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오이는 싫지만 수세미는 좋아

  • 손아영 기자
  • 2022.05.26 15:40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지구 닦는 황 대리


[뉴스펭귄 손아영] 환경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채 피를 흘리고 있는 거북이 모습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 그 모습을 보고 지구를 위해 플로깅(Plogging)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 바로 지구를 닦는 사람들 ‘와이퍼스(Wiperth)’의 황승용 대표다. 와이퍼스는 재작년 담배 제조사 KT&G에 세 차례에 걸쳐 담배꽁초 11만 개비를 보낸 ‘꽁초어택’으로 화제가 되었던 플로깅 팀이다. 평범한 직장인 황 대리였던 그가 플로깅 팀의 대표가 되기까지 지구를 닦으며 쌓아온 노하우를 함께 살펴보자.

 

집에서 지구 닦기_부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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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반 수세미는 썩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릇에 남은 잔여물을 무심코 섭취하게 될 경우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에서 온 ‘진짜 수세미’는 다르다. 오이처럼 생긴 채소 ‘수세미외’의 열매 속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함유할 수 없으며, 아무리 닦아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는다. 국산 수세미는 보통 하나에 5000~7000원 정도인데 3~4등분해 사용할 수 있으니 하나에 2000원 정도로 가성비도 높은 편이다. 가끔 열매 안에서 검정 씨가 투두둑 떨어질 때도 있지만, 이 씨를 잘 사용하면 텃밭에 심어 수세미를 직접 키워볼 수도 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친환경 물품인 만큼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습한 곳에 둘 경우 쉽게 썩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설거지를 마친 후에는 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

 


집에서 지구 닦기_화장실편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우리는 액체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지만, 사실 액체가 고체보다 좋을 이유는 거의 없다. 액체 세제는 고체 세제에 물을 부어서 녹인 것이다. 식재료들을 습기가 많은 곳에 보관하면 더 빠르게 썩는 것처럼 세제도 고체보다 물에 녹아 있는 것들이 훨씬 더 빨리 썩는다. 때문에 방부제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또 샴푸, 세안제, 액체형 비누 모두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으며 위에 펌프가 달려 있다. 플라스틱 용기는 어떤 소재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선별장에서 분류되기 어렵고, 펌프는 스프링이 들어가 있어 분리배출이 불가하다. 때문에 용기를 사용한다면 제로웨이스트샵을 방문해 세제를 리필해서 쓰거나 고체형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고체 세제가 욕실 물기로 바닥에 눌어붙어 불편하다면 비누 받침대에 고무줄 두 개를 엮어 놓으면 손쉽게 해결된다. 

 


집에서 지구 닦기_세탁실편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미세 플라스틱’하면 보통 일회용 페트병이나 물티슈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우리가 입는 옷에서도 상당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된다. 다른 플라스틱 물품에 비해 의류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은 오염원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류 대부분이 기능이나 내구성을 위해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의류 세탁 시 많이 발생하는 플라스틱이 어떤 여과 장치도 거치지 않고 바다로 흘러 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자연보전연맹의 2017년 연구 자료에 따르면, 바다로 유입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35%는 합성섬유에서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천연 소재 의류를 입거나 되도록 세탁 횟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다행히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 필터가 설치된 세탁기도 출시되고 있어 새로 구입할 계획이 있다면 이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이미 세탁기가 있을 경우 정화 필터를 따로 설치해 사용하면 된다. 

 


“같이 닦을래요?”


와이퍼스가 KT&G에 보낸 담배꽁초(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와이퍼스가 KT&G에 보낸 담배꽁초(사진 와이퍼스)/뉴스펭귄

“쓰레기를 줍는다고 지구가 깨끗해질까요?” 황대리가 플로깅 활동을 하며 자주 받는 단골 질문 중 하나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답한다. 쓰레기를 줍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루에 10만 개비의 담배꽁초를 주워도 내일이면 100만 개비의 담배꽁초가 버려진다. 그럼에도 그가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누군가는 쓰레기를 줍는 그들을 보며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는지, 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이전의 꽁초어택과 같은 캠페인이 세상에 알려지면 기업에서,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 생겨난다. 결과적으로 지구를 닦기 시작하는 주체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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