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재활용… 중소 vs 대기업 사활 건 줄다리기

  • 성은숙 기자
  • 2022.09.13 17:33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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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재활용업계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역 구분과 생활계 폐플라스틱 재활용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동반성장위원회 등에 촉구했다. 

대기업 등이 탄소중립· ESG(환경·책임·지배구조)경영을 앞세워 영세중소기업 및 빈곤·독거 노인들의 생계영역인 폐플라스틱 재활용산업까지 무분별하게 잠식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대기업 등은 최초 3년에서 최대 6년까지 관련 업종에 신규 진입제한·확장 자제·사업이양·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철수 및 축소 등의 권고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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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내 대기업 등 거대자본들이 너나없이 폐플라스틱 순환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선 상황에서 대·중소기업 간 줄다리기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이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등에 대·중소기업 간의 합리적 역할분담을 통해 중소기업의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적합한 업종·품목을 말한다.

일정 절차를 거쳐 동반성장위원회가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8월 기준 총 111개 업종 중 108개 업종은 보호기간이 만료됐고, 3개 업종이 지정·운영 중이다.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대기업, 생활계 폐플라스틱 재활용업 손 떼야"
동반위 "양쪽 의견 모두 검토하고 있어"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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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은 지난 2일 이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내고 "대기업이 환경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면, 국내 발생 폐플라스틱류 87%인 생활쓰레기 종량제봉투 혼입물·사업장폐기물·건설폐기물·순환형 매립장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등 재활용이 어려운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전국 폐기물 발생량 중 폐플라스틱류는 1048만톤 가량이며, 이 중 생활계 폐플라스틱류는 약 130만톤으로 전체 발생량의 12.5% 수준이다.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은 10%를 겨우 넘는 생활계 폐플라스틱류 관련 산업에 대기업이 진출할 경우 자본력·기술력 등의 차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퇴출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재활용할 수 있는 물량은 한정됐기 때문에 새로운 진입은 경쟁만 유발한다"며 "전국에서 분산 배출되고 있는 생활계 폐플라스틱은 수거운반이 용이하고 비용이 저렴한 지역 적합형 중소 규모의 회수 재활용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기업이 필요한 고품질 재생원료의 품질기준을 제시하고 유럽과 같이 적정가격을 보장해주면, 중소기업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선별기 등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고품질 재생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며 자본과 기술투자도 협의할 수 있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계속 반대할 경우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대규모 시위 및 국회·대통령실 등에 탄원서 제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은 지난해 10월 동반성장위원회에 폐플라스틱 재활용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서를 공식적으로 제출·접수했다. 

상생협력법 등에 따라 위원회는 신청일로부터 1년 이내에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합의가 도출되지 않거나 이행되지 않는 경우엔 위원회 등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게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최주섭 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은 "이달 7일 열린 제2차 조정협의체 회의에서 의견이 좁혀졌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면서 "동반성장위 등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아닌 상생협약을 방안으로 내놓고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그간의 행태를 생각하면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상생협약으로 되면 대기업이 이를 위반 시 동반성장위원회 등에서 주는 여러 패널티 등을 피해갈 수 있게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동반성장위원회측은 "중소기업측의 요청 내용을 권고하는 한편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보다는 상생협약 방향으로 논의하는 등 두 가지 입장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대기업 등, 폐플라스틱 순환 생태계 구축 '적극' 
한국석유화학협회 "시기 놓쳐 글로벌 경쟁력 잃을까 걱정"

(자료 각 사 등·사진 unsplash·표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자료 각 사 등·사진 unsplash·표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근래 몇 년간 전 세계적인 자원순환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폐플라스틱은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환경부 등은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시장 규모는 2021년 424억달러에서 2027년 638억달러로, 글로벌 재활용 시장의 12%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핵심인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은 크게 △세척·분쇄·혼합 등의 과정을 거쳐 재활용하는 기계적 재활용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플라스틱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반복적인 재활용이 가능한 화학적 재활용의 성장세가 더 높게 평가된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2027년까지 연평균 7.4% 성장하는 가운데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연평균 17%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금까진 주로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폐기물 처리 목적의 저부가가치 화학적 재활용 위주였으나 최근 대기업 등에서 고부가가치 화학적 재활용에 나섰다. 

SK디스커버리의 자회사 SK케미칼은 화학적 재활용 코폴리에스터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재활용 소재의 판매 비중을 2025년엔 50%, 2030년엔 100%로 확대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2027년까지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에 해당하는 연 250만톤 100%를 재활용'이라는 목표 아래 2025년까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연간 10만톤 처리 규모의 열분해 생산설비 △연간 8만4000톤 처리 규모의 해중합 설비 등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산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규모를 2025년 90만톤, 2027년 25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2곳을 인수하고, 폐플라스틱 선별사업자 3곳과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등 폐플라스틱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LG화학은 2024년 1분기까지 충청남도 당진에 고온·고압 수증기를 이용해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연 2만톤 규모로 건설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까지 경상남도 울산 2공장에 1000억원을 투자해 11만톤 규모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김평준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려면 대기업 진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입증이 돼야 하는데, 자원순환업의 경우 이제 성장하려는 업종이니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면서 "우리는 재활용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중소기업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거나 사업조정에 들어가게 되면 글로벌 흐름보다 뒤쳐지고 투자 타이밍도 놓쳐 산업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폐플라스틱 재활용산업 관련 규제·제도 정비 나서

정부는 관련 규제 및 제도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5일 '규제 개선·지원을 통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통해 화학적 재활용 중 열분해 방식을 중심으로 규제개선·지원·기반확충 방안 등을 마련, 플라스틱 열분해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부터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원유 대신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행정 조치를 시행했다. 

(사진 환경부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사진 환경부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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