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멸종위기됐어요 #2] 공든 탑으로 새끼 지키는 어름치

  • 임병선 기자
  • 2022.09.28 18:01
(그래픽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그래픽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어름치는 202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 개정에서 Ⅱ급 등재가 예정된 어류다. 한국에서만 서식하는 어름치는 주요 서식지인 금강에서 절멸했던 과거를 가졌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 개정에서 어류를 담당한 윤주덕 국립생태원 어류양서파충류팀 팀장은 어름치 신규 등재에 대해 “멸종위기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건 결코 환영할 수 없다. 미래에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적 심정으로는 슬프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어름치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환경부 복원 틀 안에 포함됐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욱 전략적이고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된 상황이 다행으로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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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포착된 어름치 치어의 먹이활동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2022년 포착된 어름치 치어의 먹이활동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내새끼는 탑으로 지킨다

어름치는 민물어류로 잉어과 누치속에 분류된다. 몸길이는 성체 기준 20~30cm, 최대 40cm까지 자라는 개체도 있다. 입 주변에 수염 1쌍이 있고, 몸 옆면에 흑색 점으로 이어진 세로줄이 7~8개 나타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름치는 주로 수서곤충 다슬기 등을 먹이로 삼는 육식성 어류다.

어름치가 생태적으로 독특한 점은 산란탑을 만든다는 점이다. 4~5월 정도가 되면 수심이 얕은 곳에 산란탑을 만들고 알을 낳는다. 산란탑을 만들 때는 바닥을 파고 알을 낳은 뒤 작은 자갈들을 입에 물고 옮겨 부화장소를 덮는다.  

어름치 산란탑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어름치 산란탑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어름치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출처가 불분명하다. 겨울이 되면 투명한 얼음 아래 돌아다니는 어름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해서 어름치가 됐다는 설이 있지만 확인된 바가 없다.

생물학자 최기철 박사의 책 '쉽게찾는 내 고향 민물고기'에 따르면 어름치는 각 지역에서 어럼치(충북 옥천군, 강원 평창군, 고성군 등), 어룸치(서울시, 강원 영월군), 드름치(강원 홍천군), 그림치(강원 춘천시), 황쏘가리(강원 원주군), 둠치(강원 영월군), 절음치(강원 영월군) 등 여러 방언으로 불렸다. 

 

'원래는 금강, 한강인데?' 낙동강 서식 미스터리

어름치는 한국 고유종이며, 현재는 한강 수계와 금강 수계에 서식한다. 완전히 분리된 금강과 한강이 먼 과거에는 연결돼 있었던 증거라고 보기도 한다.

어름치가 한때 금강에서는 자취를 감춰 이 지역에서는 절멸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후 정부와 순천향대가 주도한 복원사업 아래 인공 증식, 방류 사업이 이뤄지면서 금강에 다시 서식하게 됐다.

그런데 기존 서식지가 아니었던 낙동강에서 최근 어름치가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낙동강에 어름치가 살게 됐는지는 미스터리다.

환경부가 2016년 발간한 ‘이입종 담수어류 관리 방안 마련 연구’에 따르면 낙동강 최상류 지역에서 화학약품 유출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 이후 어류 폐사를 복원하기 위해서라는 추정이 있다. 한강수계 어류를 매입해 낙동강에 방류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추정에 머무르고 있다.

 

천연기념물인데 멸종위기종은 아니었던

윤주덕 팀장은 어름치 신규 등재 사유에 대해 “천연기념물이지만 멸종위기종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금강의 경우는 과거 절멸되어 현재 복원 중에 있다. 그리고 한강과 임진강에도 분포지역과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성체 어름치 (사진 성무성 순천향대학교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연구원 - 네이처링)/뉴스펭귄
성체 어름치 (사진 성무성 순천향대학교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연구원 - 네이처링)/뉴스펭귄

어름치는 1978년 8월 22일부로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에 지정됐다. 이번 지정 전까지 어름치는 어류 중 천연기념물에는 등재됐지만 멸종위기 야생생물로는 지정되지 않은 유일한 종이었다. 때문에 별다른 반대 의견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윤주덕 팀장에 따르면 어름치를 멸종으로 몰아가고 있는 위협은 하천 공사와 수질오염이다.

어름치는 다른 여러 멸종위기 어류들처럼 자갈이 있는 여울에 산다. 하지만 홍수 피해 방지 등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하천 정비는 이런 환경을 없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일어나는 물리적 교란이 어름치 생존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특히 최근 기후위기발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 하천에서 공사가 이뤄지면서 서식지 파괴가 활발하다.

또한 어름치 서식지 주변 토지 이용 양상이 변화하면서 다양한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점도 멸종을 재촉하는 요소다.

2022년 그물에 잡혀 발견된 어름치 수컷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2022년 그물에 잡혀 발견된 어름치 수컷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강에 설치된 보와 댐도 어름치 생존을 위협한다. 댐이나 보는 연결돼 있던 하천을 분리하게 되고, 어류는 이동에 제한이 생긴다. 이에 따라 산란, 서식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윤 팀장은 어름치 이동성을 확보해 서식처를 확장하고, 산란장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어름치 보호할 2개의 법

어름치는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문화재보호법 적용을 받는 종이다. 또한 정부 주도로 개체수 복원이 이뤄지고 있다.

1972년 5월 금강 어름치 서식지인 충북 옥천군 이원면 용방리 일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6년 뒤인 1978년 8월에는 종 자체가 천연기념물이 됐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천연기념물 서식지 훼손이나 허가 없는 종 포획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어름치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 등재가 확정되면 앞으로 야생동물보호법도 적용받게 된다.

어름치 어린 개체 (사진 성무성 순천향대학교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연구원)/뉴스펭귄
어름치 어린 개체 (사진 성무성 순천향대학교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연구원 - 네이처링)/뉴스펭귄

 

해수부는 다슬기를 뿌려라

어름치는 복원 사업이 이뤄지는 종이다. 환경부, 순천향대학교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어름치 복원을 수행 중이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전북 무주군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충북 옥천군에서 어름치 방류 사업이 이뤄졌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는 충남 금산군에서 어름치 방류사업이 이뤄졌고, 모니터링도 지속될 예정이다.

또한 2017년에는 북한강 수계에는 처음으로 가평천에 500마리를 방류했다.

어류 복원 사업은 방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방류 이후 어름치가 하천에서 잘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금강에서 어름치 산란탑이 관찰되고, 표지를 붙인 어름치가 그물에 걸리는 등 서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모니터링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금강에 방류한 어름치가 한강에서 유래한 개체기 때문에,  금강과 한강 어름치 사이에 유전자가 뒤섞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윤 팀장은 “기존 금강에 서식하고 있던 개체군은 복원 이전에 절멸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2001년 금강에 최초로 복원을 수행할 때에도 한강과 임진강의 어름치를 이용했다. 기존 금강 개체군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유전자가 섞이는 문제는 발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측은 방류사업에 앞서 각 하천별 어름치에 대해 계통분석을 실시한 결과, 개체군끼리 유전자가 99.8% 일치해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생물 집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밌는 점은 어름치 방류 사업 때 일부 구간에서는 어름치가 선호하는 다슬기를 함께 방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2005년 8월 이뤄진 무주군 어름치 방류 때 다슬기 50만 마리도 함께 방류됐다.

2017년 어름치 방류 행사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2017년 어름치 방류 행사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어름치가 살 곳 있어야

윤 팀장은 "우리나라의 멸종위기 담수어류는 대부분 하천 중·상류에 살고 있다. 자갈이 깔려 있는 여울을 좋아하고, 환경 변화에 민감한 종들"이라면서 "어떻게 보면 상당히 까다롭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작은 변화나 교란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름치에게는 자갈이 많은 여울이 필요하다. 하지만 하천을 바닥부터 뒤집는 하천정비가 이뤄지고, 물길을 막는 보와 댐이 계속 지어지면 어름치는 언젠가 멸종할 것이다.

이는 아무리 대량으로 방류해도, 살 곳이 없으면 어름치가 한국 하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어름치 치어 (사진 국립수산과학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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