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어초로 어류 늘린다? "물리법칙 망각"

  • 임병선 기자
  • 2022.10.17 00:00
바다로 들어갈 콘크리트 구조물 (사진 인천시)/뉴스펭귄
바다로 들어갈 콘크리트 구조물 (사진 인천시)/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1971년부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해양 당국의 인공어초 사업, 전문가가 '물리법칙에 맞지 않다'고 비판하는 이유가 눈에 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육지와 이어진 바다에 콘크리트나 철강 등으로 만든 인공 구조물을 투하하는 인공어초 사업을 실시해왔다. 어류나 패류, 해조류 등이 살 수 있는 곳을 늘려 해양자원, 즉 잡히는 해양생물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공어초 사업 구상 (사진 한국수산자원공단 홈페이지)/뉴스펭귄
인공어초 사업 구상 (사진 한국수산자원공단 홈페이지)/뉴스펭귄

해양 당국은 인공어초를 '바다목장', '해양생물 아파트' 등으로 부르며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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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예산을 들인 인공어초 사업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어획고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2016년에는 한반도 근처에서 이뤄지는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44년 만에 100만톤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는 올해 8월 발간한 저서 '되짚어보는 수산학'에서 인공어초 사업에 대해 "지난 50년 동안 꾸준히 해왔던 연 1000억이 넘는 수산자원조성사업들이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실패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인공 구조물을 바다에 넣는다고 해양생물이 많아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인공어초는 주변에 있는 물고기를 한 곳에 몰리게 하는 효과, 즉 위집효과는 있지만 물고기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은 질량보존의 법칙을 망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육지와 마찬가지로 바다에서 수산물 생산량과 어업생산량을 유지하는 근원적인 힘은 태양에서 지구로 온 빛에너지"라면서 "(광합성으로 탄수화물을 만드는) 식물플랑크톤 생산력 변화가 수산자원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의 생산력을 좌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공어초 사업은 1971년에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양환경공단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19년 말까지 바닷속에 설치한 인공구조물은 142만9168개, 비용은 1조2560만원 정도가 투입됐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집계한 인공어초 사업 규모 (사진 해양수산부, 한국수산자원공단 정보집)/뉴스펭귄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집계한 인공어초 사업 규모 (사진 해양수산부, 한국수산자원공단 정보집)/뉴스펭귄

가장 최근에는 인천 옹진군 해역에 축구장 39개 면적에 해당하는 인공어초 사업이 수행된 바 있다. 이를 위해 예산 1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석근 교수는 "바다에 설치한 인공어초는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바다 쓰레기로 바뀐 지 오래됐다"며 "아마 앞으로는 이 버려놓은 인공어초를 수거하는데 더 많은 예산이 들지도 모른다"고 이미 설치된 인공어초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정 교수는 "지난 50년 수산자원조성사업에 대한 실패를 인정해 새 장기사업을 계획하고 시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난 인공어초들 (사진 한국수산자원공단)/뉴스펭귄
사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난 인공어초들 (사진 한국수산자원공단)/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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