뀐다. 색은 나이를 비롯해 건강과 부상 여부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들은 자웅동체로, 짝과 정자를 교환해 번식한다. 나무나 잎사귀에 최대 75개의 반투명한 알을 낳는다. 

국내 달팽이 박사 권오길 씨는 저서 '동글동글 달팽이야'에서 "달팽이가 암수한몸이면서도 짝짓기를 하는 까닭은 다른 달팽이에게서 정자를 받기 위해서다. 즉, 제 몸의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제 것들끼리 합치면 나쁜 자손이 태어나기 때문에 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바나나슬러그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뭇잎, 버섯, 동물의 배설물, 이끼, 죽은 식물 등을 분해해 토양 부식질로 재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먹이를 섭취함으로써 씨앗과 포자를 퍼뜨리고 질소가 풍부한 비료를 배설하는 등 숲 생태계의 영양 순환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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