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소 트림이 재활용 탄소라고?

  • 손아영 기자
  • 2022.06.03 09:08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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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를 위한 변론


[뉴스펭귄 손아영] 육식이 기후위기를 심화킨다는 주장은 이제 어떠한 변론도 내놓기 어려운 사실이 됐다. 덕분에 전 세계 축산업자를 비롯한 육식자에게 향하는 비난의 여론은 더욱 커져만 갔다. 하지만 육식이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인식은 본질을 흐리는 과장된 표현이며, 지구가열화를 막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리적 사육 방법을 통해 지속가능한 가축 사육을 지향하는 미국의 환경운동가 니콜렛 한 니먼(Nicolette Hahn Niman)의, 조금은 낯선 소고기를 위한 변론을 들어보자.

 

 

18%의 지분은 명백한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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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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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에서 발표한 <가축의 긴 그림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가열화에 대한 육류의 지분은 18%. 하지만 이 수치를 하나 하나 뜯어보면 전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수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수치의 절반은 사실 개발도상국의 삼림 파괴에 따른 탄소 배출에 해당하며, 가축의 호흡은 빠져있다. 더불어 숲을 벌목한 면적 자체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을 위한 기준이 될 수 없다. 한 번 벌채한 지역은 다음 해 다시 벌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미국산 소고기를 소비하는 것이 브라질 아마존의 삼림 파괴를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다. 미국은 사료용 콩을 대부분 국내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수입하는 가축사료는 전체의 0.3%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삼림 파괴 없이 목초 기반 재생농법으로 생산한 미국 소고기를 구입하는 것은 미국의 자급체제를 강화해 아마존 개발 압력을 줄일 수 있다.

 


소의 메탄은 재활용 탄소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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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소화 과정에서 메탄이 생성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축의 소화성 발효작용은 산업적 발생원이 야기하는 이산화탄소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메탄의 대기 중 수명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이다. 이산화탄소는 수십만 년 유지되며 쌓여가는 비축가스인 반면, 메탄은 수산기산화라는 자연 분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배출된 지 수 년 안에 사라진다. 또한 소의 메탄은 지구의 탄소순환의 일부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탄소를 식물과 토양이 흡수하고, 이것을 다시 동물이 먹으면서 탄소가 대기로 돌아가며, 결국 이것이 식물의 생장을 위한 원료가 된다. 즉 소의 메탄은 지구에 새로운 탄소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순환하는 재활용 탄소인 것이다. 그러나 화석연료는 생명순환의 일부가 아니다. 땅속 깊이 축적돼 있던 탄소화합물을 억지로 뽑아내 태우는 것이 화석연료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탄소다. 

 


문제는 소가 아니라 방법이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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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은 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두는 등의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을 통해 지구가열화를 심화시킨다. 24시간 감금사육하는 기계화 축사는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사료 공급, 조명, 하수처리, 환기, 난방, 냉방 등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은 모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설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가축 방목은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미미한 편이다. 방목에는 기계화 설비가 거의 필요 없고, 사료를 따로 재배하거나 구매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누리게 할 수도 있다. 또 앞서 이야기했듯 소의 메탄 배출은 그 원인이 명확해 메탄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질 좋은 사료를 배급하는 것이다. 가축이 질 낮은 사료를 먹게 되면 소화계 균형이 깨져 메탄 발생량이 증가한다. 2016년 호주의 한 연구팀은 해초를 2% 포함한 풀사료가 소의 메탄 배출량을 99%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조금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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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를 먹는 것과 비건 가공식품을 먹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더 환경을 파괴할까? 햄버거에 들어간 고기가 넓은 목초지에서 자유롭게 자라난 소에게서 온 것이라면, 그리고 비건 식품이 삼림 파괴와 대규모 단일작물 재배 등의 파괴적 농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면 아마 햄버거를 먹는 것이 환경에 덜 나쁠 것이다. 비건을 실천하는 이들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의 선택은 지구를 위해 조금 더 정교해져야 하며, 음식이 우리에게로 오는 과정을 깊숙이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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