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에서 검은색으로… 체르노빌 청개구리 생존 전략

  • 남예진 기자
  • 2022.10.05 17:27
왼쪽부터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청개구리(Hyla orientalis)와 방사능 피폭을 적게 받도록 검은색 피부를 띠게 된 청개국리(사진 Ionizing radiation and melanism in Chornobyl tree frogs 사진 가공)/뉴스펭귄
왼쪽부터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청개구리(Hyla orientalis)와 방사능 피폭을 적게 받도록 검은색 피부를 띠게 된 청개국리(사진 Ionizing radiation and melanism in Chornobyl tree frogs 사진 가공)/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체르노빌 인근에 서식하는 청개구리들이 방사성 물질 피폭에 적게 노출되기 위해 검은색을 띠게 됐다.

1986년 4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주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다.

사고 이후, 소련 정부는 발전소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해당 지역을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야생동물들은 현장에 고스란히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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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서 누출된 방사성 동위원소는 생물의 DNA를 손상해 암, 기형, 사망을 초래하는 돌연변이를 발생시킬 수 있지만, 현재 체르노빌은 다양한 생물들이 생존하고 있어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과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6년,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진은 체르노빌을 조사하던 중, 파손된 원자로 근처에서 동부 나무 청개구리를 발견했다.

발견된 개체는 다른 개체처럼 초록색이나 갈색을 띠는 것이 아닌, 검은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수컷 개구리를 수집한 위치를 지도에 표기한 것이다. 붉은색에 가까울 수록 방사능 수치가 높은 구역이다. (사진 Ionizing radiation and melanism in Chornobyl tree frogs)/뉴스펭귄
수컷 개구리를 수집한 위치를 지도에 표기한 것이다. 붉은색에 가까울 수록 방사능 수치가 높은 구역이다. (사진 Ionizing radiation and melanism in Chornobyl tree frogs)/뉴스펭귄
(a)는 개구리들의 발견 지역을 기준으로 개구리들의 명도를 분석한 그래프다. 체르노빌 제한 구역에는 어두운 색의 개구리가 많이 발견됐고, 외곽지역에는 밝은 색의 개구리가 많이 발견됐다. (b)는 개구리들의 명도 예시로 아래를 기준으로 분류됐다. (사진 Ionizing radiation and melanism in Chornobyl tree frogs)/뉴스펭귄
(a)는 개구리들의 발견 지역을 기준으로 개구리들의 명도를 분석한 그래프다. 체르노빌 제한 구역에는 어두운 색의 개구리가 많이 발견됐고, 외곽지역에는 밝은 색의 개구리가 많이 발견됐다. (b)는 개구리들의 명도 예시로 아래를 기준으로 분류됐다. (사진 Ionizing radiation and melanism in Chornobyl tree frogs)/뉴스펭귄

이에 연구진은 2017년부터 2019년 동안 체르노빌을 중심으로 2200㎢ 내 서식하는 청개구리 수컷 189마리를 추가적으로 관찰한 결과, 체르노빌 인근에 서식하는 개구리들이 구역 밖의 개구리보다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

어두운 피부를 지닌 개구리들은 멜라닌 색소가 풍부해 검은색을 띠게 됐다. 멜라닌 색소가 자외선의 해로운 영향을 줄일 뿐 아니라, 방사능의 해로운 에너지 일부를 흡수하고 소멸시켜 DNA를 보호해 생존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발견된 개체들과 방사능 수치 간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아, 체르노빌 사고 직후 피폭으로 인해 어두운 색을 띠게 된 개구리들의 생존확률이 높아져 현재까지 유전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체르노빌의 검은 색 개구리에 대한 조사는 방사능 오염에 취약한 환경에서 멜라닌의 보호 역할을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이지만, 현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논문은 과학 저널 진화적 응용(Evolutionary Applications) 9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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