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에 휩쓸리고 인간이 훔쳐먹고… 멸종위기 자라 구출작전

  • 이후림 기자
  • 2022.09.20 14:47
인도좁은머리자라 알 (사진 Bed Khadka - CNP)/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하마터면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라질뻔한 멸종위기종 자라 알 수백 개를 구출해 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네팔 카트만두국립공원야생동물보호국 베드 바하두르 카드카(Bed Bahadur Khadka) 박사 연구진은 최근 치트완국립공원 강둑에서 구출한 멸종위기 인도좁은머리자라(Indian narrow-headed softshell turtle) 알 수백 개가 성공적으로 부화했다고 전했다. 관련 보고서는 생물과학저널 열대자연사(Tropical Natural History)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당국 번식센터에서 방사한 인도악어 가비알을 관찰하기 위해 강 유역을 찾았고 상습 범람지역에서 인도좁은머리자라 둥지를 발견했다. 둥지에는 부화를 앞둔 알 496개가 있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인도좁은머리자라 알이 발견된 지점 (사진 Bed Khadka - CNP)/뉴스펭귄

장마가 시작되면 알이 강물에 휩쓸려갈 것을 우려한 연구진은 이 알들을 구출해 인근 가비알 사육장에서 부화시키기로 결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알 구출 3주 뒤 강둑은 돌발 홍수로 물에 잠겼다. 구사일생한 알 496개 중 375개는 구조 약 7개월 뒤 센터에서 무사히 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터면 빛을 보지도 못하고 죽을뻔한 멸종위기종 수백 마리를 구출한 것.

이렇게 부화한 새끼 자라 375마리는 치트완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랍티강에 방생됐다. 연구진은 새끼 자라 무리를 방생한 지역에서 자갈, 모래 등 자원 추출을 금지하고 목욕, 빨래, 낚시와 같은 활동을 제한할 것을 정부 측에 요구했다.

인도좁은머리자라 (사진 Bed Khadka - CNP)/뉴스펭귄
인도좁은머리자라 (사진 Bed Khadka - CNP)/뉴스펭귄
인도좁은머리자라 알 (사진 Bed Khadka - CNP)/뉴스펭귄
인도좁은머리자라 알 (사진 Bed Khadka - CNP)/뉴스펭귄
랍티강에 방생된 인도좁은머리자라 (사진 Bed Khadka - CNP)/뉴스펭귄
랍티강에 방생된 인도좁은머리자라 (사진 Bed Khadka - CNP)/뉴스펭귄

연구진은 "우리가 멸종위기 자라 알을 발견하고 이들이 부화에 성공한 것 자체가 운이 좋았다"며 "그러나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다른 많은 알들은 홍수 때 강물에 휩쓸려 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 멸종위기종들을 구하기 위한 별도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엄청난 비용이 아니라 의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도좁은머리자라는 갠지스, 수틀라지, 인더스 등 인도아대륙 큰 강둑 근처에서 발견되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등재된 멸종위기종이다.

인도좁은머리자라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인도좁은머리자라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인도좁은머리자라 주요 멸종 위협은 밀렵이다. 거북이나 자라 고기가 일부 지역에서 진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둥지에서 알을 훔쳐 달걀처럼 먹기도 하고 성체의 경우 거북고기로 소비한다. 해당 지역에서는 거북고기를 먹으면 가족 수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속설이 전해진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위협은 하천생태계 악화다. 특히 인도아대륙 전역 수많은 강은 모래 채굴, 댐 건설, 오염과 같은 인간활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