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조류사진 #3] '조류를 힘들게 하는 사진' 구별법

  • 임병선 기자
  • 2022.08.01 00:00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조류를 찍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사람들 중, 조류의 생존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새의 생애 일면을 담아오는 사람이 있다. 반면 조류의 생사는 관심 없이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위해 둥지를 파괴하거나 조류 둥지를 포식자로부터 지켜주는 가지 등을 없애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후자에 속하는 사진들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지속 불가능한 조류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뉴스펭귄>은 조류 전문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피하고 ‘지속 가능한 조류사진’을 찍을 방법, 또 ‘지속 불가능한 조류사진’을 알아볼 방법에 관해 물었다. 조류 생태 연구자이자 직접 새 사진을 찍는 경희대학교 한국조류연구소 이진원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뻐꾸기가  (사진 경희대학교 한국조류연구소 이진원 교수)/뉴스펭귄
뻐꾸기가 세력권 다툼을 하는 생태를 그대로 담은 이진원 교수의 사진 (사진 경희대학교 한국조류연구소 이진원 교수)/뉴스펭귄

 

 

Q. 조류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이 새 둥지를 찾아가 사진을 찍곤 한다. 둥지 사진을 찍는 행위는 새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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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반적으로 야생에서 탐조 중 만나는 새들을 찍는 것은 그들에게 생존이나 번식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번식을 하고 있는 둥지의 사진을 찍는 것은 직간접적으로 새들의 생존이나 번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산새들의 경우 대부분 둥지들이 포식자나 경쟁자로부터 은폐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가지치기처럼 둥지를 노출시킨다거나 촬영장비의 설치나 촬영자의 움직임에 의해 포식자에게 둥지를 노출시켜 포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

포란(알 품기)이나 육추(조류 새끼 기르기) 중인 둥지의 사진을 찍게 되면 불가피하게 어미들의 번식 행동을 교란시키고 족제비나 고양이와 같은 포식자에 대한 노출 위협을 증가시킨다. 이에 따라 번식 성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민감한 종들은 번식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본문과 관계 없는 사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본문과 관계 없는 조류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Q.산새 말고 다른 새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가?

A.비슷한 효과가 꼬마물떼새와 같은 물떼새류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종에 따라서 방해에 민감한 종들은 산란기나 포란기에 둥지가 노출되는 경우 번식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으니 종 특이적인 정보들을 충분히 습득하고 촬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본문과는 관계 없는 조류 사진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본문과는 관계 없는 조류 사진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Q.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겠지만 만약 둥지에 접근하게 된다면 많은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주의점을 꼽아본다면 어떤 게 있나?

A. 괭이갈매기와 같이 집단 번식하는 바닷새들은 사람의 출입으로 어미들이 둥지를 떠나면서 알이나 새끼가 포식자에 노출될 수 있다.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벗어나는 경우 동종 어미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사망할 수도 있다.

슴새와 같이 굴을 파 번식하는 새들에게 접근할 경우 둥지를 밟아버리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또 섬을 오가면서 쥐와 같은 포식자들도 도입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둥지 사진을 찍을 경우에는 대상종의 행동과 생태 등에 대해 충분한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접근해, 번식과 생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본문과는 관계 없는 조류 사진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본문과는 관계 없는 조류 사진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Q. 일명 ‘가지치기’가 조류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벌이는 나쁜 행위로 꼽힌다. 둥지가 나뭇잎에 가린다면서 주변 가지나 방해물들을 치워버리는 식이다. 인터넷에서 둥지 사진이 자주 보이는데 이런 사진들을 구분할 만한 단서가 있나?

A.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거의 대부분의 소형 참새목 조류들은 박새나 참새처럼 구멍둥지를 짓는다. 아니면 붉은머리오목눈이나 멧새처럼 덤불이나 관목림 속에 둥지를 짓는 경우가 있다. 이때 외부에서 둥지 내 새끼들의 사진을 찍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둥지 사진으로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가 있다. 인가 주변이나 사람이 왕래하는 곳에서도 많이 번식하니 그만큼 사진이 많은 것 같다.

본문과는 관계 없는 조류 사진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 본문과는 관계 없는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Q. 이런 작은 새들의 경우 둥지 사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진이 어떻게 촬영됐나 조금 들여다볼 이유가 된다는 걸 이해했다. ‘지속불가능한 사진’인 걸 구분할 만한 요소를 짚어준다면 어떤 게 있나?

A. 보통 둥지 내 알이나 새끼의 사진은 어미가 없을 때 혹은 도망갔을 때 둥지를 덮고 있던 가지 혹은 잎을 잠시 치우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다. 그 후 원상을 거의 다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알을 품고 있는 어미 사진이라던지, 더 나아가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는 사진이라면 초소형 카메라를 둥지 주변에 장착해서 찍은 것이 아닌 이상 가지치기 등을 통해 둥지를 외부에서 볼 수 있게 노출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둥지 자체가 완전히 노출된 사진들이 있는데 이는 둥지를 덮고 있던 가지나 잎 등을 제거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와 같이 둥지 노출 사진이 자주 보이는 종으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번식하는 붉은머리오목눈이나 꾀꼬리, 직박구리 등이 있는 것 같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Q. SNS나 사진 커뮤니티 등 새들이 떼로 떠오르는 사진이 종종 보인다. 이 중에서는 쉬고 있는 새를 위협해서 날아가게 해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새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

A. 보통 오리, 기러기류나 바닷새류, 도요물떼새류와 같이 무리를 지어 사는 새들이나 황새, 두루미와 같이 카리스마가 있는 새들을 날려 찍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쉬고 있거나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새들을 날려 사진을 찍는다면 그만큼 에너지 측면에서 피해를 준다. 그것이 한겨울 추울 때나 이동시기에 일어난다면 그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또 이런 행위가 한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새들의 서식지 이용 형태도 교란시킨다. 개체군 수준의 이동을 야기하고 그로 인해 지역 개체군 크기나 밀도가 변할 수도 있다. 방해받은 지역에 서식하던 집단이 다른 집단 지역으로 이동해 밀도가 높아진다면 그만큼 휴식이나 먹이활동의 질이 떨어진다.

무리의 갑작스런 이동은 포식압을 높일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한 지역에서 이와 같은 방해가 반복된다면 사냥이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의 새들처럼 사람의 존재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쉽게 방해받게 된다. 즉 전반적으로 조류 서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곧 향후 번식이나 생존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Q. 특정한 소리를 재생해서 새들을 불러 모으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모여 있어 새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사실 희귀한 새가 어딘가 나타났다면 사진 찍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는 게 그 새를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탐조인구 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소리 재생의 경우 대부분 수컷이 세력권을 갖는 종에서 작동되고, 소리에 반응하는 새에게 시간과 에너지 활용 측면에서 손해를 줄 수 있다. 특히 번식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포란이나 육추에 들일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시키므로 번식 성공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이런 방법 활용을 자제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 최소한 시간 동안 이용해야 한다.

많은 사진가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는 경우.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 Dennis Jarvis - flickr)/뉴스펭귄
많은 사진가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는 경우.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 Dennis Jarvis - flickr)/뉴스펭귄

 

Q.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다른 상황이 있다면?

A. 물떼새류나 갈매기류처럼 땅 위에 노출된 둥지를 짓는 경우, 또 가마우지류처럼 나무 위에 노출된 둥지를 짓는 경우 사람들이 많이 찾아 사진을 찍는다. 이 때도 당연히 가까이 다가가거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 조류의 생존이나 번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Q. 사진에서 조류가 스트레스를 받은 걸 확인할 만한 단서가 있나?

A. 전체적으로 사진 상 조류가 눈빛이 긴장해 있거나 머리/멱 등의 깃이 긴장해서 서있는 경우, 날아가는 뒷모습이 찍혔을 경우 어떤 방해나 스트레스를 주었다고 유추할 수 있겠다. 다만 성조 사진만 보고 이 새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객관적으로 정량화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본문과 관계 없는 사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본문과 관계 없는 사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만약 동일 개체에 대해서 여러 장의 사진이 존재하고 찍힌 시기를 알 수 있다면 추론을 통해 새에게 미쳤을 영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Q. 먹이로 새들을 유인해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다. 찬반 의견이 갈리는 부분인 것 같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A. 새들의 생존과 번식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본다. 단 먹이를 주는 행위 자체가 새들의 생활이나 생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사전에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동박새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동박새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Q. 조류사진을 직접 찍으시는 조류 연구자다.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조류사진을 찍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욕심과 만족을 넘어 생태 정보를 공유하고 교육에 활용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준다. 또 환경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이바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류사진을 찍을 때 위에서 언급한 예처럼 조류의 생존과 번식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자제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나아가 최근에는 단순히 사진을 찍는 것뿐만 아니라 동영상으로 녹화하는 경우도 많은 걸로 생각된다. 이럴 경우 녹화 시간이 길어지거나 장비가 많아지면서 조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을 것 같다. 반대로 최근에는 그만큼 좋은 장비들이 개발되고 있으니 DSLR 카메라나 망원렌즈와 같은 전통적인 장비에서 벗어나 조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비들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초소형 카메라와 초소형 비디오카메라, 무인센서 장비 등을 말한다.

무인 카메라를 이용한 올빼미 영상

자연을 사랑하고 새를 좋아해서 사진을 찍는 만큼 그저 조류의 예쁘고 신기한 모습만 담는 게 아니라 한 장의 사진으로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그런 사진들이 많이 찍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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