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두긴 위험한 핵폐기물, 우주로 쏴버리면 안될까?

  • 임병선 기자
  • 2022.09.09 00:00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기후위기 저감 측면에서 핵발전은 경제성이 높은 저탄소 발전 방식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핵발전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은 인류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핵발전을 무한정 이용할 수 없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핵폐기물은 대부분 격리만 된 상태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특수한 재질로 만든 거대한 용기에 핵폐기물을 담고, 안정적인 지질을 찾아 땅 속에 묻은 것이다. 확률은 낮지만 언젠가 지구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뉴멕시코 지하 지층에 건설된 핵폐기물 격리 시설 (사진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뉴스펭귄
뉴멕시코 지하 지층에 건설된 핵폐기물 격리 시설 (사진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뉴스펭귄

그렇다면 핵폐기물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우주선에 실어 지구 밖으로 보내 버리면 안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주 처리는 핵폐기물 영구 처분 방식으로 고려 대상이지만 실용성이 낮아 실제로 활용될 가능성은 적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우주선을 대기권 밖으로 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저탄소 전력원을 마련하려 원자력발전을 선택하는 추세인데, 우주로 보내 처리하는 방식을 쓰면 핵발전 자체의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2017년 NASA가 밝힌 로켓 발사 비용은 한화 18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안전성도 담보되지 않았다. 우주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우주선 발사 성공률은 27.2%로 낮은 편이다. '실패' 사례는 문제를 미리 발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핵폐기물을 담은 우주선이 대기권처럼 근거리에서 폭발하거나 추락한다면 인류를 위협할 만한 피해가 발생한다.

한국 원자력발전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한국 원자력발전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다만 핵폐기물 우주 처리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1973년 나사, 루이스리서치센터(Lewis Research Center)는 원자력 폐기물을 우주로 보내 처리하는 방안이 기술적 측면에서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뒤이어 나사는 1978년 5월 내놓은 '우주에서 원자력 폐기물 처리' 보고서에서 상세 방안을 검토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나사 마샬 우주비행 센터(NASA Marshall Space Flight Center Huntsville) 소속 연구자들은 우주 처리를 검토하는 이유에 대해 “우주에서 처리하는 방안의 문제점은 전반적으로 운송수단이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 발생한다”며 “한번 도착하고 나면 물리법칙에 따라 인간 환경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배제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에서 처리하는 방법에 비해 우주 처리 방법이 가진 차별점은 실패가 실시간으로 관측되고, 올바른 대응이 곧바로 이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나올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핵폐기물은 우라늄, 플루토늄, 아이오딘 등 각종 방사성 물질로 구성되며, 처리 방법도 여러 가지다. 나사는 어떻게 구성하거나 처리해야 우주에 보낼 때 문제를 덜 일으킬지도 평가했다. 저자들이 열역학을 고려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한 핵폐기물 구성은 2가지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첫 번째 합리적 구성은 핵폐기물 속 연료봉과 제어봉 등을 잘게 부수고, 화학물질인 질산으로 표백하며, 피복을 벗겨낸 것이다. 이후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제거하고 다시 플루토늄을 첨가한다.

두 번째는 첫번째 구성과 거의 같지만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제거한 뒤 플루토늄을 다시 넣지 않는다. 플루토늄은 나중에 핵연료로 다시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다. 플루토늄이 지구 환경으로 다시 배출됐을 때 위해가 유독 크기 때문이다.

나사는 핵폐기물을 우주로 보낸다면 산화물 형태로 바꿔 ‘금속 매트릭스(금속을 가공할 때 특수한 형태로 만들어 내부에 공간을 만든 것)’ 안에 넣거나, 산화물 형태 그대로 옮겨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때 운송 수단은 우주 왕복선 혹은 한때 연구되던 ‘우주 예인선(Space tug)’이 적합하다.

연구진은 또한 핵폐기물을 태양계 바깥으로 보내는 경로가 가장 매력적인(attractive)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저자들은 달궤도에 올려놓거나, 지구 고궤도에 올려놓는 방법도 선택지로 검토했으나 위험성이 높다고 봤다.

이외에도 나사는 외딴 섬이 발사지로 적합하다는 내용, 필요한 시설, 핵폐기물을 담을 용기 재질과 형상 등을 상세하게 연구했다.

연구진이 만든 핵폐기물 우주 발사용 기지 콘셉트 (사진)/뉴스펭귄
연구진이 만든 핵폐기물 우주 발사용 기지 콘셉트 (사진)/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